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국감] 신재생과 전기요금, ‘합리적 전력소비’라는 컨센서스 모아져야
  • 박관희 기자
  • 승인 2018.10.16 11: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유럽 등 주요국이 전기요금에 재생에너지 부과금 항목을 신설하고 소비자 수용성 제고에 노력하는 사이, 우리나라는 전기수요에 비해 전기요금은 현실적이지 않다는 지적들이 제기되고 있다. 결국 합리적 전력소비 유도를 통해 전기요금의 현실화가 필요한 시점에 왔다고 해도 무방하다.

요금 편익을 통해 수익을 올려야 하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불가

[인더스트리뉴스 박관희 기자] 기후변화 대응 차원에서 강조되고 있는 ‘재생에너지 발전량 20% 달성’이 이뤄지면 저탄소 전원인 재생에너지의 확대로 발전부문 온실가스 감축을 강화할 수 있고, 원전 신규 건설을 억제하고 수명을 40년으로 설정하더라도 발전부문 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가능해진다는 것이 정부의 계산이다.

신재생에너지 확대가 이뤄짐에도 전기소비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어, 합리적인 전력소비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사진=dreamstime]
신재생에너지 확대가 이뤄짐에도 전기소비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어 합리적인 전력소비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사진=dreamstime]

다만 빠르게 늘고 있는 전력소비 증가 패턴이 관건이다. OECD는 2000년에서 2014년 연평균 전력소비가 0.8% 증가했지만 우리나라는 4.7% 증가했다. 독일과 영국 등 유럽 국가들이 1990년대 이후 전력 수요가 큰 등락없이 정체됐다면 우리나라의 1인당 전력소비량은 독일 등 유럽을 앞서고 있는 단계다.

실제 에너지경제연구원의 2000년부터 2015년까지 가정‧상업 부문의 에너지원별 소비변화율을 보면 석유 소비가 14.7% 증가한데 비해 도시가스가 72.6%, 전력은 101.9%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전력 가격은 35.3% 증가했지만, 도시가스는 79.6%, 석유는 101.1% 증가했다. 저렴한 가격 탓에 전기 에너지 소비로 집중되고 있다는 것을 단적으로 설명하는 자료라 하겠다.

환경정책평가연구원은 국내 재생에너지 발전 잠재량을 현재 전력 수요의 약 65% 수준으로 내다봤다. 이는 재생에너지 3020이 차질 없이 진행되더라도 전력수요 대응에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말이다. 따라서 산업통상자원부가 탈원전에 따른 전기요금 인상은 없다고 수차례 못 박았지만 전기요금 문제는 현재도 또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제기될 개연성이 높다.

김삼화 의원은 "전기요금의 정책목표가 물가와 산업계 부담 최소화가 아닌 합리적 전력소비 유도라는 데 국민적인 컨센서스가 모아져야 한다"고 밝혔다. [사진=김삼화 의원실]
김삼화 의원은 "전기요금의 정책목표가 물가와 산업계 부담 최소화가 아닌 합리적 전력소비 유도라는 데 국민적인 컨센서스가 모아져야 한다"고 밝혔다. [사진=김삼화 의원실]

올해 국정감사에서도 전기요금 문제는 뜨거운 감자였다. 11일 산업통상자원부 국정감사에서 곽대훈 의원은 “2030년까지 한전의 전력구입비가 9조원 가량 늘어날 것이다”며, “월성 원전의 폐로와 계획했던 원전 건설을 취소하면서 상대적으로 비싼 LNG로 전기를 생산하고 이를 구입해야 하기 때문이다”고 밝혔고, 김삼화 의원은 “현행 전기요금 체계로는 에너지신산업을 육성하고, 일자리를 창출하는데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김규환 의원은 “‘풍력과 태양광 등의 신규발전설비 증설에 따른 전력판매단가 충격치’ 자료를 보면 신재생에너지 설비 증설에 따라 2030년까지 약 57.41원/kWh의 단가가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소개했다.

세계적으로 보면 국내 전기요금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편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가 지난 2016년 밝힌 주요국의 전기요금을 보면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노르웨이, 미국과 캐나다 등 소수의 국가를 제외하고 전기요금이 낮은 수준에 속한다. OECD 평균과 비교하면 주택용 전기요금은 OECD 평균의 64%, 산업용 전기요금은 89% 수준이다.

현재 우리나라 전기요금은 원가주의를 기반으로 결정하고 있다. 영업비용과 적정법인세비용이 포함된 적정원가에 적정투자보수가 더해진 이른바 총괄원가 개념인 것이다. 요금체계는 주택용의 경우 지난 2016년 개편된 3단계 누진제를, 일반용과 산업용‧교육용 등은 공급 전압에 따라 계시별요금제와 계절별 요금제를 적용하고 있다.

김삼화 의원은 11일 국정감사 자료집을 통해 “원가주의를 기본으로 하지만 물가안정 등 정책적 목적에 따른 요금규제로 전기요금의 경우 원가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고, 또 현행 전기요금에는 환경오염에 따른 외부비용과, 송배전 설비 관련 보상비용 등을 포함한 사회적 갈등 비용의 반영이 미흡했다”고 진단했다.

주요국 전기요금 현황 [자료 : Energy Price and Taxes 2016(OECD, IEA)]
주요국 전기요금 현황 [자료 : Energy Price and Taxes 2016(OECD, IEA)]

또 전기요금이 정상화되지 않으면 정부가 추진하는 에너지전환도, 수요중심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발굴도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정부가 정책적으로 요금을 낮게 책정할 경우 요금 편익을 통해 수익을 올려야 하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설 자리가 없게 된다”면서, “에너지신산업 육성을 위해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을 시장에 내놓았지만 돈을 벌 수 있는 비즈니스가 없다보니 기업들이 정부의 보조금만 탐내며 시장 참여에는 소극적 행보를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때문에 김 의원은 “더 이상 전기요금의 정책목표가 물가와 산업계 부담 최소화가 아닌 합리적 전력소비 유도라는 데 국민적인 컨센서스가 모아져야 한다”며, “이런 국민적 동의가 없이는 정치권에서 요금이 오를 수 있는 현실을 인정할 가능성은 낮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지난 8월 산업통상자원부는 “하반기 국회 차원의 공론화 과정을 통해 누진제를 포함한 전기요금 체계 전반에 대해 심도 있게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