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이재명, 문재인 전 대통령-권양숙 여사 오찬 백브리핑 취재후기
  • 성기노 기자
  • 승인 2025.05.23 16: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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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소 협소 등 고려해 기자 15명 '사다리타기'로 뽑혀 이 후보 백블 참석
李 "정치가 상대를 제거, 혐오, 증오하며 국민을 분열시키고 있다" 토로
후보들, 몇 분 간 행사 위해 수시간 이동 강행군 하며 국민들 만나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고 노무현 전 대통령 16주기 추도식이 열린 23일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 권양숙 여사와 오찬을 하고 있다. /사진=더불어민주당 제공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고 노무현 전 대통령 16주기 추도식이 열린 23일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 권양숙 여사와 오찬을 하고 있다. /사진=더불어민주당 제공

[인더스트리뉴스 성기노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대선 지지율 1위를 공고히 유지하고 있다. 10여일 남은 대선에서 당선이 유력하다. 그래서 기자들의 관심도 뜨겁다. 이재명 후보가 제주, 양산 일정을 거쳐 5월 23일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6주기를 맞아 봉하마을을 방문해 참배할 것이라는 공지가 언론인방에 뜨자 기자들이 대거 취재지원을 했다. 

민주당 공보단은 애초 대형버스 1대를 준비했으나 취재 지원 기자들이 늘어나자 버스 1대를 추가로 준비했다. 기자들은 각자 KTX 등으로 창원역까지 이동한 뒤 그곳에서 민주당 버스를 타고 봉하마을로 이동했다. 가는 도중에 이 후보가 노 전 대통령 묘소 참배를 한 뒤 권양숙 여사와 오찬을 하기로 했다는 공지도 나왔다. 

하지만 취재진이 너무 많아 이재명 후보가 직접 참석하는 오찬 백브리핑(백블)에는 15명의 펜 기자만 출입이 가능했다. 손을 드는 지원자가 20여명이 넘어서자 공보단 이주용 현장지원팀장은 익숙한 듯 '사다리 타기'를 제안했고 기자도 5번 마지막 시도 끝에 당첨되는 행운을 안았다. 

기자들이 경호원들의 소지품 점검 등을 받은 뒤 사저로 향하는 길을 걸어가고 있다. /사진=성기노 기자

기자 풀단은 다수의 기자가 한꺼번에 들어갈 장소가 협소하거나 행사 진행의 편의성 등을 고려해 민주당측이 결정한다. 풀단에 뽑힌 기자는 인터뷰 내용과 보고 들은 모든 내용을 자세히 기록해 '풀단 단톡방'에 공유를 한다. 기자를 대표해서 취재를 하기 때문에 잘못 들은 내용을 써서 혹시 실수를 하게 되면 공유된 그 글을 다른 기자들이 보고 바로잡아 주기도 한다.  

12시 경 사저 앞에 기자들이 모였다. 권 여사 사저가 경호실 보안구역이라 경호원들이 일일이 기자들의 소지품 등을 검사한 뒤 입장이 가능했다. 사저에 이르는 60여m의 길을 따라 들어서자 권양숙 여사 사저가 모습을 드러냈다. 별채 2개에 잔디가 깔린, 소담하고 아담한 건물이었다. 

2008년 당시 한나라당 원내대표였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이 '노무현 사저'를 아방궁이라고 공격했던 게 떠올랐다. 정치라는 것이 얼마나 말의 허상과 부풀림에 현혹되고 악용되는지 평범한 사저를 보면서 느꼈다.

기자들이 기다리는 사이 이재명 후보가 모습을 드러냈다. 조승래 수석 대변인을 비롯해 이춘석 김영진 박성준 이해식 강유정 의원 등이 뒤를 따랐다. 이 후보의 표정은 굳어 있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16년 기일이기 때문에 그렇기도 했겠지만 이 날도 이 후보는 '정치의 본질적 역할'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하며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권양숙 여사 사저는 두 채로 구성된 소담한 모습이었다. 기자들이 백블을 위해 준비중이다. /사진=성기노 기자

이 후보는 기자들 질문이 나오기 전에 먼저 입을 열었다(아래 사항은 사저 오찬 풀단이 공유한 내용 그대로 전재한 것임). 

"모두 아시는 것처럼 오늘은 노무현 대통령께서 정치검찰 탄압 때문에 서거하신지 16주기 되는 날입니다. 반칙과 특권없는 사람 사는 세상을 추구하셨고, 대한민국 정치에 새로운 획을 그은 큰 업적도 남기셨습니다. 또 한미 FTA를 통해서 대한민국이 통상국가로 세계로 진출하는 그런 계기도 만드셨습니다. 그러나 역시 5월 23일이 될 때마다 가슴 아픈 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 노무현 대통령님 추모하면서....(목이 멘듯) 국민이 주인으로 존중받는 국민이 행복한 진짜 대한민국 진정한 민주공화국을 꼭 만들어야겠다는 그런 다짐을 하게 됐습니다."

기자 질문) 문재인 대통령께서 대선 관련해서 어떤 당부 있었는지 검찰 기소 관련해서도 따로 언급이 있었는지요.
이재명 후보)음... 지금이 대한민국의 운명을 정하는 정말 중요한 국면이라는 말씀을 해주셨고 국민의 뜻이 제대로 존중되는 제대로 된 나라를 만들어야 되지 않겠나, 큰 책임감을 가져달라 말씀하셨습니다.

기자 질문) 아까 노무현 전 대통령 참배하실 때 눈물을 훔쳤는데 어떤 생각했고 권양숙 여사께서 대선 관련 조언 내지 당부 말씀 있었요.
이재명 후보) 요즘 정치가 정치가 아닌 전쟁이 되어 가는 거 같아서 마음이 많이 불편했습니다. 정치라고 하는 게 공존하고 상생하고 대화하고 타협해서 국민적 통합을 이끌어가는 것인데 지금은 상대를 제거하고 적대하고 혐오하고 이래서 결국 통합이 아니라 국민들을 오히려 분열시키는 양상으로 가고 있습니다. 정치에서 상대방을 인정하는 것, 존재를 존중하는 것 그게 가장 기본인데 결국 상대를 제거하려 하는 그런 정말로 잘못된 그런 움직임에...아니죠 뭐, 역사적으로 여러번 있었죠. 희생자 중 한분이 노무현 대통령이십니다. 지금의 정치상황을 생각해보면 그런 최악의 상황에서 결국 한발도 나가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 다시 돼 버린 거 같아서 그런 점에서 여러가지 감회가 있었습니다.

기자 질문) 권양숙 여사 관련은.
이재명 후보) 권양숙 여사님은 건강해 보이시고 또 그래도 우리 국민들의 힘으로 희망이 있지 않느냐, 그런 말씀해주셨습니다.

이재명 후보가 백블 전에 조승래 수석대변인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성기노 기자

기자 질문) 한국갤럽 후보님 45% 김문수 36% 이준석 10% 보였는데 지지율 격차 줄어든 거 어떻게 보는지, 그리고 김문수 이준석 합치면 후보 지지율 높아서 단일화 진행 전망 대응 전략 있는지.

이재명 후보) 후보 입장에서야 언제나 최선을 다할 뿐이죠. 이준석 후보는 글쎄 결국 내란 세력과 단일화에 나서지 않을까라는 그런 예측이 되긴 합니다(이날 대부분의 언론은 이 후보의 이준석 단일화 언급을 톱 제목으로 뽑았다). 글쎄요, 결국 우리 국민들께선 내란 세력과 또 헌정수호세력 중에 선택을 하실 것으로 믿습니다

이 후보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여기까지만 합시다"라며 다시 사저로 들어갔다. 아마도 권 여사와의 못다한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서인 것 같았다. 이 후보가 들어가면서 조승래 수석대변인이 불충분한 내용을 브리핑하기 위해 나섰다. 

기자들의 첫 질문은 문재인 전 대통령 기소였다. 이 후보가 문 전 대통령을 만난 건 지난 1월 30일 당 지도부와 경남 양산시 평산마을을 찾은 이후 약 4개월 만이다. 그 사이 문 전 대통령은 지난달 24일 사위의 항공사 특혜 채용 의혹과 관련해 뇌물수수 혐의로 기소됐다. 이 후보는 전날 경남 양산시 유세에서 문 전 대통령 기소를 언급하며 “(검찰이) 제정신인지 이해가 안 간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조승래 대변인은 이에 대해 "지난 3년 동안 대한민국에 여러 시스템 많이 무너져 내렸고 이로 인해서 국민들의 감정의 골 갈등의 골이 너무 깊어졌다. 혐오와 적대감이 키워졌다. 이걸 극복하고 통합하는 게 가장 큰 과제이다. 그리고 혐오와 적대감을 키우는 과정에서 검찰권의 남용이라는 것이 매우 큰 역할을 했다라는 게...그런 정도 대화 나누셨고 직접적으로 기소 관련 말씀은 나누지 않았다"라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23일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을 방문해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 참배 및 헌화를 마친 뒤 눈물을 훔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재명 후보는 이날 노무현 전 대통령 묘소를 참배하면서 눈물을 흘려 세간의 관심을 모았다. 대선을 앞두고 노 전 대통령 서거 추도식이 거행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과 탄핵 등으로 조기에 대선이 치러지는, 국가적 위기 상황인 만큼 이 후보의 책임감도 남달랐을 것이다. 

이재명 후보 사저 만남 백브리핑 이후 기자단 버스는 서둘러 부산역으로 향했다. 일정이 조금 일찍 끝나 역으로 가는 버스 안에서 공보단이 기자들에게 '자장면, 짬뽕, 볶음밥' 중 택1 주문을 미리 받았다. 대선 후보들이나 기자들이나 전국을 다니며 몇 분간의 행사와 모임을 위해 몇 시간씩 이동하고 준비를 하는 강행군이 계속 되고 있다. 

기자도 서울로 가는 만석의 KTX에서 기사를 작성했다. 선거에 임하는 후보들이나 그것을 기록하는 기자들이 아무리 바빠도 좋으니 이번만큼은 제대로 된 후보를 뽑아 '고생해도 보람을 느끼는' 취재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건, 백블에 참가한 15명 기자 모두가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권양숙 여사 사저 마당 전경. /사진=성기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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