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화재 주가 DB손보의 4배, 현대해상의 17배 수준
주가 높아 개인 투자자의 거래실적, 경쟁사 대비 저조

[인더스트리뉴스 홍윤기 기자] 보험업계 규제 완화와 새 정부 출범에 따른 정책 변화에 대한 기대감으로 보험사들의 주가가 동반 상승하고 있다. 특히 손보업계 대장주인 삼성화재의 경우 외국인 투자자들이 최근 한달간 순매수를 기록하면서 주가 상승을 견인하는 맏형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하지만 개미 투자자들의 삼성화재 주식 거래량은 경쟁사인 DB손해보험과 현대해상과 비교할 때 현저히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 삼성화재 주가가 DB손해보험의 4배, 현대해상의 17배에 이를 만큼 높은 편이어서 개미 투자자들이 매수 의욕은 높으면서도 투자를 머뭇거리는 등 부담을 느끼고 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최근들어 삼성화재 주식의 '액면분할 가능성'에 대해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특히 개미 투자자들에 대한 지원을 약속한 이재명 정부의 출범으로 액면분할 기대감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화재 주식은 전날 전거래일 대비 6000원(1.38%) 오른 주당 44만원에 장을 마감했다. 올해 첫 개장일인 1월 2일 종가 35만5000원과 비교하면 23.76% 올랐다.
최근 보험업계는 이재명 정부 출범에 따른 기대감으로 주가가 동반 상승하고 있다. 여기에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지난달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인적분할을 인한 그룹 지배구조 개편 가능성에 주가 상승에 더욱 탄력을 받고 있다.
삼성생명이 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계열사 등으로 이어지는 삼성 지배구조의 연결고리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생명 주가가 부각되면서 자회사로 편입될 예정인 삼성화재도 주가에 긍정적 효과를 누리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홍예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자사주 비중이 10%를 웃도는 기업의 주가 상승이 두드러졌고, 지배구조 개편 이슈로 삼성생명과 삼성화재 상승률이 보험업종 전체 상승률을 상회했다"며 "신정부의 확장적 재정정책 기조에 따라 국고채 금리가 장기물 위주로 상승한 점도 투자심리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특히 삼성화재의 지난 1분기 말 기준 당국 권고치인 130%를 훨씬 웃도는 266.61%의 지급여력비율(K-ICS)을 기록하는 등 동종업계 내 우월한 안정성을 보이고 있는 점도 투심을 이끄는 요소다.
설용진 SK증권 애널리스트는 "삼성화재는 업종내 가장 무난한 (투자)선택지"라면서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가는 상황에서 안정성이 부각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삼성화재 주가 상승을 이끈 것은 바로 외국인 투자자들이었다. 최근 30 거래일(5월 9일부터 6월 11일까지) 외국인 투자자는 삼성화재 주식 매도160만2087주, 매수 174만7600주로 순매수 14만5513주, 순매수 금액 586억3940여만원을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손보업계 대장주인 삼성화재에 대한 개미 투자자들의 접근성은 매우 떨어지는 편이다. 동종업계 경쟁사들과 비교해도 주가가 이미 너무 높게 책정돼 있어 투자에 선뜻 나서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 빅5 손보사 가운데 개별상장돼 있는 회사는 삼성화재·DB손보·현대해상 등 3개사다. KB손보와 메리츠화재는 상장폐지후 지주사의 완전 자회사로 편입됐다.
DB손보와 현대해상의 주가는 10일 종가 기준으로 각각 11만1700원, 2만5150원을 기록했다. 삼성화재 주가가 이들 경쟁사 대비 4~17배 높은 셈이다.
한편 삼성화재의 올해 누적(1월 2일부터 6월 11일까지) 개인 투자자 거래실적은 매도 135만7501주, 매수 129만21주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다른 손보사들의 개인투자자 거래량은 △ DB손보 매도 294만5118주·매수 348만7330주 △ 현대해상 매도 989만1004주·매수 1302만6472주 △ 한화손보 매도 1736만407주·매수 1971만4698주 등을 기록해 삼성화재 거래량 보다도 수배 이상 차이가 나는 상황이다.
기업들은 통상 주가가 과도하게 높아 투자가 둔화되는 경우 액면분할을 실시한다. 삼성화재도 이미 1999년 액면가를 10분의 1로 낮추는 액면분할을 단행한 바 있다. 모회사가 되는 삼성생명도 상장을 앞둔 2009년 역시 10 : 1 액면분할을 실시했다.
‘친(親) 개미’ 성향의 이재명 정부가 출범하면서 삼성화재의 액면분할에 대한 관심도 갈수록 커지는 분위기다.
이재명 대통령은 11일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회를 찾아 “국민들이 주식 투자를 통해 중간 배당도 받고 생활비도 벌 수 있게, 부동산에 버금가는 대체 투자 수단으로 만들면 기업의 자본 조달도 쉬울 것이고 대한민국 경제 전체가 선순환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앞서 이 대통령은 대선 후보 당시 “나도 한때 큰 개미였고 정치를 그만두면 주식시장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99%"라면서 자신의 4100만원 짜리 주식 계좌를 공개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