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스트리뉴스 이건오 기자] 글로벌 이차전지 산업의 급속한 성장 속에 기술 혁신과 전문 인재 양성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한국전지학회는 산학연 협력을 통한 이차전지 분야의 발전을 선도하고, 기술 개발과 인재 양성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본지는 한국전지학회 제19대 회장에 취임한 오은석 교수를 인터뷰하기 위해 울산대학교로 향했다. 50년 역사를 자랑하는 울산대학교의 1호 건물에 자리한 오은석 회장 사무실에 마주 앉아 국내 이차전지 산업의 발전 방향과 연구개발 동향, 인재 양성을 위한 노력 등 다양한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다.

오 회장은 계면 내 이동현상 및 이차전지용 고분자 바인더 소재 연구에서 국내외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는 전문가로, 차세대 배터리의 성능 향상과 안정성 증대에 크게 기여해 왔다. 울산대 저탄소그린에너지사업단장, 중견기업 지역혁신얼라이언스사업단장, 이차전지인력양성센터장 등을 역임하며, 저탄소 그린에너지와 이차전지 분야의 학부 교과목 설계는 물론 산업 수요에 부응하는 맞춤형 인재 양성에도 앞장서고 있다.
오 회장은 “배터리 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단순한 생산 확대를 넘어서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중소기업 소재 공급망 생태계를 활성화해 대기업 중심 구조의 리스크를 보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차전지 관련 기업들과 연계한 체계적인 인력 양성 고도화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국전지학회 회장 취임 소감은?
한국전지학회 제19대 회장의 중책을 맡게 돼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이차전지 산업은 이제 단순한 기술 개발 수준을 넘어, 국가의 전략 산업이자 글로벌 경제 흐름의 핵심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러한 중요한 시점에 학회를 이끌게 돼 매우 영광으로 생각하고 있다. 아울러 학문적 깊이와 산업적 실효성 모두를 아우를 수 있도록 학회를 소통과 협력의 플랫폼으로 발전시켜 나가도록 노력하겠다.
그간 이차전지 산업 분야에서의 활동 내용은?
다년간 산업체에 몸 담으며 이차전지 소재의 상업화 전 과정을 직접 수행한 경험이 있으며, 현재는 대학에서 리튬이차전지 소재 연구에 주력하고 있다. 특히, 고용량 실리콘 음극소재와 이에 최적화된 고분자 바인더 개발을 핵심 연구 주제로 삼아, 차세대 이차전지 기술의 난제 해결에 기여하고자 노력해 왔다. 아울러 재활용 가능한 양극 소재, 건식 전극 공정 등 실용성과 지속가능성을 겸비한 기술 개발을 목표로, 산학연 공동연구 및 기술이전 활동도 활발히 수행해 왔다.
최근에는 산업통상자원부의 지원을 받아 지역 중견기업들과 연계한 중견기업 지역혁신얼라이언스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이를 통해 채용연계형 고급 연구인력 양성에도 힘쓰고 있으며, 실제로 다수의 석·박사 인재들이 중견기업에 성공적으로 취업하고 있다.
이차전지 산업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전문인력 양성이 병행돼야 한다. 이러한 취지에서 대학 내 이차전지 융합 전공을 신설했으며, 한국배터리산업협회가 주관하는 배터리아카데미 사업에서는 예비취업자 대상의 ‘배터리셀 설계 및 평가’ 교육과정을 총괄하고 있다.
연구자이자 교육자로서, 기술 개발과 인재 양성이라는 두 축을 균형 있게 강화해 이차전지 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기반 마련에 역할을 다하도록 하겠다.
국내외 이차전지 시장 확대와 산업 흐름에 대한 의견은?
최근 ‘이차전지 캐즘(Battery Chasm)’이라는 표현이 많이 사용된다. 산업 전반에 일시적인 성장 둔화와 투자 조정의 흐름이 나타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전체적인 흐름을 보면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지속적인 성장, 그리고 ESS, 모바일, 항공우주 등 다양한 응용 분야의 확장으로 인해 이차전지 수요는 중장기적으로 계속 증가하고 있다.
우리나라 배터리 기업들은 기술력과 대량생산 능력 면에서 세계적으로 선도적인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원자재 확보, 공정 혁신, 가격경쟁력 확보 등 여러 과제에 대해 지속적인 기술적·전략적 혁신이 요구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특히 미국, 유럽, 중국 등 주요 국가들이 배터리 공급망의 자국화 전략을 본격화하고 있는 만큼, 이에 대한 선제적 대응과 글로벌 파트너십의 다변화가 매우 중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아울러 현재의 일시적 조정 국면을 기술적 도약의 기회로 삼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본다. 소재의 국산화 및 내재화, 전고체전지, 건식 전극 공정 등 차세대 이차전지 기술 개발은 미래 산업 생태계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필수 조건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혁신 분야에 대한 집중적인 연구개발과 선도적 투자가 더욱 절실한 시점이라고 보고있다.

한국전지학회를 어떠한 방향으로 이끌어 갈 계획인지?
한국전지학회장 임기는 1년이다. 비록 짧은 기간이지만 학회의 정체성과 위상을 한 단계 도약시키는 출발점을 만들어 보고자 한다. 무엇보다 국내를 넘어 국제 학회로서의 입지를 본격적으로 강화하기 위해 한국전지학회 창립 이래 최초로 국제 전지학술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또한, 국내 배터리 산업의 대중적 인지도와 기술 확산을 위해 국내 배터리 박람회와 연계한 ‘한국전지학회 포럼’을 개최할 계획이다. 이러한 노력은 단순한 학술 행사를 넘어, 대한민국 이차전지 산업의 세계적 위상에 걸맞은 명실상부한 글로벌 전지학회로의 도약을 의미한다. 향후 학회의 활동이 국내외 배터리 생태계의 구심점이 될 수 있도록 실질적이고 지속가능한 기반을 마련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
최근 가장 주목하고 있는 이차전지 산업 분야 연구 주제는 무엇인가?
소재와 공정은 배터리 기술의 중심축이다. 특히 고에너지 밀도, 장수명, 안전성을 동시에 확보하려면 리튬금속, 고체전해질, 실리콘계 음극, 재활용 기반 소재, 건식 전극 공정과 같은 혁신 기술이 필수적이다. 아울러 소재 개발뿐만 아니라 이를 빠르게 양산 기술로 전환할 수 있는 스케일업 능력도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차전지 산업이 지속가능한 먹거리 산업이 되기 위해 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은?
배터리 산업의 지속가능성을 위해서는 단순한 생산 확대를 넘어 자원순환 체계, 전 주기적 탄소배출 관리, 지속가능한 소재 개발이 핵심이다. 이와 함께 중소기업과 소재 공급망 생태계를 활성화해 대기업 중심 구조의 리스크를 보완해야 한다.
아울러 인력 양성 체계의 고도화도 중요하다. 이차전지 관련 기업들과 연계해 실험 기반 실무형 배터리 분야 인재를 더욱 체계적으로 양성해야 할 필요가 절실하다.
한국전지학회의 2025년 계획과 향후 중점 추진 사업 내용을 소개한다면?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2025년에는 한국전지학회의 기능을 고도화하고, 국제적인 위상이 제고되는 학회로 도약하고자 한다. 오는 6월 26일부터 사흘간 개최되는 춘계학술대회와 11월 ‘배터리 아시아 쇼’와 동반 개최되는 추계학술대회를 성공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아울러 9월 경 개최가 예정된 차세대 전지 주제 국제 심포지엄 개최 및 글로벌 공동 세션 확대, 국내 배터리 박람회와 연계한 이차전지 포럼 개최 등에도 집중한다. 뿐만 아니라 한국전지학회지의 한국학술지인용색인(KCI, Korean Citation Index) 등재도 준비 중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