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탄핵 때 234표 압도적 찬성이 헌재 전원인용 결정에 영향
"윤 탄핵 때 박빙으로 가결시켜야 헌재도 정치적 부담 줄어들어" 주장

[인더스트리뉴스 성기노 기자] 국회가 두번째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을 앞두고 있다. 1차 때는 정족수 미달로 투표 불성립이 됐지만 2차에서는 다른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1차 때 당론으로 표결 불참을 결정했던 국민의힘은 이번 2차에서는 탄핵 찬성론이 서서히 부상하고 있다.
그동안 탄핵 찬성에 소극적이었던 한동훈 대표는 윤 대통령 2차 탄핵소추안 표결을 이틀 앞둔 12일 탄핵 찬성 입장으로 돌아섰다. 한덕수 국무총리와 '당정 공동 국정운영'으로 질서있는 퇴로 구축을 주장했지만 12일 윤 대통령의 '계엄 정당성' 담화 이후 즉각적인 퇴진으로 입장을 선회했다.
하지만 한 대표의 '번복'에 대한 갈등도 심화됐다. 한 대표와 친윤계 의원들은 12일 오전 의원총회에서 정면으로 충돌했다. 한 대표는 이날 신임 원내대표 선출을 위해 소집된 의원총회에 참석해 윤 대통령의 대국민담화에 대해 "사실상 내란을 자백했다"며 '탄핵 찬성' 당론 채택을 공개 제안했다.
이에 친한계는 강하게 반발했다. 친윤계는 "무슨 말을 하는 건가" "그만하고 내려오라" "사퇴하라" 등의 항의를 하며 한 대표를 공격했다. 강승규 임종득 의원 등은 한 대표에게 발언을 중단하고 연단에서 내려올 것을 요구하며 언성을 높였다. 그러나 한 대표는"민주주의의 관점에서도 용납하지 못할 만한 대통령 담화가 나왔기 때문에 대통령의 직무를 조속히, 합법적으로 정지시키는 데 우리 당이 나서야 한다는 말씀을 당 대표로서 드린다"고 재차 강조한 뒤 연단을 내려갔다.
이렇게 한 대표가 탄핵 찬성에 강한 의지를 드러내면서 친한계를 중심으로 13일 탄핵 표결에 찬성표를 던지겠다는 의원들이 늘어나고 있다. 친한계 진종오, 한지아 의원은 12일 탄핵안에 찬성표를 던지겠다고 밝혔다. 앞서 친한계 조경태 의원과 비윤(비윤석열) 성향의 김재섭·김상욱 의원이 찬성 입장을 밝혔으며, 1차 표결에서 안철수·김예지 의원은 찬성 투표한 바 있다.
진종오 의원까지 포함하면 13일 오전까지 7명이 사실상 찬성 입장을 밝힌 것으로, 1명만 더 추가되면 2차 탄핵안은 오는 14일 본회의 표결에서 가결될 수 있다. 국민의힘 안팎에서는 윤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에서 지난 '12·3 비상계엄' 결정을 정당화하자 탄핵 찬성쪽으로 마음을 굳힌 의원들이 더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그래서 여권에서는 20여명 규모로 알려진 친한·비윤계 의원은 물론 친윤(친윤석열)계 일부에서도 찬성표가 나올 가능성이 거론된다. 1차 탄핵안이 국민의힘 의원들의 집단 불참에 따른 의결 정족수 부족으로 폐기됐던 상황 역시 이번에는 재연되지 않을 가능성이 커졌다. 2차 표결에는 참여하자는 목소리가 갈수록 커지면서 탄핵 찬반을 떠나 표결 자체에 참여해야 한다는 국민의힘 의원이 이미 10명을 훌쩍 넘어섰기 때문이다.
다만 변수는 친윤계 핵심으로 꼽히는 권성동 의원이 새로운 원내대표가 된 것이다. 권 원내대표가 기존의 '반대 당론'을 뒤집고 의원들의 '자율 투표'에 맡길지 아니면 다시 반대 당론을 채택할지에 따라 탄핵 표결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 국민의힘 일각에서는 '어차피 탄핵은 피할 수 없고 가능한 한 찬반 득표 차이를 최대한 박빙으로 만들어 이를 헌법재판소 결정에 영향을 미치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청와대 등에서 오랫동안 정치활동을 해온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윤 대통령 탄핵은 어차피 막지 못할 것이다. 이렇게 된 이상 국민의힘에서 찬성표 이탈을 최대한 막아 찬반 표 차이를 근소하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이 인사는 주장하는 근거는 지난 박근혜 대통령 탄핵 때의 상황과 비교하는 것에 있다. 2016년 12월 9일 탄핵안이 통과될 때 당시 새누리당 의원 128명중에 최소 62명이 이탈해 찬성표를 던진 것으로 파악됐다. 여당 의원들의 절반이 탄핵 찬성으로 돌아서면서 234표의 압도적 찬성으로 탄핵이 가결됐다. 이런 탄핵 찬성에 대한 압도적 분위기가 당시 8명 헌법재판관의 전원일치 인용 결정을 내리는 데도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번 윤석열 대통령 탄핵 표결 때도 박근혜 탄핵 때와 같은 압도적 찬성이 이뤄질 경우 헌재도 전원일치 인용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몇 표 차이로 아슬아슬하게 찬성 가결될 경우 헌재도 정치적 부담을 덜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럴 경우 국민의힘은 1차 때와 같이 탄핵 반대를 당론으로 내걸 가능성도 있다.
국민의힘 한 전략가는 "윤 대통령 탄핵으로 정치적 구심점을 잃고 방황하고 있지만 대통령 탄핵 가결을 최대한 근소하게 만든 뒤 야당과 권력체계 변경 등의 협상과정에서 당력을 재정비해 '윤석열 탄핵'에서 '권력구조 개편' 정국으로 프레임을 바꿔나가야 한다"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에서는 지금 이대로 계속 야당에 끌려다니고 탄핵 정국에서 헤매다 보면 다음 대선도 희망이 없다는 위기감 때문에 하루빨리 정국을 권력주조 개편 등의 '미래의제'로 바꿔나가야 한다는 주장이 고개를 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