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풍·신세계·태영 등 영향… 대출금 규모 1위 삼성, 홍라희 관장 3400억↑

[인더스트리뉴스 한원석 기자] 국내 대기업집단의 오너일가 주식 담보 대출 금액이 8개월 만에 1조5000억원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존에 담보 대출이 없던 태영, 신세계 등이 새롭게 대출을 실행한 것을 비롯해 고려아연 경영권을 두고 분쟁 중인 영풍그룹의 대출 증가가 전체 금액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26일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가 이달 20일 기준 88개 대기업집단 중 총수가 있는 79개 그룹의 오너일가 주식 담보 현황을 조사한 결과, 42개 그룹에서 최소 1명 이상이 보유 주식을 담보로 대출을 받을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8개월 전보다 12개 그룹이 늘어난 것이다.
오너일가 588명 중 164명이 보유 주식의 35.0%를 담보로 제공하고 총 9조3747억원을 대출받았다. 이는 2024년 6월(121명) 대비 43명이 늘어나며, 담보 대출 총액도 7조9150억원에서 1조4597억원 증가했다. 주식담보 비중도 29.7%에서 35%로 확대됐다.
오너일가가 주식을 담보로 제공하는 이유로는 경영자금 마련, 승계자금 확보, 상속세 납부 등이 꼽힌다. 대주주 일가는 주식을 담보로 설정하면서도 의결권은 유지할 수 있어 경영권 행사에는 영향을 받지 않는다.
하지만 주가가 담보권 설정 가격 이하로 떨어질 경우 금융권의 마진콜로 인해 반대매매가 발생할 수 있고, 그로 인해 주가가 추가 하락할 위험이 있다. 심할 경우 경영권이 위협받을 가능성도 존재한다.
올해 대출금 증가액이 가장 큰 그룹은 영풍으로,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과 관련한 자금 확보 차원이라고 리더스인덱스는 해석했다. 영풍 오너일가 18명은 공동 명의를 포함해 총 4895억원을 대출받았으며, 담보 비중은 86.2%에 달했다.
태영과 신세계의 경우 올해 새롭게 대출을 발생시켜 상위권에 올랐다. 태영그룹의 경우 윤석민 회장(보유주식 1282만7810주)과 부친 윤세영 창업회장(26만6955주)이 공동 담보로 4000억원을 대출받았다.
신세계그룹에서는 정용진 회장이 보유 주식 796만493주 중 65%(517만2911주)를 담보로 2158억원을 대출받았다. 이는 이마트 지분 매입 자금으로 추정된다. 정 회장은 이달 14일 모친 이명희 신세계그룹 총괄회장이 보유한 이마트 지분 전량(10%)을 2251억원에 사들였다.
대출금 규모가 가장 큰 그룹은 여전히 삼성이다. 홍라희 전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물산 전략기획담당 사장이 주식 담보 대출을 받고 있다. 이들의 총 대출금은 3조2728억원으로 전년 대비 3400억원 증가했다.
홍 전 관장은 보유 주식 9978만7277주 중 절반이 넘는 5180만1809주(51.9%)를 담보로 2조1200억원을 대출받으며, 개인별 담보 대출금 1위를 기록했다. 지난해 1조7800억원에서 3400억원 증가했다. 반면 이부진·이서현 사장은 대출금 변동 없이 각각 5800억원과 5782억원을 유지했다.
이어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과 동생인 조현상 HS효성 부회장이 각각 5822억원과 1670억원을 빌리며 2번째로 주식 담보 대출 금액이 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