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이상 득표율 미달성 확신 설 경우 단일화 응하며 실리 챙길 가능성
'단일화는 정치공학적' 소신 지키며 효과도 커지 않다는 판단 땐 완주할 수도

[인더스트리뉴스 성기노 기자]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가 단일화 여부와 관련해 ‘잠그기’에 돌입했다. 그는 2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정치공학적 단일화 이야기 등 불필요한 말씀을 주시는 분들이 많아 모든 전화에 수신 차단을 설정했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의 단일화 논의 제안에 강하게 거절 의사를 밝힌 것이다.
그 후 학생들과 학식 먹기 행사를 위해 인천 인하대를 찾은 자리에서도 “공신력 있는 여론조사에서 10%대의 지지율이 나오기 시작했다. (지지율 상승) 속도가 가속화할 것”이라며 단일화를 재차 거부했다.
이준석 후보가 이렇게 강하게 단일화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여러 차례 강조하자 일각에서는 “단일화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정치 계산에 빠른 이 후보가 ‘이준석의 정치와 가치’를 지향하며 끝까지 완주할지에 대해서도 여전히 의구심을 가지는 사람들도 많다.
일단 이준석 후보에게는 2번의 기회가 있다. 단일화의 1차 데드라인은 투표용지 인쇄가 시작되는 25일 전인 24일 자정까지다. 24일까지 단일화를 이루지 못하더라도 대선 사전투표(29~30일)가 시작되기 전인 28일까지 2차 데드라인이 형성될 수 있다. 이 후보는 이 2번의 데드라인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다.
이 후보로서는 단일화를 하더라도 최대한 자신의 몸값을 높이고 정치적 실리를 극대화한 뒤 실행에 옮길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지금으로선 이준석 후보가 어떤 선택을 할지 오리무중이다. 하지만 이 후보 앞에 놓인 2개의 선택지 중 어떤 것이 이준석의 앞날에 더 꽃길을 만들어줄지 예상해볼 수는 있다.
먼저 단일화에 응해주는 경우다. 현재 이준석 후보 캠프측 분위기는 겉으로는 단일화에 단호하게 반대하는 기류가 팽배하지만 속내를 보면 실리를 챙겨야 한다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이런 ‘내적 갈등’이 흘러나오는 것은 물론 득표율 예측이다.
현재 이 후보의 지지율은 10%대 아래로 계속 쳐져 있다. 22일 나온 한 여론조사 결과는 10%에 처음 턱걸이 했다. 이 후보는 이에 대해 ‘공신력 있는 기관의 조사에서 10%대가 나왔다’며 의미를 부여하지만 깜짝 반등일 수 있다.

이 후보가 10%대 지지율을 믿고 끝까지 완주했음에도 대선 득표율이 10%를 넘지 않으면 선거비용 절반도 보전받지 못한다. 물론 15% 이상 득표하지 못해 전액도 보전받을 수 없다. 단일화에 응하지 않은 대가는 ‘완주 기록’뿐이다. 이는 돈도 잃고 보수 분열의 원인 제공자라는, 게도 잃고 구럭도 잃는 최악의 선택이다.
일각에서는 이준석 후보가 10%대 득표율을 기록하지 못한다는 ‘확신’이 들면 단일화에 응해줄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대선 이후 정계개편 과정에서 국민의힘과의 합당을 전제로 ‘당권’을 먹는 달콤한 대안이 더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그런데 이준석 후보는 국민의힘 친윤석열계 인사들이 차기 당권을 대가로 김문수 후보와의 단일화를 제안받은 카드를 까버렸다. 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은 해당 행위가 공직선거법상 ‘후보자 매수 및 이해유도죄’에 해당한다며 김문수 후보와 관련 인사를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이준석 후보는 ‘단일화 조건 당권’ 제안에 대해 “당권이라는 것을 이야기할 계제가 아니다”라며 그 가능성을 일축했다. 또한 이준석 후보는 “당권에 환상이 없다”고 덧붙이며 단일화 제안을 거부하는 입장을 명확히 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이 후보가 단일화-당권 제안 패를 까버린 것은 사실상 돌아갈 다리를 불살라 버린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더 이상 국민의힘의 단일화 ‘완력’에 굴하지 않고 협상 카드마저 공개해 논란을 차단해 버리려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다른 설도 있다. 국민의힘 한 전략 관계자는 “김문수-이준석 후보 간 협상 과정에서 어차피 단일화의 수용 여부를 가를 국민의힘의 조건이 흘러나올 수밖에 없다. 이 후보가 그 조건과 대가를 공개했다고 해서 가능성이 사라진 것이 아니다. 오히려 단일화의 타협 조건을 간명하게 만드는 효과가 있다”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유상범 의원은 ‘단일화-당권’ 제안에 대해 ‘협상의 기술’이라고 표현하며 사실상 인정하는 발언을 했다. 국민의힘으로서는 여전히 이 후보와의 단일화에 대해 미련이 남아 있는 것이다.
앞서의 전략 관계자는 “어차피 대선에서 질 바에야 그 후의 정계개편 과정이 보수의 몰락이 아니라 재건에 방점이 찍힐 수밖에 없고 그럴 경우 이준석, 한동훈 등의 젊은 주자들간의 경쟁으로 살길을 도모하는 게 낫다. 이 과정에서 은퇴를 했지만 여전히 대선 판 주변을 맴돌고 있는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당 장악도 거론되지만 가능성이나 명분은 ‘세대교체’를 통한 재건에 무게가 실리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단일화의 최대 변수는 만약 그것이 성사될 경우 누가 더 정치적 이득을 볼 것인지 따져보는 것이다. 김문수 후보 입장에서는 ‘1+1’이 돼도 이재명 후보를 이길 가능성이 희박하다면 굳이 이준석 후보를 영입해 대선 후의 파이를 나눠 먹을 필요가 없다. 반면 이준석 후보로서는 10% 이상의 득표율 가능성이 오락가락하는 상황이라면, ‘보수 대통합의 밀알’이라는 정치적 명분과 잘 되면 당권까지 먹을 수 있는 당근이 더 맛있을 수 있다.

그럼에도 이준석 후보에게는 단일화에 응하지 않는 2번째 옵션도 있다. 이 후보가 단일화라는 정치공학을 끝까지 거부하고 10%대 이하의 득표율을 감수하고 장렬하게 ‘전사’할 경우, 이는 이번 대선의 최대 미스터리가 될 전망이다.
이준석 후보는 그동안 일관되게 ‘정치공학적 단일화는 의미가 없다“는 자세를 견지해 왔다. 그가 모든 희생을 감수하면서까지 소신을 끝까지 지킨다면 단일화에 응할 이유가 없다. 자신의 정치적 미래를 위해서라도 그 정체성과 소신을 지키려 한다면 단일화는 물 건너 간다.
그가 여전히 ’동탄 3자 대결‘ 승리에 대한 확신을 가지고 있다면 단일화에도 매력을 느끼지 못할 것이다. 또한 김문수 후보와 단일화를 하더라도 이재명 후보를 이기기는 어렵다는 계산이 선다면 굳이 이 후보도 억지 단일화를 할 이유가 없다.
그럼에도 ‘공학’을 전공한 그의 머릿속에는 명분과 소신보다 실리의 회로가 더 빨리 돌아갈 것이라고 내다보는 사람들도 있다. 이준석 정치는 ‘속도보다 방향’이 아니다. 이준석에게 중요한 건 일관된 노선이 아니라 순간의 전술과 계산이다. 이준석은 대화와 타협이 아니라 분열과 배제의 갈등 구조 속에서 자신을 부각시킨다. ‘갈라기치 천재’ 이준석이 젊은 정치를 대변하고 희생을 감수하면서 완주를 하는 것은 이율배반적이고 형용모순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과연 이준석은 어떤 결정을 하게 될까. 1차 데드라인은 24일, 2차는 28일까지다. 이번 대선의 최대 흥행 포인트는 이준석의 단일화 선택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