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스트리뉴스 최용구 기자] 전라남도(도지사 김영록)는 해남군 부동지구 산이면에 ‘태양광 집적화 단지’ 조성을 추진 중이다. 해남 ‘솔라시도’에 들어설 데이터센터 등에 공급할 재생에너지 전력을 생산하는 내용이다. 주민수용성을 최우선 고려한 도입 방침을 내세우고 있지만 갈등 조정에 어려움을 겪는 모습이다.
해남군 지난 11월 21일 해남 산이농협에서 ‘제2회 재생에너지와 해남 미래발전 포럼’을 열었다. 포럼 장소엔 해남군농민회, 산이면대책위원회, 해남태양광협회 관계자 등 60여명이 참석했다.
해남군 경제산업과 관계자는 “농촌의 지속적인 소득 창출과 기후위기 등 여러 상황을 생각했을 때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수단은 태양광이라는 말씀이 있다”라며, “다만 태양광 설치에 관한 이격거리를 줄이기 위해선 이익공유도 같이 가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익공유에 관한 ‘조례 제정’ 등을 과제로 꼽았다.
이날 포럼은 시작부터 쉽지 않았다. 당초 포럼은 전문가 발표와 지정 및 자유토론 순으로 구성됐다. 그러나 산이면 주민 측은 토론을 거부했다. 산이면대책위원회 관계자는 “태양광발전 설치 장소로 지목된 산이면에 집중된 논의가 어렵다”고 불만을 제기했다. 그는 다른 이해 관계자들이 포럼장에 많은 상황을 우려했다. 면민 내부의 의견도 수렴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같은 자리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이에 해남군은 “포럼은 단순히 특정 지역만을 위해서가 아닌 전체적인 논의의 과정이 있어야 한다는 취지로 준비된 것”이라며 양해를 구했다.
토론이 결렬될 상황에 이르자 다른 참석자들도 목소리를 냈다. 해남태양광협회 관계자는 “태양광 직접화 사업은 비단 산이면만의 문제가 아닌 해남군 전체의 문제”라며, “해남군엔 이미 많은 태양광발전 시설이 있다. 이런 상황에 태양광 집적화 단지가 들어서면 기존 태양광 시설에 대한 출력 정지 등 이슈와 밀접해진다”고 설명했다.
그는 “산이면만을 중심으로 하지 말고 해남군 전체의 현안으로 이 문제를 다루자”고 주장했다.
다른 참석자는 “토론을 통해 서로의 의견을 듣고 싶다”고 요구했다. 태양광 관련 임대업을 한다고 밝힌 그는 “이같은 포럼이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이들이 많다”면서, “서로 토론하면서 태양광 산업이 앞으로 어떻게 변해갈지 아는 것도 중요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토론은 결국 일부 참석자들이 빠져나간 가운데 진행됐다. 일정상 지정토론자였던 해남군농민회 쪽에서 발언했다. 해남군농민회 부회장은 “지역의 마을은 공동체로서 의식이 강하다. 태어나서부터 같이 주거를 하고 삶의 애환을 나눈 배경을 생각하면 된다. 일터, 문화생활 등 삶의 곳곳에서 마을은 하나의 공간이 된다”고 했다.
그는 “이러한 입장에서 바라보면서 갈등이 해소돼야 하는 데 단지 ‘기술적 솔루션’과 ‘이익 공유’로만 접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해남군농민회 회장은 “미래발전 포럼이라고 이름은 붙였지만 실상은 다르다”면서, “해남의 미래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가에 대한 공통성이 없다”고 말했다.
또 “문제를 하나하나씩 풀어서 어느 정도 정리가 되면 해남군 전체가 동의하고 합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등 체계적인 과정이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해남군은 “제안된 안건에 대해 적극 검토해서 좋은 방향으로 가게끔 하겠다”고 답했다.
토론에 앞서 진행된 전문가 발표에선 ‘민관협의회’, ‘재생에너지 이익공유제’ 등 관련 정보가 공유됐다.
한국환경연구원(KEI) 녹색전환연구실 조공장 박사는 △민관협의회에서 지역주민이 직접 타당성과 대안 검토 △산이면대책위원회에서 공론화를 통해 사전협의 △논의방식, 의결방식에 대한 합의 △지역 주민의 삶에 미치는 영향 파악 △이익공유 등 지역 상생방안 △투명한 정보공개와 공유 △아카데미를 통한 주민의 역량강화 지원 등 7가지를 기본으로 꼽았다.
조 박사는 프로세스 설계부터 미래비전, 민관협의회, 집적화 단지 신청 사업자 공모, 설명회, 착공 등 순으로 이어지는 ‘해남형 합의 형성 프로그램’을 제안했다. 그러면서 “실효성 있는 협의를 위한 빠른 진행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민관협의회를 잘 운영하려면 전문가들로부터 정보를 얻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며, 아카데미를 통한 체계적인 교육도 강조했다.
에너지와 공간 김윤성 대표는 이익공유에 관한 4가지를 당부했다. 김 대표는 “재생에너지를 왜 개발해야 하느냐부터 논의해야 한다”라며, “지금까지 보상이라는 건 사실은 돈 받으면 논의가 끝난 것과 마찬가지였으나 이번 태양광 집적화 단지 추진은 그러려고 하는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해남군 발전방향과 미래상 논의 △재생에너지 이익공유를 통한 재원마련과 사용처 논의 △개인이 투자하지 않으면 개인의 소득으로 귀속되기 어렵다는 점 △영농형태양광 도입시 신중한 작물 선택 및 지역발전과 연계한 추진 등을 강조했다.
본지는 이날 미래발전 포럼 후 조공장 박사와 만났다. 조 박사는 “대화의 큰 그림이 없었다. 전체 프로그램을 보여주지 못했다”라며 아쉬워했다. 그는 “이러한 포럼을 왜 하는지에 대한 공감대부터가 없지 않느냐”라고 부연했다. 우선 ‘전체 프로그램’의 의미를 물었다.
전체 프로그램이 무엇인가?
발표에서도 언급한 합의 형성 프로그램의 개념이다. 프로세스 설계에서 착공까지의 과정을 포함한다. 이 개념이 제대로 정착되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번 미래발전 포럼도 합의 형성 프로그램의 일환일까
물론이다. 미래포럼은 미래비전 형성을 위해 아주 중요한 자리다. 미래비전이 잡힌 상황에서 민간협의회가 구성돼야 한다. 합의 형성 프로그램을 재차 설명하면 프로세스 설계, 미래비전, 민관협의회 등 단계로 이어지는 내용이다.
‘미래발전’이란 표현이 지역민에겐 다소 추상적일 수 있다
미래를 바라보고 기존의 문제나 불만을 다 터놓고 이야기하는 식으로 생각하면 된다.
아카데미도 강조했는 데
말 그대로 공부하는 자리를 갖자는 거다. 사업 계획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는 중요하다. 다만 그전에 충분한 지식을 쌓은 상태에서 대화해야 한다. 지역 내에선 정보 습득 등 상황이 여의치 않을 때가 많다. 이는 정부, 지자체, 사업자에 대한 불신을 낳는 배경이다. 오늘 한 참석자도 “태양광 산업이 앞으로 어떻게 변해갈지 아는 것도 중요하지 않겠느냐”고 말하지 않았나
아카데미를 만들려면?
필요한 정보 전달을 위해 분야와 주제를 선정하고 교육해야 하는 일이다. 예를 들면 ‘발전사업 기초’나 ‘태양광 정책 및 인허가’ 등이 있을 수 있겠다. 관(官)의 역할이 필요하다. 한국에너지공단 과제를 통해서도 추진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