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태양광 시장, 전력 소비 다변화 구조로 변화 모색
  • 정한교 기자
  • 승인 2020.02.05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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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T를 FIP로 대체, 소규모사업자의 자가소비, ESS 및 EV 활용 등 재생에너지 확산 시기 넘어 새로운 시대 준비

[인더스트리뉴스 정한교 기자] 일본 태양광 시장이 변화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동안 일본 내 재생에너지 확산의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FIT 제도의 매입 보장 기간이 만료되며, 전력 판매에 집중하던 일본 내 소규모 사업자들이 새로운 생존전략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이에 최근 에너지경제연구원은 ‘세계 에너지시장 인사이트’를 통해 보고서를 발표하며, FIT 제도 매입기간이 만료된 일본 태양광발전사업의 향후 전개 방향에 대한 전망을 예상했다.

에너지경제연구원 해외정보분석팀 임지영 전문원은 “매입 보장 기간 만료 이후 일본 내 발전사업자들은 신전력사업자를 비롯한 새로운 잉여전력 판매처와 계약하거나 ESS를 도입해 자가소비를 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며, “일본 전력회사들은 신규 매입가격 및 서비스를 제시하고, 일본 정부도 FIP 제도 도입을 고려하는 등 새로운 변화를 모색 중”이라고 밝혔다.

국내 역시 태양광발전사업자들이 ‘한국형 FIT’ 제도에 많이 의지하고 있고, ‘REC 가격하락’ 등의 요인으로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보다 한발 앞서 태양광 시장 개척에 나선 일본의 이러한 상황을 예의주시할 필요성이 있다.

신전력사업자를 비롯한 새로운 잉여전력 판매처와 계약하거나 ESS를 도입해 자가소비를 하는 등 FIT 제도의 매입 보장 기간이 만료되며 일본 내 발전사업자들은 새로운 태양광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사진=dreamstime]
신전력사업자를 비롯한 새로운 잉여전력 판매처와 계약하거나 ESS를 도입해 자가소비를 하는 등 FIT 제도의 매입 보장 기간이 만료되며 일본 내 발전사업자들은 새로운 태양광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사진=dreamstime]

10kW 미만 발전사업자, 전력 판매에서 자가소비로

일본은 FIT 제도 시행 이후 급속도로 재생에너지가 보급, 확산되는 결과를 얻게 됐다. 특히, 태양광발전이 대폭 확산됐다. 발전량 기준 2011년 10.4%였던 재생에너지 비중은 2017년에 16.0%까지 확대됐는데, 이중 태양광발전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1년 0.4%에서 2017년 5.2%로 확대됐다.

일본 정부는 FIT 제도 도입을 통해 10kW 미만의 태양광발전설비로 발전하고 자가 소비한 전력 이외의 잉여전력을 10년간 고정가격으로 전력회사가 매입하도록 했다. 일본 내 10kW 미만의 태양광발전사업자는 2019년 말 누적 기준 약 53만건이며, 2023년이면 약 165만건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약 20년 이상의 기대수명을 보유한 태양광발전설비는 매입 보장 기간 만료 이후에도 지속적인 발전이 가능해 일본 내 약 6,700MW 규모의 잉여전력이 발생할 가능성이 생긴 것이다. 이에 일본 경제산업성은 안정적인 전력 판매처를 잃게 될 10kW 미만의 태양광발전사업자들을 지원하기 위해 지금까지 매입 의무를 부담해왔던 주요 전력회사에 매입 보장기간 만료 이후의 새로운 매입가격을 제시하도록 요청한 상황이다.

10kW 미만 태양광발전의 2019년도 FIT 매입가격은 24엔/kWh이며, 경제산업성은 앞으로 연간 2.7엔/kWh 수준으로 하락해 2024년에는 10.3엔/kWh가 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는 기술 개발 등으로 설비 발전효율 향상 및 태양광발전 보급 확대로 태양광발전설비 도입비용도 인하해 그리드 패리티를 달성할 것이라는 기대감에 따른 전망이다. 이와 함께 10kW 미만 태양광발전의 시스템 가격은 2017년 말 27.2만엔/kW에서 2030년 말에는 약 10.8만엔/kW로, 약 40% 가까이 낮아질 전망이다.

에너지경제연구원 해외정보분석팀 임지영 전문원은 “이에 따라 10kW 미만 태양광발전의 경우 향후 발전한 전력을 판매하는 것보다 자가소비를 하는 것이 더욱 경제적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ESS 및 전기자동차(EV)를 활용한 V2H(Vehicle to Home) 등의 개념도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임지영 전문원은 일본의 대표적인 자동차기업 닛산을 사례로 들며, 태양광 기업 캐나디안솔라와 제휴를 맺고 태양광발전의 잉여전력을 전기자동차에 저장할 수 있는 V2H 시스템 판매에 나설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잉여전력을 보유한 개인 발전사업자의 증가와 함께 AI 및 IoT, 블록체인 등의 기술도 발전함에 따라 개인 간 전력거래(P2P)도 확산되며 새로운 개인 참가형 거래서비스가 구축될 가능성도 높다는 전망이다. 이를 위해 에너지기업을 중심으로 일본 기업들은 P2P 전력거래에 대한 블록체인 기술의 유효성을 검증하기 위한 실증사업을 개시하고 있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FIT제도를 전력 시장가격에 일정 수준의 보조금을 가산해 지급하는 FIP제도로 대체하는 논의를 진행 중이다. 이를 통해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와 동시에 시장 활성화를 위한 자본 수급의 출처인 가정, 기업의 전기요금 부담을 줄이겠다는 계획이다. [사진=dreamstime]
일본 경제산업성은 FIT제도를 전력 시장가격에 일정 수준의 보조금을 가산해 지급하는 FIP제도로 대체하는 논의를 진행 중이다. 이를 통해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와 동시에 시장 활성화를 위한 자본 수급의 출처인 가정, 기업의 전기요금 부담을 줄이겠다는 계획이다. [사진=dreamstime]

10kW 이상 태양광발전, ‘FIT에서 FIP로’

일본 경제산업성은 재생에너지 보급을 확대하는 동시에 가정・기업의 전기요금 부담을 줄이기 위해 대규모 태양광・풍력발전을 대상으로 현재 시행중인 FIT 제도를 전력 시장가격에 일정 수준의 보조금을 가산해 지급하는 FIP(Feed-in Premium) 제도로 대체하는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FIP는 태양광발전 등 신재생에너지발전사업자가 시장가격에 매전하는 경우 할증(프리미엄 가격)으로 보조금을 가산하는 방식을 의미한다. FIP 제도의 경우, 시장가격에 연동된 참조가격(Reference Price)과 시장가격 보다 다소 높게 설정한 FIP 가격과의 차이(프리미엄)만큼을 정부보조금 형태로 지급해 전력판매수입이 가변적이다. 보조금의 재원은 FIT 제도와 마찬가지로 가정・기업의 전기요금에 부가해 회수한다는 계획이다.

FIP의 장점은 시장가격을 실시간으로 반영한 참조가격을 적용하는 경우에는 보조금액이 수시로 변경돼 일정하고 안정된 수입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미 이탈리아, 독일 등에서 도입돼 운영 중이지만, 시장가격 변동을 고려한 재생에너지발전사업자들이 비용 절감 등의 대응을 유도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프리미엄 고정형 FIP 제도는 시장가격의 변동을 고려하지 않고 고정된 프리미엄을 제공하기 때문에 시장가격 변동에 따라 전력판매수입도 가변적이기 때문이다. 이에 경제산업성은 전원별 특성을 고려해 재생에너지를 경쟁력을 갖춰 향후 성장세가 예상되는 전원(경쟁전원)과 지역에서의 활용 가능성이 높은 전원(지역전원)으로 구분하는 방안에 관한 연구의 중간보고서를 발표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참조가격 적용 방식(시간 단위)을 중점적으로 논의하며, 경제산업성은 2020년까지 FIP 제도의 세부규정을 확정해 현행 제도를 개정한다는 계획이다. 적은 발전량과 소규모 태양광발전, 바이오매스발전, 지열발전 및 수력발전은 기존 FIT 제도를 유지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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