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과 중국 전기차 충전기 통일규격 공동개발한다
  • 최홍식 기자
  • 승인 2018.08.26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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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전기차의 확산이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제각각이던 충전기 규격에 대해 일본과 중국이 통일 규격의 충전기를 공동 개발하기로 합의했다.

20년 내 양국 전기차 충전규격 통일 목표, 규격 통일로 세계시장 점유율 90% 초과 예상

[인더스트리뉴스 최홍식 기자] 세계 각국이 환경규제를 강화함에 따라 자동차 업계에서도 전기차로 옮겨지고 있다. 볼보 자동차의 경우 2019년 이후 발매하는 모든 차량을 전기자동차로 할 예정이며 프랑스 및 영국 정부는 2040년 이후 휘발유차와 디젤차 판매를 금지하겠다고 발표했다.

일본 후지 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지난 2016년 전 세계 전기차 시장은 전년 대비 38%가 확대됐고, 이러한 성장 모멘텀은 향후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UBS 역시 보고서를 통해 전기차가 대중화되면서 최근 몇 년사이 전기차 시장이 급속하게 성장하는 추세이며, 향후 연평균 성장률이 46%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차데모 규격의 EV 충전기 사진 [사진=YAZAKI 주식회사 홈페이지]
차데모 규격의 EV 충전기 사진 [사진=YAZAKI 홈페이지]

다만, 전기자동차 충전기에 대한 규격통일화가 이뤄지지 않아 세계적인 전기차 보급확산에 장애로 작용하고 있다. 세계적인 전기차 보급을 위해서는 충전기 규격 통일 과제가 이뤄져야 하나 현재 세계 대부분의 나라가 충전기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고자 경쟁을 하고 있다. 나라마다 규격이 다르면 같은 차량에도 판매지역마다 서로 다른 방식으로 자동차를 생산해야 하고, 이는 생산비용 증가로 이어지므로 충전기 규격통일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는 상황이다.

전기차 충전규격 종류 및 차세대규격 공동개발 합의

전기차 충전기 국제규격은 크게 5가지 종류가 있으며, 종류에 따라 자동차와 연결하는 커넥터, 통신방법 등에 차이가 있다.

2010년 봄 도쿄전력과 도요타, 닛산 등의 일본 주요자동차 브랜드가 중심이 되어 처음으로 전기차 충전규격 차데모(CHAdeMO, 충전을 표시하는 Charge와 이동을 뜻하는 Move를 합친 조어)를 제정했다. 현재 차데모는 전 세계 7%의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으며, 1만8,000대에 해당하는 수치다.

유럽의 경우 2011년 10월 독일 BMW, 미국 Ford 등 주요 자동차 브렌드 7개사가 일본의 ‘차데모’ 방식과는 다른 ‘콤보’ 방식 구축체계를 발표하면서 일본 규격과는 다른 행보를 선언했다. ‘콤보’ 방식은 현재 세계 점유율 3%이며, 약 7,000대에 해당한다.

콤보 이후 미국은 별도 규격인 테슬라를 제정한 바 있고, 프랑스 르노 또한 별도의 'AC3상‘ 방식을 내세우고 있다. 중국의 경우 국가표준을 뜻하는 GB/T(Guobiao+Tuijian 추천) 중 전기차 충전기 표준은 2015년 제정한 GB/T 20234이다. 후발주자임에도 불구하고 현재 전 세계 22만대를 설치해 87%의 압도적 세계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전 세계 지역별 전기자동차 판매추이 (단위: 백만 대) [자료=UBS Estimates]
전 세계 지역별 전기자동차 판매추이 (단위: 백만 대) [자료=UBS Estimates]

일본-중국, 차데모와 GB/T 통합하기 위한 공공개발 착수 합의

지난 8월 22일 일본 차데모협의회 요시다 마코토 사무국장에 따르면, 지난 2월 경 중국 측으로부터 제안이 먼저 있었고, 일본과 중국은 신규격을 만들기로 합의했다. 일본과 중국의 기존 제품이 규격의 친화성이 높았던 점도 공동개발 논의의 근본 원인이 됐다. 중국 측이 ‘콤보’가 아닌 ‘차데모’를 선택한 것은 자동차와 충전기 간 데이터를 교환하는 통신방식(CAN)이 동일했던 것이 큰 이유였다.

여기에 더 나아가 지난 8월 28일에는 베이징에서 일본 차데모 보급을 담당하는 ‘차데모협의회’와 중국 GB/T를 추진하는 ‘중국전력기업연합회’가 신규격 통일을 약속하는 각서를 체결했다. 전기차 충전기의 규격 통일 주도권은 점유율이 높은 중국측에 있지만 일본은 전기차 강대국으로 기술 확대의 좋은 기회를 맞이한 셈이다.

일-중, 전기차 규격 이후의 세계시장 전망

양 국이 전기차 충전 규격을 통일하게 될 경우 세계 시장 총 점유율은 자연스럽게 90%가 넘게 된다. 일본 차데모협의회 발표에 따르면 2020년에 새로운 규격 제정 후 양국은 그에 맞는 충전기를 설치해 나갈 계획이며, 유럽이나 인도 등에도 협조를 요청할 것으로 전망된다.

오사카 무역관이 요청한 유선 인터뷰에서 일본 모 자동차회사 설계 담당 관계자는 “일본과 중국의 전기차 충전규격 공동개발은 우선 중국 진출 확대를 꾀하는 일본 기업에 희소식이다. 또한, 각 나라가 자국의 기술에 국한되지 않고 서로의 단점을 보완할 것이기 때문에 보다 나은 기술 규격을 개발하고 함께 성장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크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신규규격이 실용화되면 대용량저지 충전이 수월해지고 충전시간도 단축되는 등의 여러 장점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된다. 본래 전기차 급속충전기는 고츨력전기를 사용하기 때문에 내열케이블이나 커넥터 부분 등에 높은 안정성이 요구된다.

중국의 경우 이번 합의를 통해 일본의 안전기술 노하우를 받아들여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인 중국 인프라 정비에 활용이 가능하다. 일본의 경우 차세대 충전기를 중국에 판매할 수 있게 되고, 중국산 전기차 커넥터 등을 활용할 수 있게 되므로 생산비용 절감이 가능하게 된다.

또한, 일본의 급속충전기 출력은 현재 150kW 안팎이고 중국 측은 50kW 전후이지만, 양측은 500kW 이상으로 실용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 일본 충전기의 충전시간은 30분 정도이나 이를 10분 이내로 단축할 예정이다.

차데모협의회 요시마 사무국장은 기자회견에서 “규격통일은 양국 정부의 지지를 받고 있고, 일본 충전기의 중국수출시 비관세장벼에 들어가지 않게 하는 것 등에 합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기차 충전기 규격 통일화 상황 주시하며, 응용기술개발 전략 마련 필요

세계 최초로 일본이 충전규격을 제정한 이후 유럽과 미국, 중국 등에서 잇달아 조금씩 다른 규격을 제정하면서 지속된 주도권 싸움이 머지않아 마무리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앞서 인터뷰에 응했던 일본 모 자동차 설계 담당자가 “양국의 규격 통일은 한 발 더 나아가 유럽이나 인도까지 영향력을 끼칠 것이고, 언젠가 전 세계 규격표준화를 이뤄 모두가 최상의 품질을 사용할 수 있게 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듯이, 궁극적으로 충전기 규격 표준화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규격표준화 과정에서 우리나라 정부 및 기업도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이를 유리한 방향으로 끌어갈 수 있는 응용기술개발 전략을 모색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현재 사용되고 있는 급속충전방식은 콤보, 차데모, AC3상 방식의 세 가지로 구분된다. 규격표준화 물살이 세지는 시대를 맞아 정부는 국내 전기차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정책을 수립하고, 기업은 여러 방식으로 응용했던 기술을 접목해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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