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더스트리뉴스 한원석 기자] 국가 첨단전략산업에 해당하는 반도체, 이차전지 및 디스플레이 산업에 대한 국가 차원의 지원강화 방안을 시급하게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치 커지고 있다.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가 7일 발표한 ‘주요국 첨단산업별 대표기업 지원정책 비교’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과 중국, 일본 등은 경제안보 차원에서 반도체와 이차전지 기업에 대한 지원을 강화 하고 있다.
먼저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은 2022년 칩스법 서명식에서 미국의 국가안보는 반도체 산업에 달려있다면서 같은 해 10월 반도체 수출통제 개정 조치로 대중 반도체 수출통제를 강화했다. 또 인텔에 85억달러(약 11조5000억원)의 보조금 투입 계획도 발표했다.
중국은 반도체 자급률을 70%까지 높이기 위해 지난해부터 대표 기업 SMIC에 2억7000만달러의 보조금 지급을 시작했다. 아울러 정부가 지분 30% 이상 대주주로서 정부 주도의 투자 및 연구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반도체 산업 재부흥을 목적으로 소니·소프트뱅크·키옥시아·NTT 등 8개 기업이 연합한 반도체 기업인 라피더스 설립에 63억달러가 넘는 보조금을 이미 투입했고, 일본 경제산업성은 추가 지원방안까지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차전지 분야에서 뚜렷한 대표기업이 없는 미국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등을 통해 전기차 부품의 최소 50% 이상이 북미 지역에서 생산·조립된 경우 등에 한해 보조금을 지급하는 등 미국 내 생산을 유도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현재 글로벌 시장 점유율 1위인 CATL에 2011년 설립 당시부터 최근까지 각종 지원을 하고 있고, 보조금 지급 범위를 전고체 배터리 연구개발로 확대했다. 일본도 도요타에 8억5000만달러 규모의 이차전지 연구개발 보조금 지급을 결정했다.
이에 비해 한국은 반도체와 이차전지 산업에 대한 보조금 지급 정책이 현재까지 전무한 실정이다. 한국 이차전지 주요 3사인 LG에너지솔루션·SK온·삼성SDI의 세계 시장 점유율은 2021년 30.2%에서 2022년 23.7%, 2023년 23.1%로 불과 2년 만에 7.1%p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경협은 세계시장을 석권했던 한국 액정표시장치(LCD) 제품이 중국의 대규모 보조금 투입 이후부터 가격경쟁력을 상실한 데 이어,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부문에서도 위태로운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중국 정부는 2023년에 중국 대표 LCD 및 OLED 생산업체인 BOE에 4억2000만달러 규모의 보조금 및 토지·건물 무상 제공과 지방정부 출자와 같은 지원을 제공 중이다.
일본은 2012년 당시 25억달러 규모의 보조금으로 디스플레이 산업 경쟁력 회복에 나섰으나 투자 적기를 놓침으로써 2014년부터 현재까지 적자를 이어오고 있다. 한경협은 “한국 디스플레이 산업 또한 적기 지원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OLED 시장까지 중국에 주도권을 내줄 수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한경협은 생산 기반의 국내 유치와 연구개발 등을 위해 미국이 시행 중인 ‘직접 환급(Direct Pay)제도’를 실시해야 한다는 주장도 폈다. 직접 환급제도는 기업이 납부할 세금보다 공제액이 더 크거나 납부할 세금 자체가 없는 적자인 경우, 그 차액 또는 공제액 전체를 현금으로 지원하는 방식이다.
아울러 미국이 백악관 과학기술정책실장을 장관급으로 격상하고, 중국이 총리 산하 과학기술부를 국가주석이 관할하는 당 중앙위원회(중앙과학기술위원회)로 이관하는 등 경제안보 컨트롤 타워를 강화한 것을 참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첨단산업에 대한 투자는 안보는 물론 재편되는 글로벌 공급망에서 한국이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하는데 반드시 필요하다”며 “관련 기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과감한 재정지원 방안을 수립해야 하고, 일원화된 컨트롤타워를 통한 관련 법·제도 정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