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전기차 뇌관 된 'ICCU 결함'…정의선 '품질경영'과 엇박자
  • 서영길 기자
  • 승인 2024.12.20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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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력 집약해 선보인 ICCU, 거듭 리콜되며 EV 판매 발목
ICCU 리콜, 韓‧美 양국서 올해에만 두 차례…인도서도 리콜
문제 발생후 3년간 미해결…정 회장 취임후 외친 품질경영 무색
일각에선 전기차 캐즘 아닌 '현대차 캐즘'이라는 비아냥도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지난 1월 2024년 현대차그룹 신년회에 참석해 '한결같고 끊임없는 변화를 통한 지속 성장'이라는 새해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사진=현대자동차그룹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지난 1월 2024년 현대차그룹 신년회에 참석해 '한결같고 끊임없는 변화를 통한 지속 성장'이라는 새해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사진=현대자동차그룹

[인더스트리뉴스 서영길 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이 2021년 독보적 기술력을 집약해 선보인 통합충전제어장치(ICCU)가 오히려 지속적인 문제를 일으키며 현대차그룹 전기차 판매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일각에서는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정체)이 아닌 ‘현대차 캐즘’이라는 비아냥에, “ICCU 결함은 못 고친다”는 차량 소유자들의 우려까지 더해지며 ICCU 문제는 그야말로 현대차그룹의 뇌관이 되는 모양새다.

20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현대차‧기아‧제네시스의 전기차에서 광범위하게 ICCU 결함이 발생, 올해에만 국내에서 3월과 12월 두 차례에 걸쳐 리콜(시정조치)이 단행됐다.

국토교통부가 밝힌 리콜 사유는 “ICCU 오류로 저전압(12V) 배터리 충전이 불가하고, 이 때문에 주행 중 차량이 멈출 가능성이 있다”로 두 건 모두 동일했다.

불명의 원인으로 ICCU의 트랜지스터 등이 손상되면 12V 배터리 충전이 중단될 수 있고, 이로 인해 이른바 ’벽돌(조작 불능 상태)‘ 현상이 나타나 사고 발생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해당 결함으로 리콜을 받았어도 같은 현상이 재발한다는 점이다.

현대차그룹 차량 소유자 중 3월에 리콜을 받았지만 12월에 또다시 리콜을 받거나 받아야 하는 차량 오너가 적지 않은 상황이다. 차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만 봐도 ICCU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이들의 글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을 정도다.

ICCU는 2021년 선보인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에 장착된 장치다. 급속 충전기로 저전압 배터리를 충전하는 동시에 고전압 배터리에 저장된 전력을 저전압으로 외부에 공급할 수 있도록 하는 ’V2L‘ 기능 구현에도 필수적이다.

현대차그룹은 자사 전기차 내‧외부에서 V2L 기능을 통해 어디서든 전기를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을 내세워 광고를 제작하는 등 자체 기술에 대한 자부심도 드러낸 바 있다.

하지만 이같은 기능을 가능케한 ICCU가 고질적 문제를 일으키며 브랜드 이미지 실추는 물론, 안전 문제까지 대두시키며 캐즘에 빠져있는 전기차 시장에 또다른 악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12월 초 ICCU 결함으로 리콜 된 현대자동차 아이오닉5./자료=국토교통부
12월 초 ICCU 결함으로 리콜 된 현대자동차 아이오닉5./자료=국토교통부

◆ 정의선 “품질‧안전 확보안되면 아무 의미없어”…공염불 그쳐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이미 2021년 신년사에서부터  ’품질경영‘에 대한 신조를 강조해왔다.

당시 정 회장은 “현대차그룹의 모든 활동은 고객 존중의 첫걸음인 품질과 안전이 확보되지 않으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며 “품질과 안전에 대해서는 다른 어떤 것과 타협하지 않는 자세로 완벽함을 추구할 때 비로소 고객이 우리를 신뢰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었다.

하지만 ICCU 결함은 최초 문제 발생 후 약 3년이 지나도록 잡히질 않으며 정 회장이 외친 품질경영을 무색케 하고 있다.

실제로 현대차그룹 전기차에 장착된 ICCU 결함으로 리콜된 사례는 국내‧외를 넘나든다.

국내 사례를 먼저 보면 이달 초 현대차‧기아 양사 전기차에서만 17만8382대의 리콜 사태가 벌어졌다. 이는 국내 전기차 리콜 사례 중 역대 최대 규모다.

구체적으로 보면 현대차의 경우 아이오닉5 7만2783대, 아이오닉6 2만4483대, 제네시스 GV60 1만811대 등 5개 차종 11만9774대가 리콜 대상이 됐다. 기아는 EV6 5만8608대가 리콜됐다.

앞서 3월에도 비슷한 규모의 리콜이 진행된 바 있다. 당시 현대차 아이오닉5 등 5개 차종 11만3916대와 기아 EV6 5만6016대 등 총 16만9932대가 ICCU 문제로 시정조치 됐다.

ICCU 결함은 비단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미국, 인도 등에서도 같은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특히 미국도 한국처럼 올해에만 두 차례 대규모 리콜을 실시했다.

지난달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 리콜 보고서에 따르면 현대차는 2022~2024년형 아이오닉5, 2023~2025년형 아이오닉6, 2023~2025년형 제네시스 GV60와 GV70, 2023~2024년형 G80 등 14만5235대가 리콜됐다.

기아는 2022~2024년형 EV6 6만2872대가 리콜 대상이 됐다.

3월에는 현대차‧기아‧제네시스 전기차 14만7110대가 리콜됐다. 아이오닉과 제네시스 모델 9만8878대, 기아는 EV6 모델 4만8232대가 대상이었다.

현대차그룹이 최근 공을 들이고 있는 시장인 인도에서도 리콜 사태는 이어졌다. 인도에선 아이오닉5 1744대가 ICCU 문제로 리콜됐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전세계에 걸쳐 반복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대대적 리콜이라는 이유로 ICCU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될 수 없는 중대한 결함이라는 지적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이같은 지적에 대해 현대차그룹 측은 대처가 미흡했음을 인정하면서도 추가적 문제 발생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다양한 차량 사용 및 환경 조건에 대한 고려가 미흡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충분한 검증으로 소프트웨어 로직을 개선해 소프트웨어 업데이트시 추가 문제 발생은 없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아 오토랜드 화성 EV6 생산 라인./사진=현대자동차그룹
기아 오토랜드 화성 EV6 생산 라인./사진=현대자동차그룹

 

◆ 현대차그룹 ICCU, ’고쳐서 써야하는‘ 애물단지 전락

업계에선 현대차그룹이 ICCU가 자사 차량의 고질병 취급을 받더라도 이를 쉽게 포기할 수는 없을 것으로 전망한다.

ICCU가 현대차그룹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에 최적화 되도록 설계돼 당장 해당 부품을 대체 할만한 대체제가 없는 상황이라는 설명이다.

또 현대차그룹이 ICCU 개발을 위해 그간 투입한 시간과 금액, 리콜 사태로 인해 지출한 비용과 망가진 브랜드 이미지 등을 감안한다면 ICCU는 ’고쳐서 써야하는‘ 애물단지일 수밖에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무엇보다 이같은 노력을 뒤로한 채 ICCU를 포기하고, 또다른 장치를 개발하더라도 이런 결함이 일어나지 않으리라는 보장도 없어 현대차그룹 입장에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진퇴양난에 빠진 셈이 됐다.

현대차그룹은 ICCU라는 하드웨어를 버리는 대신 소프트웨어 강건화에 힘쓰겠다는 입장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지난 3월 리콜 시행 이후 개선 소프트웨어가 적용된 일부 차량에서 ICCU 고장이 (다시) 발생한 사례가 있었음이 확인됐다”며 “이에 현대차그룹에서는 근본 원인의 파악 및 추가 개선 대책의 개발을 위한 노력을 투입했고 일부 차량에서 발생한 ICCU 문제에 대해 추가 소프트웨어 강건화를 지속 검증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ICCU에 문제가 있는 차량은 최우선적으로 조치해 고객들의 불편함이 최소화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언급했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는 이같은 일련의 문제에 대해 “나온지 130년이 지난 내연기관차와 비교했을 때 전기차는 본격 보급된지 10여년에 불과하다”며 “전기차는 아직 해결 과제가 매우 많이 남은 분야로 ICCU 문제도 과도기적 현상으로 봐야 한다”고 진단했다.

김 교수는 “다만 현대차그룹 입장에선 ICCU로 인한 브랜드 이미지 실추를 떠나 차량 안전성 문제로 대중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는 점을 봐야한다"며 "또한 미국의 경우 천문학적인 징벌적 손해배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 등의 이유로 이 문제는 현대차그룹도 굉장히 심각한 사안으로 받아들이고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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