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혁신' 멈추고 '내홍' 커지고 있어

[인더스트리뉴스 김희선 기자] 국민의힘이 최근 전직 한국사 강사 전한길 씨의 입당을 계기로 또다시 내부 갈등에 휩싸이고 있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를 주도했던 전 씨가 입당 사실을 공식화하자 당 안팎에서는 출당 요구가 나오는 등 반발이 거세다.
반면 윤희숙 당 혁신위원장이 제안한 인적 쇄신안은 오히려 당내 저항에 부딪히며 사실상 표류 중이다. 내부 반발이 상반된 두 사안이 맞물리며 국민의힘의 혼란은 더욱 가중되고 있는 가운데, 친윤계(친윤석열)에 이어 친길계(전한길 중심 세력) 형성에 우려가 표출되고 있다.
국민의힘에 따르면 전 씨는 지난 6월 8일 온라인으로 입당을 신청한 뒤, 9일 입당이 완료된 것으로 확인됐다.
국민의힘은 온라인 입당의 경우 중앙당이 이를 거부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는 없다는 입장이다. 전 씨는 지난 14일 윤상현 의원이 주최한 ‘리셋코리아 국민운동본부’ 발대식에서 입당 사실을 공개했다.
전 씨의 입당 소식이 알려지자 당 내부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일각에서는 입당에 이어 전 씨가 향후 전당대회에 출마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으나, 당내에서 우려의 목소리와 함께 당원 자격 심사 요구가 잇따랐다. 당 지도부도 말을 아끼는 분위기다.
먼저 송언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17일 페이스북을 통해 “전 씨가 지난 6월 8일 서울시당에 본명으로 온라인 입당했음을 어제 알게 됐다”며 “원칙적으로 제명이나 탈당 전력이 없다면 일반 개인의 입당에 자격심사는 의무사항도 아니고, 일일이 확인하기도 어렵다”고 입장을 전했다.
호준석 당 혁신위원은 18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전씨의 최고위원 출마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전씨가 출마하면) 당이 혁신하고 새롭게 거듭나야 하는 전당대회가 그걸로 다 묻히고 본질이 훼손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종혁 전 최고위원도 ‘전씨가 최고위원에 나갈 거라 보나’라는 질문에 “최고위원뿐만 아니라 잘못하면 그 주변 사람들이 당 대표 나가라고 부추길 수 있다”고 전했다.
이러한 국민의힘 내홍 사태에 국민의힘 한 의원은 “당이 방향성을 잃은지 오래”라며 전 씨 입당 배경에 대해 “(친윤계) 의원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면서 이루어진 것으로 보인다”라고 추측했다. 당원이 된 전 씨가 전당대회 등판과 당 최고위원 출마 가능성이 제기된 것에 대해서는 “모르겠다”라면서 침묵했다.
김재원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18일 YTN라디오 '뉴스 파이팅'에서 전 씨의 영향력을 미미하게 내다봤으나, 전 씨를 지지하는 10만명에 대해 “정치적으로 판단할 일”이라며 “강제할 수는 없다”고 언급했다. 다만 그는 “전 씨 지지자가 10만 명에 이른다는 주장도 있는데 이들까지 퇴출해야 하는지 여부는 당의 집단지성을 통해 판단해야 할 문제”라고 덧붙였다.

윤희숙 혁신위원장도 전 씨 입당에 우려를 표하면서 비판에 가했다.
윤 혁신위원장은 “개인의 목소리를 증폭하는 것이 정치인의 몫”이라며 “계엄 옹호 세력의 입당은 당의 위태로움을 가중시킨다”고 지적했다. 특히 윤 위원장은 “전 씨의 입당은 허용되더라도, 그 정치적 함의에 대한 판단은 당이 해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당 일각에서는 윤 위원장의 혁신안 자체에 회의적인 시각이 적지 않다.
신동욱 의원은 17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윤 위원장이 제안한 인적 쇄신은 지나치게 이상적”이라며 “현실적으로 가능한 것인지 의문”이라고 평가했다. 윤 위원장이 공개적으로 ‘출당’을 거론한 데 대해 오히려 반감을 드러낸 셈이다.
신 의원은 “전한길 씨가 윤석열 어게인을 주장한다고 해서 입당을 막을 것인가에 대한 당내 컨센서스(합의)는 없다”며 “정당이 허용할 수 있는 스펙트럼에 대해 다양한 의견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이어 “입당 전의 행동을 근거로 징계를 논하는 건 무리”라며 징계나 출당 조치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결국 전 씨의 입당을 둘러싼 논란은 당내 계파 갈등과 혁신의 방향성이라는 두 축이 충돌하는 형국으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윤 위원장이 주도하는 혁신안이 제대로 된 반향을 얻지 못하고 있는 현실은 당 지도부의 혁신 의지와 실행력에 물음표를 던진다.
전 씨의 입당으로 불붙은 논쟁은 당내 갈등의 민낯을 드러낸 동시에, 국민의힘이 여전히 뚜렷한 정체성과 방향성을 확립하지 못하고 있음을 방증한다. 혁신은 멈췄고, 내부 균열은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