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과학 강조되는 해양 탄소중립… ‘시스템 경계’ 대응 역량은 극과 극
  • 최용구 기자
  • 승인 2023.05.07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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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해양수산과학기술 육성 기본계획 수립, 사업장 온실가스 평가 고도화

[인더스트리뉴스 최용구 기자] 탄소배출원 목록이 점차 세분되고 체계화 됨에 따라 저탄소 경영에 대한 압박은 커지고 있다. 고객의 요구에 대응하기 위해 제품의 온실가스 감축효과를 산정하는 등 변화에 적응하는 노력을 해야 하지만 녹록지 않은 게 사실이다. 기초과학에 관한 투자가 뒷받침돼야 하는 해양수산업계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해양수산부(장관 조승환, 이하 해수부) ‘2차 해양수산과학기술 육성 기본계획(2023~2027)’을 보면 △디지털·탄소중립의 대전환 △파도를 넘는 위기대응 미래 R&D △민간 성장동력 강화 △해양강국 R&D 생태계 조성 등 4가지 비전이 설정돼 있다.

배출된 탄소를 흡수하는 바다의 기능을 극대화시켜야 한다는 것이 골자다. 플랑크톤, 해조류, 어패류 등의 탄소저장 효율을 높이는 기술을 키워드로 꼽는다. 친환경 해양에너지 상용화 확대, 에너지 자립형 미래선박, 자율운항 기술, 지능형 수산자원 관리 등이 필수로 거론된다.

온실가스 인벤토리 구축은 탄소중립 대응의 최우선이다. 배출되는 탄소를 파악, 기록, 관리, 산정, 보고하는 이 과정의 시작은 ‘시스템 경계’를 설정하는 것인 데 여기서부터가 진입장벽이다.

수산업계 관계자는 “식품수산쪽에선 인류의 단백질 수요가 향후 크게 증가할 것에 대한 고민이 많기 때문에 바다 양식을 통한 해법을 찾고 있다”면서도, “탄소배출의 목표를 제시하라는 요구도 동시에 받고 있는 데 계산하는 것부터가 어렵다”고 토로했다. 그는 “컨설팅 회사에 문의하고는 있지만 확실치가 못하다”고 말했다.

사업장에서 연료를 연소하거나 운송수단을 쓸 때 배출되는 온실가스에 더해 공정 운영 및 폐기물 처리에서 나오는 것은 Scope1(직접배출)에 해당한다. 다른 기관의 전기·열을 사용함으로써 배출되는 Scope2(간접배출)의 개념과 Scope3도 있다.

온실가스 인벤토리 구축은 탄소중립 대응의 최우선이다. [사진=utoimage]
온실가스 인벤토리 구축은 탄소중립 대응의 최우선이다. [사진=utoimage]

시스템 경계 따라 수익·적자 갈릴 위기

Scope3는 Scope2를 제외한 모든 간접배출원을 말한다. 종업원의 출퇴근과 출장, 구매한 원재료 또는 1차 재료를 생산하는 경계에서 배출된 온실가스까지 고려된다. 기업 내에서만이 아닌 다른 조직과 관련된 데이터의 수집도 중요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시스템 경계에 관한 명확한 이해를 강조한다. ECO&PARTNERS 관계자는 “기업들은 업스트림(upstream)과 다운스트림(downstream)은 물론 수송과 재무적인 투자와 관련된 온실가스 배출까지 고려해야 한다”라며, “예전 같으면 수익성이 좋은 산업이었어도 시스템 경계를 모두 계산하고 따지면 적자로 바뀌기도 하는 심각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선박업계는 탄소중립 의지를 앞세우고 있다. HD한국조선해양(이하 HD)은 최근 △에너지 효율화 △친환경 연료 전환 △재생에너지 도입 △기후변화 대응체계 구축 등 내용의 탄소중립 이행 로드맵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HD는 Scope1 관리를 위해 시운전 선박 및 운송용 차량에 쓰이는 연료를 수소, 메탄올, 암모니아 등으로 대체할 계획이다. Scope2 기준에는 크레인 등의 부품을 교체해 전력소모를 줄이고 조선소 내 LED 조명을 설치하는 식으로 대응한다.

HD 관계자는 “Scope3에 대해선 산출기준 등 글로벌 스탠다드 확립을 위한 국제표준 마련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자율운항선박 시대는 성큼 다가오고 있다. 전기와 수소연료 기반의 친환경 자율운항은 오랜 화두다. 선원 불필요에 따른 ‘운항절차 간소화’, 정체를 막는 ‘이동의 지속성’ 등 활용가치는 무궁무진하다.

지난 2010년 EU는 자율운항선박에 관한 테스트베드(Test-bed)를 처음 시작했다. 2017년에는 영국이 AAWA라는 프로젝트로 개발에 착수했으며 아시아에선 일본(SSAP 프로젝트)이 가장 빨랐다. 중국도 2017년께 착수했다. 한국은 KASS 프로젝트로 뒤늦게(2020년) 대열에 합류했다.

KASS 프로젝트는 2025년 종료를 목표로 현재 2단계에 와있다. 자율 네비게이션 및 엔진시스템 등 1단계에서 개발된 기술을 선박에 탑재해 실증하는 과정에 있다. 시뮬레이션은 울산 성능실증센터에서 진행된다.

최종 목표인 상용화까지 가려면 후속 과제를 통해 가능성을 점쳐야 한다.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에 따르면 후속 사업의 범위 및 기술 테마를 결정할 기획 과제들이 연내 시작될 예정이다.

선박업계는 온실가스 평가 고도화에 대응할 탄소중립 로드맵을 앞다퉈 발표하고 있다. [사진=HD한국조선해양] 

업계는 자율운항선박에 관한 표준이나 기준 등 정해진 ‘룰’이 아직 없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국제해사기구(IMO)가 개발하는 글로벌 룰 ‘MASS 코드’는 2025년부터 시범 도입될 예정이다. 시범을 거쳐 2028년경에 정식 적용된다.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 최진 박사는 “아직 국제적 코드가 개발되고 있는 등 어떤 표준이라는 게 확실히 없기 때문에 그만큼 국가적 목소리를 내는 것이 중요하다”라며, “그동안의 연구를 통해 쌓인 노하우가 국제 표준화 작업에 반영될 수 있도록 각계가 협업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당부했다.

자율운항선박 상용화 가닥… ‘표준’ 확보 관건 

한편 해수부 2차 해양수산과학기술 육성 기본계획(2023~2027)은 지난 2월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에서 최종 확정됐다.

해수부는 앞서 진행된 1차 기본계획(2018~2022)을 평가하며 ‘기업 육성’ 및 ‘전문인력 양성’은 양적으로 성장했으나 ‘기술 수준 목표 달성도’가 부족했다고 밝혔다. 투자 대비 사업화 실적 또한 미흡하다고 파악했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 관계자는 “창업 기반의 산업혁신 생태계는 조성됐는 데 신산업으로 육성되거나 좋은 자리로 창출되진 못하고 있다”라며, “벤처생태계를 구축하는 게 목적이 아니라 연구개발을 통해 기업화, 산업화하는 전략이 더 강조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국해양학회 관계자는 “기후위기 등 현안에 대응하려면 기초과학에 반드시 투자해야 한다”라면서, “언제 물고기가 폐사할지 언제 어선이 뒤집어질지 모르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해수부에 기초과학 지원을 부탁하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부)에 미루고, 반대로 과기부에 얘기하면 해수부에 가서 얘기하라고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걱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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