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연대 아닌 ‘진검승부’ 선택…사업 고도화에 3조원 투입
롯데온, 올해 기반 다진 후 내년 반전…그로서리 분야에 집중
네이버‧11번가, 대규모 투자 대신 기존 고객인 ‘집토끼’ 단속

[인더스트리뉴스 서영길 기자] 알리익스프레스, 테무, 쉬인 등 이른바 '알테쉬'로 일컬어지는 중국 이커머스(China 이커머스 - C커머스) 업체들이 한국 시장 직진출에 본격 나서며 국내 유통 구도에 일대 지각변동이 일고 있다.
여기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촉발한 관세 전쟁이 현실화되면서 C커머스 업체들이 미국 시장의 대안으로 한국 시장 공략을 강화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같은 C커머스의 파상공세에 국내 온‧오프라인을 망라한 유통 업계에선 이들과 연합하거나 맞서려는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20일 유통 업계에 따르면 가성비를 내세운 ‘물량 공세’로 한국 시장에 안착했다고 평가받는 C커머스 업체들은 올해를 기점으로 한국 시장 공략을 본격화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들 C커머스 업체의 한국 시장 ‘공격 앞으로’ 기조는 최근 몇 년에 걸쳐 이미 진행돼 왔다.
리테일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리테일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소비자가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에서 결제한 금액은 전년 대비 85% 증가한 4조2000억원에 달했다.
특히 지난달 기준 알리와 테무의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는 각각 912만명과 823만명으로 쿠팡(3302만명)에 이어 2위와 3위를 기록했다.
이런 상황에서 알리에 이어 최근에는 테무까지 한국 이머커스 시장 직진출을 공식화했다.
테무는 최근 한국에서 오픈마켓을 열어 판매자를 모집하는 등 한국 시장을 겨냥한 이커머스 사업을 본격화했다. 중국산 제품을 해외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직구로 판매하던 기존 사업 모델이 아닌 한국 상품을 국내에서 직접 유통하는 '로컬 투 로컬(L2L)‘로 사업 방식을 변경했다.

◆ 韓 업계 1위 쿠팡, C커머스에 맞서 ’진검승부‘ 선택
이같은 C커머스의 총 공세에 가장 발빠르게 움직인 국내 유통사는 신세계다. 신세계의 전략적 선택은 C커머스와 맞서 싸우는 게 아닌 ‘연대’였다.
신세계는 지난해 12월 계열사 G마켓을 내세워 알리와 손을 잡은 데 이어 CJ대한통운과도 연합 전선을 펼치며 ‘3자 동맹’을 구축한 상황이다.
신세계는 물량 공세로 밀고 들어오는 알리와 손을 잡아 아군으로 만들고, ‘주 7일 배송’을 시작한 CJ대한통운과 협력해 국내 이커머스 업계 부동의 1위 쿠팡의 아성에도 도전함으로써 ‘두마리 토끼’를 모두 잡겠다는 복안이다.
이에 반해 쿠팡은 C커머스 등과의 연대가 아닌 ‘진검승부’를 택했다.
쿠팡은 신세계 측 3자 동맹, C커머스 공세에 대항해 내부에서 대응책 마련을 고심하는 등 올해 이커머스 시장에서 펼쳐질 새로운 판도변화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우선 쿠팡은 국내 이커머스 1위 수성을 위해 물류와 배송망 확대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가격 경쟁력을 내세운 알리와 테무에 맞서 전국 물류망을 더 촘촘하게 구축해 대응하겠다는 전략이다.
쿠팡은 내년까지 신규 풀필먼트센터(통합물류센터) 확장과 첨단 자동화 기술 도입, 배송 네트워크 고도화 등에 3조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알리가 공언한 한국 투자액 1조5000억원의 2배 규모다.
아울러 2027년까지 로켓배송 지역을 한반도 최남단 남해군을 포함한 전국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내수에서 확실한 우위를 점하겠다는 의지인 셈이다. 회사 측은 “3년 뒤인 2027년에는 한반도 최남단까지 전국 5000만 인구가 주문 하루 만에 식료품과 생필품을 무료로 배송받는 시대가 열릴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그간 어깨를 펴지 못했던 국내 또다른 이커머스 업체 롯데온도 올해 기반을 다진 후 내년부터 반전을 이뤄낸다는 구상을 다듬고 있다.
롯데는 그 첫 시작을 올해 말 부산에 완공 예정인 최첨단 자동화물류센터(CFC)로 보고 있다. 앞서 롯데는 2023년 말 영국 리테일 테크기업 오카도와 손잡고 올해 내로 부산에 스마트 플랫폼을 적용한 첫 번째 자동화물류센터를 완공할 예정이다.
오카도는 영국의 온라인 슈퍼마켓 업체로, 배송 자동화 시스템 개발을 통해 세계 최고 수준의 온라인 유통 기업으로 발돋움했다.
이에 롯데는 기존 강점이 있는 ‘그로서리(식료품)’ 분야에 집중한다. 롯데쇼핑의 롯데마트는 지난해 10월 이커머스사업부(롯데온) 내 e그로서리사업단과 조직 통합을 단행했다. 이 조직 개편을 통해 온라인과 오프라인 그로서리 사업 전체를 롯데마트에 맡겼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도 그룹 이커머스 사업에 힘을 실어 주고 있다. 신 회장은 오카도와의 협업 관련 현장을 직접 방문하는 등 그룹의 미래 혁신 리테일 산업에 높은 관심을 보여왔다.
롯데는 이를 통해 약 135조원에 달하는 국내 그로서리 시장에서 온라인 분야 1위 업체로 자리매김한다는 방침이다. 부산을 시작으로 총 1조원을 투자해 2030년까지 6개의 CFC를 오픈, 2032년에는 국내 온라인 그로서리 시장에서 5조원 매출을 달성한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쿠팡에 이어 국내 이커머스 강자로 군림하고 있는 네이버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11번가는 C커머스 공세에 맞서 대규모 투자에 나서지는 않지만 기존 고객인 ‘집토끼’ 단속에 보다 공을 들이는 안전모드를 택했다.
네이버는 C커머스의 본격 공세에 대비해 CJ대한통운, 롯데택배 등 국내 배송 업체를 활용, 배송 속도를 높이는 데 힘을 쏟고 있다. 또 네이버페이로 대표되는 구매 안전 시스템을 마련하는 등 경쟁력 확보에도 나선 상황이다.
이용자 수에서 최근 알리와 테무에 밀린 11번가 역시 대규모 투자 대신 배송 정책을 강화하며 고객 편의 제고에 나섰다.
11번가는 고객에게 배송 지연을 따로 알리지 않고 발송 예정일을 지키지 않은 주문비율이 30%를 넘기면 해당 업체의 상품을 아예 내리기로 했다. 회사 측은 "발송 지연으로 인한 고객 이탈과 불만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