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권 때 이석수 초대 감찰관이 '실세' 우병우 잡으려다 논란
야당에 '정권 흔들기' 빌미 줄 수도 있는 민감한 사안...결과 예의주시

[인더스트리뉴스 성기노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대선 공약이었던 대통령 친인척 감시 역할을 맡는 특별감찰관 임명을 추진하기로 하고, 참모들에게 관련 절차를 밟으라는 지시를 내린 것으로 3일 전해졌다.
한 언론은 대통령실 관계자의 말을 빌려 "이 대통령이 '대통령도 제도에 따라서 감시를 받아야 한다'는 의지를 드러내며 관련 절차를 진행하라고 지시했다"고 전했다.
이 같은 지시는 최근 열린 수석보좌관급 회의에서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회의에서 이 대통령은 참모들에게 관련 절차를 물어본 뒤 '국회가 후보 3명을 추천하면 대통령이 그 중 1명을 지명하면 된다'는 답변이 나오자 "그러면 빨리 임명을 추진해 절차를 진행하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앞서 이 대통령은 대선 기간 발표한 정책 공약집에서 '특별감찰관 임명 및 권한 확대 등으로 대통령 가족 및 친족 비위 감시를 강화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대통령 소속이지만 독립된 지위를 가지는 특별감찰관은 대통령의 친인척이나 특수관계인의 비위 행위를 감찰한다.
특별감찰관법에 따른 절차를 보면 우선 국회는 대통령의 추천 요청을 받은 뒤 15년 이상 판·검사나 변호사 활동을 한 법조인 가운데 3명을 후보로 추천하고, 이후 대통령은 이 가운데 1명을 지명하게 된다. 지명된 후보자는 그 후 국회에서 인사청문회도 거쳐야 한다.
특별감찰관은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6년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이 사임한 뒤 현재까지 9년가량 공석 상태다.
이 전 감찰관 사임 후 문재인 전 대통령과 윤석열 전 대통령 모두 특별감찰관을 임명하려 했으나, 그 때마다 국회에서 여야 간 이견이 노출되는 등 복잡한 정국상황이 맞물리면서 추천이 불발됐다.
다만 이번에는 이 대통령의 경우 참모 회의에서 적극적으로 의지를 드러낸 만큼 곧 이 대통령이 국회에 추천을 정식 요청하면서 본격적으로 임명 절차가 시작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특별감찰관 제도는 대통령과 권력기관을 견제하고 감시한다는 점에서 그 취지는 상당히 좋았으나 역대 대통령들은 가까이 하기에 너무도 뜨거운 '화롯불' 같은 것이었다. 특별감찰관 제도의 연원은 2012년 대선 때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대선 후보의 '공약'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2년 대선 과정에서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는 "공직사회의 투명성과 청렴성 강화를 위해 특별감찰관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전격 발표했다. 당시로서는 대통령의 친인척 및 측근의 비리와 권력형 부패를 방지하기 위한 제도로 상당히 파격적인 것이었다. 박근혜 후보가 2번의 대선후보 경선 과정에서 정윤회(이때만 해도 최순실(최서원으로 개명)은 거의 알려지지 않았음) 등 비선 실제 존재 여부로 큰 홍역을 치렀음에도 대통령 친인척과 측근 비리를 감시할 특별감찰관 제도를 도입한다고 하자 정치권에서는 그 실현 가능성에 의구심을 표하기도 했다. 박 후보가 신설한 특별감찰관의 첫번째 타깃이 자신과 그 주변 비선 실세일 가능성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당시 박근혜 후보는 '신뢰와 원칙'을 강조하며 국민 신뢰를 얻기 위한 정치 쇄신의 일환으로 끝까지 밀어붙였다. 그 후 2012년 10월 15일 박근혜 후보의 새누리당 대선 후보 정책 공약 발표 때 '청렴한 공직사회 구현'을 목표로 특별감찰관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처음 공식화했다.
그 후 박근혜 후보는 대통령 당선 후인 2013년 8월 28일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특별감찰관 제도 도입을 재차 공언했고 그 후속 조치로 2014년 6월 19일 특별감찰관법 제정으로 이어졌다. 당시 박근혜 정부 당시 대통령 주변 인사와 친인척의 부정부패를 방지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자는 요구가 야권뿐만 아니라 여당 내에서도 제기되면서 국회 차원의 입법이 추진되었고 여야가 합의하여 법률을 통과시켰다. 여당으로서는 '굳이' 실천하지 않아도 될 공약을 실천했다는 점에서 지금 돌이켜보면 꽤나 선제적이고 전향적인 조치였다.
그렇게 해서 2015년 3월 임명된 첫 특별감찰관이 바로 이석수 변호사(사법연수원 18기)였다. 하지만 2016년 이석수 감찰관이 우병우 민정수석에 대한 감찰 중 보고서 유출 논란으로 사임한 이후 문재인-윤석열 정권까지 후임 임명이 이뤄지지 않아 장기 공석 상태가 지금까지 지속돼 오고 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이석수 감찰관의 활동 이력과 그 과정에서 왜 그가 '좌초'했느냐는 점을 규명하는 것이다. 이때의 '실패'가 이재명 정부의 특별감찰관 재 임명에 반면교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석수 특별감찰관은 2015년 3월부터 2016년 10월까지 1년 넘게 감찰직을 수행했다. 비록 제도적 한계와 정치적 압박 등으로 인해 기대했던 만큼의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지만 '무실적'도 아니었다.
대표적인 경우가 2016년 8~8월까지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의 가족 재산 축적, 넥슨 관련 특혜 의혹 등에 대한 감찰을 진행한 것이었다. 이는 당시 특별감찰관으로서 대통령 측근을 대상으로 한 가장 주목받은 감찰 사례였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감찰 보고서가 외부로 유출되었다는 논란이 발생했고 결국 이석수 감찰관은 그에 대한 책임을 지고 직을 내려놓을 수밖에 없었다.
당시 정치권에서는 우병우 민정수석 감찰 과정에서 작성된 보고서가 언론에 유출되었다는 논란은 이석수 감찰관을 쳐내기 위한 청와대와 여당 실세들의 '쳐내기 작업'이라는 의혹이 나오기도 했다. 이석수 감찰관측은 보고서 유출이 감찰 업무의 일환으로 정당한 절차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했으나 청와대와 여당(당시 새누리당)은 이를 '기밀 유출'로 규정하며 압박을 가했다. 이 사건은 최순실 국정농단 스캔들이 본격적으로 불거지기 직전의 정치적 갈등 속에서 발생해 논란이 더욱 증폭됐다.
당시 사정을 잘 아는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사실 이석수 특별감찰관과 별다른 인적 네트워크가 없는 상황에서 당시 청와대와 여당은 그의 칼날이 권력을 향해 직접 다가온다는 위기감을 느꼈다. 특히 감찰관의 활동이 박근혜 대통령을 직접 타격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많이 나왔다. 당시 청와대와 여당은 우병우 수석의 비리 문제가 박근혜 정권 흔들기라는 정치적 이슈로 비화되는 것을 가장 경계했다. 감찰 보고서 유출 의혹은 일종의 '건수 찾기'였고 그리 중요한 문제도 아니었다. 이때부터 박근혜 정권의 권력 관리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 드러났고 그 후 최순실 국정농단으로 이어지게 된 일종의 징검다리가 됐다"라고 말했다.
당시 이석수 감찰관은 사임 후 검찰 수사까지 받으며 고초를 겪었지만 기소는 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 사건으로 특별감찰관 제도의 신뢰도가 크게 훼손되었고 이후 후임 임명이 이뤄지지 않으며 제도는 사실상 무력화되었다.
이석수 특별감찰관실은 초기 조직 구성과 운영 체계를 구축하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듣는다. 특별감찰관 제도가 신설된 지 얼마 안 된 시점이라 법적 권한과 예산, 인력 등에서 제약이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감찰 체계의 기틀을 마련하려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감찰관은 대통령 친인척 및 고위공직자의 비리 의혹과 관련된 제보를 접수하고 예비조사를 진행했으나 구체적인 감찰 결과나 처벌로 이어진 사례는 거의 없었다. 이는 특별감찰관의 강제 수사권 부재와 같은 법적 권한이 부족했다는 점과 함께 청와대와 여당의 무차별 정치적 압박을 '이석수' 혼자서 감당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했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지금까지 특별감찰관 임명은 대통령과 여야 간의 정치적 합의가 필수적이지만 정쟁과 여야 간의 신뢰 부족으로 인사 추천과 합의가 무산되며 장기 공석이 지속되었다. 또한 대통령실과 집권 세력이 감찰관 임명을 정치적 부담이나 권력 견제로 받아들이면서 의도적으로 회피한 측면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전격적으로 정면돌파를 선택해 그 배경과 향후 결과에 관심이 모아진다. 일단 여당 내부에서는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이 나온다.
민주당의 한 인사는 이에 대해 "이 대통령이, 특별감찰관 임명이 정권 흔들기 차원으로 비화될 가능성을 염두에 두면서도 대통령과 그 주변 인사, 그리고 권력기관에 대한 견제와 투명성 확보 차원에서 결단을 내린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특히 정권 초기 대통령 주변 사람들과 권력기관에 대한 사전경고성 메시지도 있다. 특별감찰관이 국회 추천을 받는다면 아무래도 여권 인사가 될 가능성이 높지만 사안에 따라 이 대통령을 직격할 수도 있는 상당히 민감한 사안이 될 것이다. 이 대통령으로서도 정치적 부담을 안고 정면돌파를 택한 것 같아 앞으로 특별감찰관 제도를 예의주시해야 할 것 같다"라고 말했다.
그런데 여권에서는, 이재명 대통령이 9년 만에 특별감찰관 임명에 나서면서 청와대와 권력기관에 대한 견제와 투명성 강화 효과는 기대되지만 오히려 대통령 주변 인사들에 대한 사정 바람이 불며 여권 내 갈등과 혼선을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특히 여당에서는 특별감찰관 조사 과정에서 나온 의혹이 야당의 정치적 공세에 이용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염려하고 있다. 이재명 정권 초반 국정운영의 동력 약화와 불필요한 정치적 소모전으로 이어질 우려도 배제할 수 없다.
사실 특별감찰관 제도 재추진은 이재명 대통령에게 상당한 정치적 부담을 안길 것이다. 이런 점에서 이석수 감찰관의 실패 사례는 이재명 대통령이 결단한 '특별감찰관 부활'과 그 성공에 중요한 나침반이 될 것이다. 아무리 능력 있고 중립적인 인사를 임명한다고 해도 그가 들춰내려는 사안이 이재명 대통령에 대한 정권 흔들기라는 배타적 인식이 여권 내부에서 흘러나오면 이석수의 좌절처럼 특별감찰관 활동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
더구나 강제수사권도 없는 상황이라 '감찰'만으로는 비리나 의혹의 전면을 밝혀내는 데도 한계가 있다. 특별감찰관 제도가 완전히 자리를 잡으려면 먼저 대통령부터 엄격한 처신을 하는 동시에 친인척, 측근들도 부패와 담을 쌓아야 한다는 명징한 결심이 유지돼야 한다. 대통령실과 여당도 특별감찰관의 존재를 '공격'이 아니라 '내부 자정' 차원의 노력과 진정성이라는 점에서 받아들여야 할 필요가 있다.
특별감찰관 제도는, 성공하면 이재명 대통령도 성공한 대통령으로 남을 가능성이 높지만 여권 내부의 정치적 압박으로 중간에서 좌초할 경우 그 후폭풍이 정권을 직격할 수도 있는 대표적인 양날의 칼이다. 박근혜 정부의 특별감찰관 신설과 그 실패의 역사가 그것을 잘 말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