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리가격 하락에 LS·대한전선 주가도 꺾였다...'판가연동' 전선업계 울상
  • 홍윤기 기자
  • 승인 2024.09.04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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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선업계, 원자재 구리가격과 판가 연동하는 '에스컬레이션' 계약 다수
구리가격 상승때는 판가와 재고가치 상승 호재...하락시에는 정반대
당초 상승 예상되던 구리가격 하락원인으로는 '트럼프'와 '중국' 거론
구리가격(왼쪽)과 LS, 대한전선 주가 추이/자료 = 한국거래소, 트레이딩이코노믹스
구리가격(왼쪽)과 LS, 대한전선 주가 추이/자료 = 한국거래소, 트레이딩이코노믹스

[인더스트리뉴스 홍윤기 기자] 전선업계는 전세계적인 AI열풍과 해상풍력 등 친환경에너지 개발, 북미·유럽 지역 노후 전력망 교체로 호황을 누리고 있다. LS전선·대한전선 등 국내 주요 전선 업체 주가도 이와 맞물려 지난해부터 크게 상승했다.

하지만 최근 원재료인 구리가격이 떨어지면서 전선업계의 주가도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전선업계의 계약 구조는 구리가격 변동치와 제품판가가 연동되는 에스컬레이션 조항이 포함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전선업체에는 원재료인 구리가격 상승이 오히려 제품판가와 재고가치 상승으로 이어지는 호재인데, 지난 5월부터 구리 값이 떨어지기 시작하면서 주요 전선업체의 주가마저 동반하락하는 동조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구리가격 하락 원인으로는 친환경 에너지 사업에 비판적인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선 가능성에 따른 우려, 최대 구리 소비국인 중국이 최근 구리의 대체재인 알루미늄의 구매를 늘리고 있는 점 등이 거론된다.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LS전선의 모회사 LS의 주식은 이날 현재(오후 1시30분 기준) 주당 10만55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연중 고가를 찍은 5월 20일 종가 18만7500원과 비교하면 3개월 반만에 43% 하락한 셈이다.

LS전선은 국내 최대, 세계 3위권의 전선회사다.

국내 2위 전선회사인 대한전선의 주가 상황도 좋지 않다. 대한전선 역시 5월 20일 고점을 찍은 이후 주가가 내리막길을 보이고 있다.

대한전선 주식은 현재 주당 1만1410원에 거래되고 있다. 5월 20일 종가 1만9300원과 비교하면 40% 가량 빠졌다. LS 주가와 비슷한 하락률이다.

슈퍼사이클을 맞아 고공행진을 이어가던 양사의 주가가 하락세로 돌아선 것은 구리가격 하락이 주요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미국 시장조사기관 트레이딩이코노믹스에 따르면 구리가격은 지난 5월 21일 1파운드당 5.04달러에 거래되며 올해 최고가를 기록한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해 현재 4.01달러 선에서 머물고 있다.

전선업체들은 계약시 구리가격 변동분을 판가에 연동하는 '에스컬레이션'(물가변동과 계약금액을 연동하는 제도) 조항을 포함시킨다. 따라서 구리값이 상승이 지속되면 판가상승이 이뤄져 수익성이 올라가는 구조다.

구리가격 상승은 수주잔고의 가치에도 영향을 미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상반기 말 기준 LS전선은 5조6216억원, 대한전선은 1조9387억원의 수주잔고를 쌓아놓은 상태다. 수주잔고는 계약 체결 당시 금액이 기준이다.

구리가격이 상승할 경우 향후 매출로 반영시 판가 상승의 효과를 누릴 수 있지만 반대로 구리가격이 지속적으로 떨어질 경우 실제 매출이 장부상 가치보다 못할 수도 있다.

한편 당초 미국 씨티그룹 등은 구리가격이 연말까지 톤당 평균 1만달러 수준으로 오를 것이며, 2026년까지 1만2000달러를 넘어 설 것이라는 긍정적 전망을 내놓은 바 있으나 시장 상황은 예상을 벗어나고 있다.

구리가격 하락 원인에 대해 일각에서는 미국 대선을 앞두고 트럼프 리스크가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바이든 행정부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은 '녹색 사기(green scam)'에 불과하다"며 친환경정책에 비판적 태도를 유지해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하면, 해상풍력을 포함 친환경에너지 사업이 위축될 가능성이 높아지는데, 이로인해 전선 수요가 대폭 줄어들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중국의 구리 구매 정책 변화가 가격 하락의 원인이라는 지적도 있다.

지난 7월 블룸버그통신은 중국 국영 전력망 사업자인 국가전망공사가 구리전선 대신 알루미늄전선으로 대체하고 있다고 보도하며 이같은 가능성을 시사했다. 중국은 전세계 구리 생산량의 4분의 1을 소비하는 세계 최대 구리 구매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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