반면, 미 연방교통위 "하이브리드 차량 화재 가장 많아"
안정성 비교하기에는 모집단과 데이터 수집 기간 부족 지적
[인더스트리뉴스 홍윤기 기자] 잇따른 전기차 화재의 반작용으로 국내에선 하이브리드 차가 때 아닌 인기를 누리고 있다. 최근 소방청이 지난 5년간 하이브리드 차량의 화재 발생 건수가 다른 차종에 비해 낮다는 통계가 나오면서 더욱 관심을 끌고 있다.
하지만 아직 하이브리드 차량의 안전성은 검증이 안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 연방교통위원회의 올해 통계에 따르면 하이브리드 차량의 화재 발생빈도가 내연기관 자동차와 전기차에 비해 더 많다는 통계 역시 눈에 띈다.
전문가들은 정확한 통계 비교를 하기에는 하이브리드 차량 대수와 데이터 수집기간이 짧다고 지적한다.
20일 중고차 플랫폼 케이카에 따르면 지난 1일 인천 청라 벤츠 EQE 전기차 화재 사건 이후 이달 7일 까지 중고 전기차 판매 접수 대수는 전주 대비 184% 늘었다. 사고가 발생한 벤츠 EQ 시리즈는 이달 판매 접수된 전기차의 10% 가량을 차지했다.
잇따른 최근 전기차 화재에 차주들 사이에서 ‘전기차 포비아(공포증)’가 확산된 결과로 보인다.
전기차 포비아에 하이브리드 차량이 주목받고 있는 점은 확실해 보인다. 최근 하이브리드 차량이 내연기관과 전기차에 비해 화재발생건수가 적다는 통계가 이같은 분위기를 부채질하는 효과가 있다는 분석도 있다.
소방청이 지난 18일 발표한 ‘자동차 유종별 화재 현황’에 따르면 최근 5년간 하이브리드 차량의 화재 건수는 131건으로 다른 차종보다 적었다.
통계에 따르면 경유 차량이 6777건으로 화재발생건수가 가장 많았고 이어 휘발유 3885건, 전기차는 157건을 기록했다.
국내 전문가도 하이브리드 차량이 전기차 보다 화재 발생 빈도나 화재 강도가 낮다고 설명했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하이브리드 차량은 전기차 배터리의 10분의 1, 40분의 1 정도의 소형 배터리 팩이 들어가기 때문에 제어도 쉽고 열폭주 현상이 없다”면서 “배터리 크기가 작은 만큼 하이브리드 차량은 전기차만큼 불안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하이브리드 차량이 안전성이 뛰어나다고 단정짓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미국에서는 우리나라 소방청 통계와 대조적으로, 하이브리드 차량의 화재 발생 건수가 내연기관과 전기차에 비해 더 높다는 통계도 이미 나와있기 때문이다.
미국 연방교통위원회(NTSB)와 미국 교통통계국(BTS)이 올해 내연기관·하이브리드·전기차 등 차종별 10만대당 화재 건수를 살펴보면 하이브리드 차량이 3475.4대로 가장 많았다. 반면, 가솔린 차량은 1529.9대, 전기차는 25.1대인 것으로 집계됐다.
일각에서는 국내 하이브리드 차량의 안전성을 입증하기에는 모집단이 부족하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자동차 누적 등록대수는 2594만9201대를 기록했다. 이 가운데 하이브리드 차량은 147만8101대로, 전체의 5.69%에 불과했다.
나용운 국립소방연구원 연구사는 “차량 안전성과 관련해 통계적으로 정확한 비교를 하려면 최소한 10년간의 데이터는 갖고 비교를 해야 한다”면서 “아직 그 정도의 데이터가 확보되지 않았기 때문에 현재로서 여러 상황을 좀더 지켜보는 수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