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스트리뉴스 정한교 기자] 신재생에너지 확대에 이어 인공지능(AI)발 전기 수요 폭증으로 전력망 확충이 전세계 최우선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AI와 전기차의 확산, 신재생에너지 보급, 노후전력망 교체 등이 맞물리면서 대규모 수주와 주문이 이어지면서 최근 글로벌 전력인프라 산업은 급격한 성장세와 함께 ‘슈퍼사이클’에 돌입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이재인 달라스무역관 따르면, 최근 빅테크 기업들을 중심으로 AI데이터센터 인프라 투자가 활발히 이뤄지면서 전력망 확충 및 전력망 현대화 요구가 거세지는 미국은 대규모 투자와 정책적 지원을 지속한다. 특히, HVDC 송전망을 통해 전력망 현대화를 추진한다.
제조업 리쇼어링(Reshoring), 산업 전반의 전기화(Electrification), AI 데이터센터 확장 등으로 인해 전력 수요가 급증하는 미국은 부족한 공급을 충족하기 위한 신규 발전 용량 추가를 가속화하고 있다.
심각한 병목현상 개선 위해 약 35억 달러 투자 계획 발표
미국 에너지정보국(EI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미국은 전년 동기 대비 21% 증가한 20.2GW의 유틸리티 규모 발전 용량을 추가했으며, 올해 말까지 42.6GW를 추가할 계획이다.
하지만 이러한 발전 용량 확대 추세에도 불구하고, 노후한 전력망 인프라와 용량 부족으로 인해 많은 프로젝트가 전력망 연계 과정에서 심각한 병목현상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에너지부 산하 로렌스 버클리 국립 연구소(Lawrence Berkeley National Laboratory)에 따르면, 현재 미국 전역에서 전력망 연결을 기다리고 있는 프로젝트는 약 1만1,600개에 달한다.
더군다나 노후화한 송전망 역시 미국의 에너지 전환 목표 달성에 있어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각 발전소에서 생산된 전력이 수요 지역으로의 효과적 전달되는 것을 방해하고, 지역간 전력 불균형과 전력 계통의 안정성 문제를 심화시키고 있다. 미국 에너지부(DOE)에 따르면, 현재 미국 송전선의 70%는 최소 25년 전에 설치됐으며, 대형 변압기의 평균 연령은 40년을 넘었다.
이에 지난해 10월 3일 미국 에너지부는 송전 원활화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4개 대형 전력망 프로젝트에 15억 달러 규모의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이번 계획은 루이지애나, 메인, 미시시피, 뉴멕시코, 오클라호마, 텍사스 등 6개 주에 걸쳐 약 1,000마일의 신규 송전선을 건설하는 것을 목표로 하며, 이를 통해 약 7,100MW의 신규 발전 용량을 수용할 예정이다.
이번 프로젝트에는 그동안 독립적인 전력망 구조를 유지했던 텍사스 전력망(ERCOT)을 최초로 타 지역과 연계하는 서던스피릿(Southern Spirit) 프로젝트가 포함됐다.
서던스피릿 프로젝트는 약 320마일의 초고압 직류송전(HVDC) 라인을 건설해 텍사스와 미국 남동부 전력망을 연결하는 대규모 프로젝트이다.
이를 통해 텍사스 전력망이 극한 기후나 전력 수요 급증 상황에서 필요에 따라 타 지역 전력망과 유기적으로 연결하고, 인근 지역 또한 전력 부족 시 텍사스로부터 전력을 공급받을 수 있게 함으로써 향후 미국 중남부지역 전력 공급 안정성 제고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에너지부는 이어 10월 18일에는 42개 주에 걸친 38개의 전력망 프로젝트를 대상으로 전력망 복원력 혁신 파트너십 프로그램(GRIP)을 통해 20억 달러를 투자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는 기존 송전선 교체, 그리드 강화기술 적용 등을 통해 송전선 950마일의 개선, 신규 송전선 300마일 건설을 통해 전력망 용량을 7.5GW 이상 확대해 미국 전력망의 병목현상을 해소하고 전력 계통의 안정성을 강화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미국은 현재까지 전력망 복원력 혁신 파트너십 프로그램을 통해 미국 내 총 104개 전력망 프로젝트에 총 76억 달러의 자금 지원을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내년 중 추가 자금 지원 프로젝트 발표를 예정하고 있다.
대규모 투자와 함께 정책적 지원도 강화되고 있다. 2023년 7월, 미국 연방에너지규제위원회(FERC)는 전력망 연결 지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신규 발전원의 계통 연계 간소화 규정(Order 2023)을 만장일치로 승인했다.
이 규정은 전력망 사업자가 개별 발전 프로젝트가 아닌 여러 프로젝트를 묶어 한 번에 전력망 접속을 검토하도록 하며, 태양광, 풍력, 배터리 에너지저장장치(BESS)와 같은 청정에너지 프로젝트의 연계 절차를 간소화하는 조치를 포함하고 있다.
이어 지난해 5월에는 전력망 구축 장기 계획 수립 의무화, 장기 이익 고려, 전력망 확충 비용 분담 방안 개선 등을 골자로 한 전력망 구축 계획(Order 1920)을 승인했으며, 9월에는 태양광, EV 충전기 등 기타 분산 에너지 자원의 상호 연결을 개선하기 위한 솔루션을 포함한 i2X(Interconnection Innovation e-Xchange) 프로그램 로드맵 초안을 발표하기도 했다.
코트라 이재인 달라스무역관은 “이와 같은 규제 완화는 미국의 전력망 병목현상을 해소하고,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전력 수요와 청정에너지 확대에 대응하기 위한 중요한 기반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며, “또한 청정에너지의 효율적인 통합과 전력망의 안정성을 높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