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간 정밀, 최적화된 생산 시스템화로 영업이익률 50% 고수
  • 전시현 기자
  • 승인 2018.04.24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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렌즈 제조업체 라간 정밀은 시장 점유율 30%, 그리고 영업이익률 50%를 올리며 해당 분야에서 세계 1위 자리를 고수하고 있다. 라간 정밀은 그들만의 생산 시스템과 생산기술 블랙박스화에 집중하며 초고수익을 올리는 기업으로 알려졌다.

생산 시스템과 생산기술 블랙박스 집중하는 라간 정밀

[인더스트리뉴스 전시현 기자] 애플에 카메라용 렌즈를 납품하고 있는 제조업체 라간 정밀은 해당 시장 점유율 약 32.9%를 차지하고 있다. 50% 넘는 수익을 올리면서 라간 정밀의 경쟁자인 써니옵티컬(Sunny Optical), 지니어스 일렉트로닉 옵티컬(Genius Electronic Optical), 칸타츠(Kantatsu) 등을 꼽을 수 있다. 써니옵티컬은 10% 내외, 지니어스 일렉트로닉 옵티컬은 2% 내외에 영업이익률을 올리고 있다. 그 외 경쟁자들의 수익성도 이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16년간 라간 정밀 경영 실적을 나타낸 그래프 [사진=LG경제연구원]

TV, 디스플레이 시장의 경우 세계 1위 기업도 10% 이하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한다. 그렇다고 라간 정밀이 경쟁 기업이 만들 수 없는 차별적 성능의 렌즈를 만드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애플은 라간 정밀뿐만 아니라 지니어스 일렉트로닉 옵티컬, 칸타츠 등 동시에 아이폰 카메라용 렌즈를 납품받고 있다. 주요 업체들의 제품 간 성능 차이는 비슷하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라간 정밀이 다른 경쟁 기업들과 40% 이상의 현저한 영업이익률 차이를 보이고 있는 이유에 대해 세종대학교 경영학과 김대종 교수는 "라간 정밀이 지닌 원가경쟁력과 차별적으로 높은 수율 때문이다. 수율은 투입 수에 대한 완성된 양품의 비율을 말한다. 즉 양품률이라고도 하는데 쉽게 말해 불량률의 반대말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수율은 특히 반도체의 생산성, 수익성 및 업체의 성과면에서 매우 중요하다"라고 설명했다.

라간 정밀은 생산기술 관련 R&D 부서의 위상을 대폭 향상시키고 있다. (2017년 기준) [사진=LG경제연구원]

스마트폰 카메라에는 일반적으로 5~6개의 초소형 렌즈가 들어간다. 예를 들어, 아이폰7 12메 가픽셀 카메라의 경우, 총 6가지의 렌즈를 5밀리미터 이하의 두께로 쌓아야 한다. 그리고 6가지 렌즈의 모든 축이 ±0.002밀리미터 이내로 정확히 정렬되어야 한다.

렌즈의 크기가 매우 작기 때문에 각 렌즈의 생산 수율을 높이는 것도 어려운 일이지만, 각 렌즈의 생산 수율을 90%까지 올렸다 해도 최종 제품 안의 6개 축이 모두 일치할 확률은 약 50%까지 떨어지게 된다. 그러나 라간 정밀은 생산기술에 대한 집중적인 투자를 통해 각 렌즈의 생산 수율을 100%에 가깝게 올리고 최종 제품의 생산 수율은 90%이상 6 으로 올렸다.

이에 대해 LG경제연구원 김종대 연구원은 "경쟁사의 수율이 최대 70%에 불과한 것을 감안하면 큰 격차이다. 수율의 차이는 매출 총이익률의 차이로 나타나며, 영업이익률의 차이로 이어지게 된다. 특허는 단순히 제품 개발 과정중 하나의 요소에 불과하다. 그보다 생산 시스템의 혁신이 렌즈 산업의 중요한 경쟁력"라며 강조했다.

라간 정밀은 차별적인 수율 향상을 위해 제조 공정과 방법, 즉 생산기술에 대해 집중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공정 설계 및 최적화부터 금형 제작, 생산 설비의 개발 및 제작까지 생산과 관련된 모든 기술을 내부적으로 연구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조직적으로도 R&D 부서, 그 중에서도 생산기술 관련 R&D 부서의 위상을 대폭 향상시키고 있다.

2008년까지는 5개의 R&D 부서 중 생산기술 관련 부서가 제정설비부 하나에 불과했지만, 2009년에 가공기술부, 제품기술부, 제정설비부의 3개 부서로 확대 개편됐고, 2014년 성형 기술을 개발하는 연구개발3부, 금형 및 공구 기술을 담당하는 연구개발5부, 신제품 평가 및 생산기술 혁신을 주도하는 연구 개발6부, 자동화 장비 개발을 담당하는 연구개발 7부, 코팅 및 진공 관련 공정 기술을 개발하는 연구개발8부, 기타 제조 공정 상의 장비를

개발하는 연구개발9부 등 총 6개 부서로 확대됐다. 2015년, 연구개발3부와 같이 성형기술 개발을 담당하는 연구개발10부가 추가되어, 현재 생산기술 개발 조직은 총 7개 부서로 운영되고 있다.

재무 총 책임자(CFO), 생산 총 책임자(COO) 등과 동등한 위상의 부서장 7명이 생산 기술 개발에 배치됐다.

업계 전문가들은 "라간 정밀은 생산 시스템의 혁신을 경영의 최우선 과제로 삼았기 때문에, 그에 특화된 경영 구조로 과감히 전환한 것"이라며고 판단했다. 이어 "2009년, 40% 초반까지 떨어진 매출총이익률을 2016년 67%까지 끌어올릴 수 있었으며, 영업이익률도 50% 이상으로 회복 시킬 수 있었다"라고 덧붙였다.

라간 정밀는 생산 시스템과 생산기술 블랙박스화로 해당 분야에서 세계 1위 자리를 고수하고 있다. [사진=라간 정밀 홈페이지 캡처]

라간 정밀은 핵심 생산 기술의 분리 개발과 도제식 교육을 고집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또한 주요 정보에 대한 접근 권한을 소수에 국한시키고, 각 부서를 독립적으로 만들어 상호 정보에 대한 접근을 엄격히 통제했다.

회사 시설 내에서는 스마트폰 사용을 허용하지 않으며, 회사 외부로 메일을 발송할 수 있는 직원도 소수로 제한하는 등 내부 통제도 강화했다. 이에 대해 LG경제연구원 김종대 연구원은 "일반적으로 R&D의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최대한 공용화할 수 있는 업무는 통합하고, 담당자가 바뀌어도 쉽게 적응할 수 있도록 업무를 표준화/문서화하며, 다양한 창의적 아이디어가 도출될 수 있도록 폭넓은 정보 공유를 실시하는 것이 적합할 수 있다"라고 전했다. 

이어 "하지만 라간 정밀처럼 생산 시스템에 먼저 투자를 하는 회사라면 R&D의 비효율성을 감수하더라도 생산기술 블랙박스화 하는 게 오히려 더 효과적일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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