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터뷰] 경북도 장미정 미래첨단산업과장 “K-배터리 산업 성장… 경북의 혁신이 이끈다”
  • 이건오 기자
  • 승인 2025.03.06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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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차전지 핵심소재와 사용후 배터리 산업 적극 지원… 글로벌 경쟁력 강화

[인더스트리뉴스 이건오 기자] 경상북도는 철강, 자동차, 조선 등 전통 제조업을 중심으로 지역과 국가의 경제 성장을 견인해 왔다. 전환의 시대를 맞아 경북도는 미래 산업의 주도권을 확보하고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어갈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 

기존 산업의 경쟁력을 유지하면서도 미래 신산업 육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경북도는 단순히 낡은 산업에서 새로운 산업으로의 전환을 넘어 지역 경제의 활력을 되찾고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며, 더 나아가 대한민국 산업 지형을 바꾸는 데에 집중하고 있다.

경북도는 특히, 2023년 7월 국가첨단전략산업 이차전지 특화단지에 경북포항이 선정되면서 관련 산업 육성에 전략적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아울러 경북도 내에서 이차전지 산업이 균형 있게 확대되고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역량을 모으고 있다.

경북도 장미정 미래첨단산업과장 [사진=인더스트리뉴스]

본지는 경상북도 장미정 미래첨단산업과장을 만나 경북도의 산업 구조 변화와 미래 전망, 이차전지 산업 육성과 지원 정책 등 다양한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다.

장미정 미래첨단산업과장은 “국가 전략기술로 지정된 12대 기술 중 이차전지, 반도체, 로봇, 양자기술 분야를 중심으로 지역주도 산업 육성을 위한 종합계획 마련, 국가 R&D 사업 확보, 기업지원을 위한 산업기반 구축 등 경상북도의 혁신성장을 위한 중장기 전략사업들을 추진하고 있다”며, “특히 포항 이차전지 산업과 구미 반도체 산업의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 육성에 집중하고 있다. 계속해서 가시적인 성과를 창출하며, 지역 전통 주력산업인 철강·전자 산업을 뛰어넘을 차세대 전략산업으로 발돋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장 과장은 “지역의 강점인 기계·장비 제조업의 시너지를 높여 줄 로봇산업의 육성과 함께 미래 기술의 3대 게임체인저라 불리는 양자 산업 발전을 위한 전략 수립과 기반 마련에도 힘쓰는 등 미래 과학 산업의 주도권 확보에도 행정력을 집중하고 있다”며, “과학관 건립 및 과학축전과 같은 주민밀착형 사업을 통해 지역 주민들의 과학·기술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과학문화가 지역 사회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힘쓰고 있다”고 덧붙여 말했다. 

이차전지 산업의 캐즘이 길어지고 있다. 지역 상황은 어떠한가?

이차전지 산업은 미래 모빌리티의 핵심 동력으로 빠르게 성장해왔다. 그러나 최근 글로벌 전기차 시장이 ‘캐즘(Chasm)’에 빠지면서 성장세가 다소 주춤한 상황이다. 여기에 트럼프 행정부 출범에 따른 불확실성까지 더해지며 업계 전반에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전기차 시장의 둔화는 이차전지 소재를 생산하는 지역 기업들에게도 연쇄적인 타격으로 이어지고 있다. 예를 들어 포스코퓨처엠은 포항 블루밸리 국가산업단지에 입주 예정이었던 중국 합작법인 투자 철회, 구미 소재 양극재 공장 매각 등을 추진 중이다. 에코프로비엠 또한 CAM9 신규 공장의 증설 완공 시점을 연기하고, 포항 블루밸리국가산단 내 설비와 투자 규모를 조정하는 등 신중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제사회의 탄소중립 기조, 차세대 배터리 개발, 충전 인프라 확대 등 장기적인 관점에서 볼 때 이차전지 산업의 성장 가능성은 여전히 유효하다. 많은 전문가 역시 시장의 우상향을 전망하고 있다. 무엇보다 현재의 성장통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국가와 지방정부 차원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라고 생각한다.

장미정 미래첨단산업과장이 한국로봇융합연구원 사업추진 현장을 살피고 있다. [사진=경북도]

이차전지 산업에서 경북도만의 강점이 있다면?

K-배터리가 세계 시장에서 주도권을 이어갈 수 있었던 데에는, 배터리 핵심 소재인 양극재 생산의 글로벌 거점으로서 경북이 든든한 역할을 해온 점이 큰 기여를 했다고 볼 수 있다.

양극재는 이차전지 가격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핵심 소재로 배터리의 성능을 좌우한다. 경북은 국내 최대의 이차전지 양극재 생산지로, 에코프로와 포스코퓨처엠이라는 양대 앵커기업이 중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에코프로는 삼원계 배터리 양극재 출하량 세계 1위 기업으로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2019년 포항 영일만산업단지와 블루밸리국가산업단지가 배터리 리사이클링 규제자유특구로 지정되면서, 사용후 배터리의 재사용·재활용 실증 거점으로 자리 잡은 것도 큰 강점이다.

이 사업을 통해 총 2조8,258억원의 투자유치와 2,596명의 신규 고용을 달성했으며, 중소벤처기업부로부터 4년 연속 ‘우수 특구’로 지정돼 에너지머티리얼즈, 우전지앤에프, 해동엔지니어링 등 전후방 기업들이 잇따라 경북에 자리를 잡아 경고한 생태계를 구축했다. 

이를 통해 폐배터리 및 광물에서 원료를 추출·가공해 전구체와 양극재로 이어지는 전주기 밸류체인이 구축됐으며, 이러한 생태계를 바탕으로 2027년까지 13조5,000억원 규모의 대규모 투자 유치 협약이 체결되는 등 미래 전망을 더욱 밝히고 있다.

경북포항이 2023년 7월 이차전지 특화단지로 지정됐다. 이후 지역산업에 어떠한 변화가 있었나?

2023년 7월, 경북포항의 블루밸리국가산업단지와 영일만일반산업단지가 약 300만평 규모의 이차전지 특화단지로 지정되며, ‘2030년 이차전지 글로벌 초격차 선도를 위한 양극재 연간 100만톤 생산’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산·학·연·관이 협력하고 있다.

경북도는 경제부지사와 포항시장을 공동 단장으로 특화단지추진단을 구성하고 △인프라 구축 △초격차 기술개발 △산업 생태계 확립을 3대 전략으로 세우고, 9개 실행계획과 26개 세부 과제를 연차별로 추진하고 있다.

특화단지 지정 후 가장 큰 변화는 기업 지원 인프라의 빠른 확충이다. 공업용수·전력 공급을 위한 국가수도기본계획 변경 및 변전소 신·증설, 지하관로 설치 등 국비 예산을 확보해 기업이 앞당겨 입주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고 있다. 

또한, 기술혁신을 위한 국가 R&D 공모사업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배터리 화재예방 안전성 강화를 위한 ‘고안전성 하이니켈 단결정화 제조기술 개발’과 저부피 팽창형 미드니켈 초장수명 원천소재 개발을 위한 ‘글로벌 협력지원’ 등 이차전지 신소재 개발을 위해 국내외 대학과 연구기관, 기업들이 협력해 차세대 소재 개발을 위한 연구개발을 진행하고 있으며, 이차전지 생태계 경쟁력 강화 사업을 위한 정부 주도의 예타 사업도 기획하고 있다.

아울러 산업단지 계획 변경이 패스트트랙으로 처리되고, 입주 전 부지 평탄화 공사를 선제적으로 시행하고 사후 입주기업이 비용을 부담토록 하는 등 기업 애로사항이 해소되고 있다. 최근에는 도지사가 직접 기업 간담회를 주재하며 침체에 빠진 업계를 살리는 데 각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첨단산업정책팀, 이차전지팀, 로봇팀 등으로 구성된 경북도 미래첨단산업과 직원들이 모여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인더스트리뉴스]

이차전지 산업 분야 인력 부족 해소를 위한 지자체 차원에서의 노력은 어떻게 이뤄지고 있나?

수도권 인구 집중으로 첨단산업 분야의 인력 부족 현상이 심화되는 가운데, 경북도는 이차전지 산업 맞춤형 인재 양성을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적극 대응하고 있다.

먼저 지난해 9월 포스텍(포항공과대학교)에 ‘이차전지 특성화 대학원’을 개원해 매년 45명의 글로벌 톱티어 석·박사급 인재를 양성하고 있으며, 2029년까지 총 225명을 배출할 계획이다. 이는 초격차 기술 개발의 중요한 밑거름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지난해 대구·경북·부산·경남 등 경상 권역 전체를 아우르는 ‘남부권 배터리 아카데미’를 개설해 5년간 예비취업자와 재직자 1,710명을 교육함으로써 이차전지 현장 인력 부족 문제 해결에 기여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아울러 포항흥해공업고등학교는 지난해 이차전지 분야 특성화고로 지정돼, 올해부터 5년간 700명의 맞춤형 실무 인재를 배출할 예정이다. 기업 현장에 즉시 투입할 수 있는 교육과정을 운영해 현장 적응력을 높이는 것이 목표다. 이와 함께 K-U시티 인력양성 개발사업을 도내 5개 대학 및 2개 고등학교와 협력해 진행 중이며, 지난해에만 300여명의 교육생을 배출했다. 

이처럼 경상북도는 산·학·연 협력을 통해 이차전지 산업 현장에 최적화된 인재를 양성하며, 지역 기업들의 인력난 해소에 앞장서고 있다.

사용후 배터리 산업 육성을 위한 경북도 차원의 전략이 있다면?

정부는 지난해 7월, ‘사용후 배터리 산업 육성을 위한 법·제도·인프라 구축방안’을 발표하고, 2030년 전후로 10만개 이상 배출될 전기차 사용후 배터리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

경북은 2019~2023년 배터리 리사이클링 규제자유특구를 성공적으로 운영하며 관련 노하우를 축적해 타지역 대비 경쟁 우위를 확보했다. 특히 포항의 이차전지종합관리센터는 대구·경북 지역의 사용후 배터리 거점 수거, 성능·안전성 평가, 재사용·재활용 산업 육성을 위한 네트워크 운영 등 핵심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아울러 환경부의 녹색융합자원순환 클러스터로 지정된 포항 블루밸리산단에는 올해 6월까지 전기차 사용후 배터리 자원순환 클러스터가 구축될 예정으로, 배터리 재활용 핵심기술 개발과 실증 테스트베드 역할을 하게 된다. 

이와 함께 클러스터 인근에는 국비 지원사업으로 인라인 자동평가 설비를 올해 12월까지 준공해, 현재 하루 1대 수준인 배터리 성능 평가 처리 규모를 150대로 확대하고 ‘회수→성능평가→보관→매각’까지 원스톱으로 처리하는 국가 차원의 컨트롤 타워를 조성할 계획이다.

구미에서도 배터리 구독 기반의 정보 수집·이력 관리부터 KC인증까지 연결되는 BaaS(Battery as a Service) 실증 기반 구축이 진행 중이며, 배터리 재사용 핵심 기술인 전주기 데이터 기반 전기차 배터리 진단 플랫폼 구축을 위한 국가 공모사업도 만전을 기하고 있다.
이처럼 경북은 사용후 배터리 산업 육성을 위한 체계적인 인프라와 연구 기반을 마련하며, 미래 배터리 시장을 선도할 준비를 갖추고 있다.

향후 목표 및 계획은?

경북은 포항뿐만 아니라 구미, 김천, 칠곡 등 여러 지역에 걸쳐 130여개의 이차전지 관련 기업과 혁신기관이 자리하고 있으나, 산업 역량은 주로 포항에 집중돼 있다.

이에 미래첨단산업과는 경북도 이차전지 산업의 지역별 강점을 하나로 모아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는 마스터플랜을 수립 중이다. 예를 들어, 포항의 사용후 배터리 고속평가 결과를 동해안 풍력발전과 연계한 ESS 실증, 경산·경주·영천의 자동차 부품 생산 벨트와 연계한 모빌리티 실증, 군수·선박·농기계 등에 탑재할 특수목적용 배터리 개발 및 실증 등이 포함된다. 이러한 실증 사업들은 이차전지 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전 산업 분야로의 확산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이러한 청사진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현재 이차전지 산업이 직면한 여러 도전 과제를 극복해야 한다. 캐즘 현상은 일시적이지만 중국의 기술 추격, 일본의 패권 회복 시도, 미국의 보호무역 강화 등은 대한민국 이차전지 산업에 중대한 위협이 될 수 있다.

대한민국은 1998년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20년 코로나 팬데믹 등 수많은 위기를 극복하며 성장해 왔다.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경북은 지속적인 혁신과 전략적 대응을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유지하고, 새로운 기회를 창출해야 한다. 이를 통해 대한민국 이차전지 산업이 더욱 발전하고 글로벌 시장에서 확고한 입지를 다질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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