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K 전체 계열사에 계약 해당돼”… 위반 및 법적책임 논란 확산

[인더스트리뉴스 한원석 기자] 사모펀드 운용사(PEF) MBK파트너스가 고려아연과 체결해 올해 5월 종료된 신사업 관련 핵심자료들의 ‘비밀유지계약(NDA)’의 세부 조항이 일부 언론을 통해 공개되면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이 계약에는 위반 시 금전적 배상 외에 법적책임 관련 조항까지 들어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파문이 확산될 전망이다.
MBK가 고려아연과 맺은 해당 계약이 종료된 지 불과 석 달여 만에 영풍과 ‘적대적 인수·합병(M&A)’을 위한 공개매수에 나서면서, 일각에서는 계약 위반을 넘어 법 위반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특히 MBK가 이 계약에서 금지하는 여러 사항들을 위반한 것을 넘어 고려아연으로부터 넘겨받은 회사 핵심자료들을 ‘적대적 M&A’에 활용했다면 그에 따른 법적책임 역시 엄중할 것으로 관측된다.
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고려아연과 MBK의 비밀유지계약 체결이 종료된 시점은 올해 5월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MBK는 지난 2022년 5월 고려아연 신사업인 ‘트로이카 드라이브’의 재정을 지원할 후보로 고려아연으로부터 여러 기밀 자료를 넘겨받고 해당 계약을 체결했다.
당시 MBK는 체결일로부터 2년 동안 기밀유지와 함께 경영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하지 않기로 하는 내용 등 20개 조항이 담긴 문서에 서명했다. 하지만 MBK는 비밀유지계약이 종료된 지 석 달여 만에 고려아연에 대한 적대적 M&A를 선언하기에 이르렀다.
금감원 공시 자료에 따르면, MBK가 영풍과 고려아연 적대적 M&A를 위한 경영협력계약을 체결한 것은 지난 9월 12일이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수조 원대 자금이 투입되는 적대적 M&A에 대한 검토를 넘어 복잡한 경영협력 계약까지 체결하는 것을 불과 석 달여 만에 끝내기 어렵다는 점에서 이를 준비하고 서로 논의한 시간은 훨씬 이전일 수 밖에 없다는 의혹의 눈초리를 받고 있다.
만약 MBK가 계약 기간 내 고려아연 M&A를 준비한 사례에 포함된다면 이는 비밀유지계약 제8조에 저촉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양사가 맺은 계약 8조에 따르면 정보 수령자(MBK)는 정보 제공자(고려아연)의 사전 서면동의 없이 주식 또는 지분을 매입하거나, 사업결합 및 합병, 적대적 인수 등을 제안하거나, 경영을 통제 또는 경영에 영향을 미치려는 행위를 하지 않는 것에 동의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즉 영풍과의 적대적 M&A 논의 등 경영권 관련 협의를 6월 이전 시작했을 경우 법적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얘기다. 설령 MBK가 관련 논의나 협의를 계약 종료 이후에 시작했다 하더라도 해당 계약이 종료된 지 불과 석 달여 만에 계약을 정면으로 위반하는 행위를 한 점 역시 도덕적으로 비판을 면하기 어려운 것으로 보인다.
양사가 맺은 계약 제9조도 또 다른 논란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 조항에 따르면 MBK는 고려아연의 임직원은 물론 주요 고객, 주요 공급자와의 논의나 협상 등을 해당 기간 하지 못하도록 돼 있다.
고려아연과 영풍이 최근까지 거래관계를 유지해 왔고 고려아연이 영풍으로부터 연간 1000억원이 넘는 특정 품목들을 공급받아 온 만큼 해당 조항을 명백히 위반했을 가능성이 제기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MBK는 위 조항이 담긴 계약서 내용에 서명하면서, 계약 위반 시 손해배상을 넘어 법적 책임까지 감수하겠다는 데 동의했다. 이를 감안할때 MBK의 비밀 유지 계약 위반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MBK는 계약 위반에 따른 특정 이행이나 금지 명령에 따라야 하고 법적 소송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