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수원, 웨스팅하우스와 2022년부터 지적재산권 분쟁 이어져

[인더스트리뉴스 홍윤기 기자] 지난달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두산에너빌리티·대우건설 등 '팀코리아'가 수주한 24조원 규모의 한국 사상 최대 원전 수출 사업인 체코 두코바니 원전 프로젝트가 내년 3월 본계약을 앞두고 암초를 만났다. 최근 미국 원자력 발전 기업인 웨스팅하우스가 원천기술 침해를 이유로 체코 당국에 진정서를 제출했기 때문이다.
웨스팅하우스는 지난 2022년부터 한수원과 원자로 지적재산권과 관련한 분쟁을 이어오고 있다. 지재권 분쟁이 마무리 되지 않은 상황에서, 한수원은 원전 수출 시 웨스팅하우스를 통해 미 정부에 승인을 구해야 하는 상황이다. 한수원은 이달 초 황주호 사장이 미국을 방문해 웨스팅하우스 경영진을 만나는 등 대화로 풀어나가려 했지만 아직까지 뚜렷한 해결책이 나오지는 않은 상황이다. 정부도 체코 원전 성사를 위해 미국 정부와 다각도로 해결책을 논의하겠다는 입장이다.
27일 미국 웨스팅하우스는 보도자료를 통해 “최근 체코반독점사무소에 체코전력공사(CEZ)가 두코바니 발전소의 두 개의 신규 원자로 건설에 대한 우선 입찰자로 한국수력원자력(KHNP)을 선택한 결정에 대한 진정서를 제출했다”고 발표했다.
웨스팅하우스는 "원전 입찰에 참가하는 사업자는 CEZ와 현지 공급업체에 제공하려는 원전 기술을 체코 측에 이전하고 2차 라이선스(특허 허가권)를 제공할 권리를 보유하고 있음을 증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웨스팅하우스는 한수원의 APR1000, APR1400 원자로 설계에 자사의 ‘2세대 시스템 80’ 기술이 사용됐다고 주장하면서 이 때문에 한수원이 자사의 동의 없이 제3자에 사용권리를 넘길 수 없다고 몽니를 부리는 상황이다.
웨스팅하우스는 자사만이 기술 수출을 위한 미국 정부의 승인을 얻을 권리가 있다고 강변하면서 ““지적 재산권을 적극적으로 방어할 것이며 이에 대한 중재 결정은 2025년 하반기 이전에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웨스팅하우스는 지난 2022년 10월 한수원의 한국형 원전 ‘APR1400’이 자사 기술을 기반으로 한다며, 한수원의 체코 원전 수출을 막아달라는 소송을 미국 법원에 제기했다.
이에 한수원은 원자로 개발 초기에는 웨스팅하우스의 도움을 받았지만, 현재 수출 대상인 APR1400은 이후 독자 개발한 모델인 만큼 미국의 수출 통제 대상 자체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문제는 한수원이 내년 3월 체코원전 본계약을 원만히 체결하기 위해서라도 웨스팅하우스의 협조가 필요한 상황이라는 점이다.
한국이 체코에 원전을 수출하기 위해서는 원자력공급국그룹(NSG) 지침에 따라 미국 정부에 원전 수출 신고를 해야 하는데 신고를 전달하는 역할을 웨스팅하우스가 맡고 있다는 점이 변수다.
지난 2022년 11월 한수원이 독자적으로 체코 원전 사업 입찰 관련 서류를 제출했을 당시 미 에너지부는 "규정에 따라 신고서는 미국인 또는 미국 법인이 제출해야 한다"며 반려했다.
황주호 한수원 사장은 지난 7∼8일 한미 에너지장관 회담 시기에 즈음해 미국을 방문해 웨스팅하우스 관계자를 만나 대화에 나섰으나 이렇다 할 해결책을 내놓지는 못했다.
한편 정부도 분쟁해결에 발벗고 나섰다. 대통령실은 지난 24일 “분쟁의 원만한 해소를 다각도로 미국 정부와 논의를 진행 중”이라며 “향후 체코 원전 수출에 차질이 없도록 굳건한 한미 동맹 기조하에 미국 측과 지속적으로 긴밀히 협의해 나갈 예정”이라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