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화하는 전기차 ‘캐즘’, 이차전지 시장 돌파구는 ‘공정혁신’
  • 최종윤 기자
  • 승인 2024.09.18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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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비사, 스마트팩토리 기술 도입 공정별 혁신 장비 개발 ‘사활’

[인더스트리뉴스 최종윤 기자] 최근 수년간 급격하게 확대돼온 국내 이차전지 산업의 성장세가 꺾인 이후 좀처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실제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따르면 2023년 이차전지 수출액은 98억3,000만 달러로 전년보다 1,6% 줄어들었다.

최근 수년간 급격하게 확대돼온 국내 이차전지 산업의 성장세가 꺾인 이후 좀처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사진=gettyimage]

연간 이차전지 수출이 감소한 것은 2015년 이후 8년만이다. 올해 상반기에도 이차전지 수출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1.2% 감소해 39억7,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다만 최근 두 달 연속으로 증가해 저점을 지나 회복 추세에 접어들었을 가능성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같은 이차전지 시장의 부진에 복합적인 원인 분석이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대표적으로 전기차 ‘캐즘’(Chasm, 일시적 수요 정체) 현상이 대표적인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캐즘은 기술 수용 생애 주기(Technology Adoption Lifecycle)에서 발생하는 현상으로, 혁신성을 중시하는 초기 수용자가 중심이 되는 초기 시장에서 대중화 시장 사이에 이르는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수요가 침체되거나 감퇴하는 현상을 말한다.

이차전지 산업이 전기차 붐을 타고 급성장세를 맞은 만큼, 전기차 수요가 줄어들며 이차전지 전체 시장의 침체를 가져왔다는 분석이다.

지난 6월 25일부터 27일까지 고양 킨텍스에서 열린 ‘EVBIS 2024 : 글로벌 배터리 & 충전 인프라 미래전략 컨퍼런스’에서 포스코경영연구원 박재범 수석연구원도 최근 이차전지 시장의 성장 침체기에 대해 캐즘을 먼저 언급했다.

박재범 수석연구원은 “2023년 말 기준으로 글로벌 전기차 침투율이 15.8%를 넘어서면서 2차 캐즘이 시작됐다”면서,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내연기관차 대비 TCO(Total Cost of Ownership, 총 소유 비용 동등화) 달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신차 가격, 유지보수 비용, 중고차 판매가격 등까지 감안해 내연기관차와 전기차의 TCO가 여전히 4.8%에서 18.4%까지 가격차가 존재하는 가운데, 여전히 대중화 단계에는 진입하지 못했다는 뜻이다.

다음 시장 침체기 이유로는 그간 글로벌 시장에서 펼쳐진 이차전지 공장 증설 경쟁에 따른 가동률 저하를 꼽았다. 박 수석연구원은 “전기차 판매 부진에 따라 해외 공장 가동률이 급락한 상황으로, 특히 EU 지역은 가동률이 30%대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삼성SDI는 ‘캐즘’ 속 설비 투자 규모 유지하고 있다. [사진=gettyimage]

K-배터리 3사, 2~4위 유지… 삼성SDI ‘캐즘’ 속 설비 투자 규모 유지

글로벌 전기차 캐즘 현상과 해외생산 거점 본격 가동, 중국업체들과의 경쟁 격화 등 국면 속에 배터리 제조업체는 원가 절감 등 방안 찾기에 골몰하고 있다. 동시에 설비투자를 통한 공정 혁신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가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4년 1~6월 중국 제외 글로벌 전기차(EV, PHEV, HEV) 탑재 배터리 총 사용량은 약 165.3GWh로 전년 동기 대비 13.1% 성장했다.

2024년 상반기,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 등 K-배터리 3사의 글로벌 전기차용 배터리 사용량은 전년 동기 대비 성장세를 기록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전년 동기 대비 6.9%(43.8GWh) 성장하며 2위를 유지했고, SK온은 6.2%(17.3GWh)의 성장률을 기록해 3위에 올랐다.

삼성SDI는 배터리 3사 중 가장 높은 17.9%(16.3GWh)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반면, K-배터리 3사의 글로벌 전기차용 배터리 사용량 시장점유율은 전년 동기 대비 1.8%p 하락한 46.8%를 기록했다.

글로벌 전기차 캐즘 현상과 해외생산 거점 본격 가동, 중국업체들과의 경쟁 격화 등 국면 속에 배터리 제조업체는 원가 절감 등 방안 찾기에 골몰이다. [사진=gettyimage]

삼성SDI는 전기차 시장의 수요 정체 현상인 캐즘의 여파로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이 40% 가까이 급감했다. 하지만 오는 4분기 중 전기차 배터리 수요 회복을 예상하며 수요 회복 시점이 늦어지더라도 중장기적으로는 전지 산업이 고성장할 것이라 전망해 타 배터리 업체가 투자를 미루거나 축소한 것과 달리 설비투자(CAPEX) 규모를 유지했다고 밝혔다.

삼성SDI는 미주 내 P6 배터리의 공급을 확대하고 46파이 원통형 배터리 및 리튬인산철(LFP)의 양산 준비와 함께 신규 고객 수주 활동을 지속할 방침이다. SK온은 올해 2분기 기준 출범 이래 11개 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전기차 시장 성장 둔화에 따른 공장 가동률 하락, 헝가리 신규 공장 가동으로 인한 초기비용 증가 등 영향에 따라 영업손실 4,601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SK온은 하반기 메탈 가격 하향 안정화에 따른 전기차 수요 회복에 대한 기대와 고객사 신차 라인업 확대에 따른 전방 수요 증가를 예상하며 수요 개선과 원가 절감 활동을 토대로 하반기 중 손익분기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주요 고객사인 △테슬라 모델3/Y △폭스바겐 ID.4 △포드 머스탱(Mustang) 마하(Mach)-E △GM 캐딜락 리릭(Cadillac Lyriq) 등 유럽과 북미에서 높은 인기를 보이는 차량들이 견조한 판매량을 유지하며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 사용량 성장세를 견인했다.

특히, 페이스리프트를 거치며 판매량이 잠시 주춤했던 테슬라 모델3의 판매량이 큰 폭으로 확대되면서 배터리 사용량도 크게 증가했다. 최근 LG에너지솔루션과 글로벌 완성차 업체 간 배터리 합작법인에서 생산된 배터리를 탑재한 신모델들이 출시되고 있다. 현대차그룹과 인도네시아 합작법인 HLI그린파워에서 생산된 NCMA 배터리셀을 탑재한 △기아의 콤팩트 SUV EV3와 △현대 캐스퍼일렉트릭이 공식 출시돼 소비자들에게 인도되고 있다.

HLI그린파워는 지난 4월 가동을 시작해 현재 안정적으로 제품 양산이 진행 중으로 아시아의 신규 생산 거점으로써 빠르게 성장하는 아세안 전기차 수요에 대응해 나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2분기 전기차 수요 감소에 따른 유럽 및 공장 가동률 하락으로 인한 고정비 부담 영향이 컸으나 북미 지역 배터리 판매 호조로 IRA 세액 공제 효과가 2배 이상 증가하며 전분기 대비 24.2% 영업이익 1,953억원을 달성했다고 밝혔다. LG에너지솔루션은 고금리 기조의 장기화로 인한 소비심리 위축, 주요 완성차 업체들의 전동화 속도 조절 등 대외 불확실성이 여전해 녹록지 않은 경영 환경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따라 2024년 연간 매출이 전년 대비 20% 이상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이 같은 어려운 경영 환경 속에서도 북미, 유럽 주요 고객사의 신차 출시에 따른 출하량 확대와 IT 고객사의 프리미엄 제품 수요 대응, 전력망 ESS 판매 확대 등 기회 요인을 적극 활용해 매출 확대를 위한 노력을 지속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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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차전지 시장의 침체기가 장기화하면서, 이차전지 장비사들은 혁신 장비 개발로 돌파구를 찾고 있다. [사진=gettyimage]

장비사 혁신 공정 장비 속속 개발, 공정 혁신 지원

이차전지 시장의 침체기가 장기화하면서, 이차전지 장비사들은 혁신 장비 개발로 돌파구를 찾고 있다. 공정 혁신을 통해 생산 경쟁을 펼치고 있는 제조사들이 품질, 수율 등을 높이는데 기여하겠다는 것이다.

이차전지 생산공정은 크게 전극공정, 조립공정, 활성화공정, 팩공정 등 다단계 공정으로 이뤄져 있고, 공정마다 세부공정이 별도로 있어 공정 혁신 및 스마트팩토리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원통형·파우치형·각형 등 형태에 따라 공정 순서 및 방법이 달라지는 점도 힘든 점 가운데 하나다. 이에 그간 품질, 수율 등 이슈를 경험한 제조사들은 최근 턴키(TURN-KEY) 방식의 장비 납품을 선호하고 있기도 하다.

특히 미국, 유럽 등에서 등장하고 있는 신생 이차전지 제조사들은 양산 경험이 적어 장비사들의 턴키 능력을 우선시하고 있다. 이에 대형 장비사들의 인수합병, 파트너십 체결도 늘고 있다. 대표적으로 SFA(대표 김영민)는 지난 2022년 전극공정에 특화돼 있는 CIS를 인수하며, 이차전지 전체 공정 지원을 위한 ‘퍼즐’을 완성했다.

품질 경쟁이 가속화되면서 혁신 장비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SFA는 디스플레이 분야에서 내재화한 레이저(Laser) 기술을 융합해 하이브리드 코터 장비를 개발했다. 기존 열풍 방식과 비교해 생산속도는 2배 끌어 올렸고, 동일 생산 속도에서 Footprint를 약 50% 감소해 연간 유지보수 비용 절감도 가능하게 했다. 이외에도 셀 1개 검사를 4초만에 완료하는 In-line 3D CT 장비로 전체 공정에 걸친 검사 솔루션을 개발했다.

이차전지 및 IT 소재 부품 장비 전문기업인 나인테크는 건식전극 공정용 파일럿 장비 개발을 완료하고 사업화를 앞두고 있다. 그간 전극 습식 제조과정에서 용매 건조로 다양한 이산화탄소가 발생하는 것으로 확인되면서, 친환경 제조를 위한 혁신 공정이 필수로 요구되고 있다.

나인테크의 건식전극 공정장비는 독보적 Roll to Roll 기술을 적용해 고정밀의 In-line 앙면코팅이 가능하다. 또 투입하는 Powder의 정량 공급이 가능한 시스템으로 구성돼 건식전극의 균일한 두께와 공극도를 확보할 수 있다.

국내 최초로 트로이달 코일 생산 자동화 장비 양산화에 성공한 블럭나인은 독보적인 권선기술에 협동로봇을 접목해 팔렛타이징 및 인서트 공정, 정렬, 베이스 및 커팅, 탈피 솔더링 작업 등의 후공정, 제품 검사 공정, 포장 공정까지 원자재 공급부터 토출까지의 전공정 자동화를 구현했다.

올해 1월 설립된 NBTS(Noticeable Battery Total Solution)는 이차전지 불량률이 가장 높은 전극 코팅공정 자동화 장비 개발을 준비중이다. 현재는 슬러리가 공급돼 일정한 로딩으로 조건을 설정할 때까지 loss가 가장 크고 잠재적인 불량으로 인해 배터리를 제조하고 나서야 불량을 검출할 수 있다. NBTS는 이를 설비측면에서 해결하기 위해 슬러리의 점도, 코팅 속도, 건조 등의 많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코팅공정의 스마트공장의 한계까지 도달하는 것을 목표로 잡고 있다.

복합적인 이유로 이차전지 시장의 성장세가 다소 주춤하고 있지만, 전세계적인 탄소중립과 내연기관차 퇴출 정책 등으로 결국 전기차 중심의 이차전지 시장은 다시 성장세로 전환할 것이라는 게 대세다. 오히려 소재 분야 기업들은 캐즘과 광물 가격 하락이 겹친 지금이 사업확대의 적기로 보고 있기도 하다. 이차전지 산업은 우리나라 차세대 첨단전략산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향후 우리의 경제 성장을 주도할 아이템으로 육성되며, 그야말로 제2의 반도체 신화가 기대되는 분야다. 끊임없는 기술 개발 등으로 소재·장비·제조까지 산업 생태계 전반을 아우르며 글로벌 무대에서 대한민국의 배터리 신화가 쓰여지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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