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대 측 구지은 전 대표, FI 등과 협의 진행 중
‘우선매수권’ 입장차로 매수-매도 소송전 불가피

[인더스트리뉴스 서영길 기자] 경영권을 둘러싼 남매 간 8년 ‘골육상쟁’이 마무리되는듯 했던 아워홈이 대기업 외부세력의 참전으로 한층 격한 경영권 분쟁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한화 오너가 3세인 김동선 부사장이 아워홈을 인수하겠다고 선언한 가운데, 가족인 친오빠와 친언니에게 경영권을 뺏긴 구지은 전 부회장이 본격적으로 반격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면서 재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단체급식 업체 아워홈이 오너 일가 남매 간 경영권 분쟁이 종식된 지 약 8개월만에 또다시 경영권 분쟁의 격랑에 빠져들 조짐을 보이고 있다.
아워홈 창립자인 고(故) 구자학 전 회장의 장남 구본성 전 부회장과 장녀 구미현 현 아워홈 회장이 보유한 회사 지분 57.84%를 한화그룹에 넘기겠다고 예고하면서부터 이번 분쟁은 촉발됐다.
한화 측은 구본성-구미현 측이 보유한 아워홈 지분을 매입하는 것으로 내부 결정을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일부 특수관계인 지분 매입까지 더하면 총 58.6% 지분을 확보하게 된다.
이에 그동안 회사를 이끌어오다 지난해 5월 경영권 다툼에서 밀려난 막내 구지은 전 부회장이 정관에 명시된 우선매수권(주식 매각 시 다른 주주가 같은 조건으로 먼저 사들일 권리)을 앞세워 반격에 나설 것으로 관측되면서 양측의 갈등이 소송전이 번질 가능성도 점쳐진다.
◆ 식‧음료사업 확대 노리는 한화 김동선, 인수에 난항 전망
1조원대 규모의 아워홈 인수전은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3남인 김동선 한화호텔앤드리조트 부사장이 직접 인수를 주도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김동선 부사장의 식‧음료사업 확대 의지가 크게 작용했다는 것이 업계의 주된 시각이다.
실제로 김 부사장은 최근 식음료 관련 신사업에 총력전을 펴고 있다. 대표적으로 지난해 2월 한화호텔앤드리조트의 외식 부문 자회사 더테이스터블의 사명을 '한화푸드테크'로 변경했고, 한화푸드테크를 통해 최근 미국 로봇 피자 브랜드 '스텔라피자'도 인수했다.
앞서 2023년에는 미국 버거 브랜드 파이브가이즈를 국내에 들여오기도 했다.
김 부사장은 아워홈을 인수해 이 회사의 식자재 유통망을 한화그룹 계열사들이 활용하면 상당한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남매 간 경영권 분쟁에서 승기를 잡은 구본성-구미현 측은 지난해 5월 사모펀드(PEF) 운용사들과 접촉하며 아워홈 경영권에 대한 매각 의사를 표명했고, 이에 발빠르게 움직인 한화는 아워홈과 인수 관련 논의에 본격 나서는 모양새를 만들어냈다.
한화는 지난해 8월 구본성-구미현 측과 아워홈 지분에 대한 주식거래양해각서(MOU)를 체결하며 인수를 가시화했다. 한화는 아워홈 지분 100% 인수를 목표로 주당 6만5000원, 약 1조5000억원 가치로 인수 규모를 책정했다.
한화는 구본성-구미현 측 지분 57.84%에 대해 약 8600억원을 제안, 2월 중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아워홈 지분 100%로 향하는 인수 과정은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그간 경영권을 놓고 골육상쟁을 벌여온 아워홈 네 남매가 이번 한화 인수 건을 두고도 또다시 2대 2로 편이 갈렸기 때문이다.
앞서 아워홈은 지난 2017년부터 경영권을 두고 오너가 2세끼리 '남매의 난'을 벌여왔다.
아워홈은 이들 네 남매가 전체 주식의 98% 이상을 보유하고 있는 사실상 가족 회사다. 지분율을 보면 구본성 38.56%, 구미현 19.28%, 구명진 19.60%, 구지은 20.67%로 구성돼 있다.
아워홈 경영권 분쟁을 둘러싼 골육상쟁은 구본성-구미현 측이 지난해 5월 구지은 전 부회장을 이사회에서 퇴출시키면서 일단락된 바 있다.
경영권을 잡은 구본성-구미현 측은 적극적으로 달려든 한화에 자신들의 지분 매각을 추진하고 있지만, 2녀 구명진씨와 구지은 전 부회장이 이를 반대하고 있어 한화로의 매각이 쉽지만은 않아 보인다.
여기에 약 8개월 전 경영권 분쟁에서 밀려난 구지은 전 부회장이 회사 경영에 대한 의지가 여전해 아워홈 인수를 둘러싼 한화 측과의 법적 분쟁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다만 구지은 전 부회장도 구본성-구미현 측 지분을 매입하려면 8600억원가량의 막대한 자금이 필요해 사모펀드 어펄마캐피탈 등 FI(재무적 투자자)를 끌어오는 방식을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아워홈 매각되도 단체급식 시장 별다른 요동 없을 것”
구지은 전 부회장은 한화 측의 아워홈 인수를 임시적으로 막는 장치로 우선매수권을 내세우고 있다.
아워홈은 네 남매 중 누군가 지분을 팔 때 나머지 일가가 해당 지분을 같은 조건으로 우선 매수할 수 있도록 정관에 명시해 놨다.
구 전 부회장은 우선매수권을 내세워 한화 측 매각 협상을 막고 구본성-구미현 측 지분을 매수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우선매수권의 효력을 놓고 한화와 구 전 부회장 간 입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한화와 구본성-구미현 측은 지난해 9월 구지은 전 부회장에게 우선매수권 행사 여부에 대한 내용증명을 보냈지만 답변이 오지 않아 행사 권리가 소멸됐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반면 구 전 부회장 측은 한화 측의 일방적 통보인 만큼 우선매수권이 유효하다고 반박하고 있다.
앞서 한화 측은 구본성-구미현 측과 같은 조건으로 지분을 매입하겠다는 내용증명을 구지은 전 부회장 측에 이달 23일까지 시한으로 전달했지만 구 전 부회장은 이 제안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만약 한화가 아워홈 인수를 강행할 경우 구 전 부회장은 우선매수권을 근거로 법원에 주식처분금지 가처분 신청을 낼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한화는 구본성-구미현 측의 지분을 먼저 사들인 뒤 유상증자를 통해 구지은 전 부회장의 지분을 희석시키는 방안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한화는 구본성-구미현 측 지분을 50%만 우선 인수하고, 구본성 지분 중 나머지 약 8%는 2년 뒤 사들이는 '단계적 매입'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두고 범LG가인 아워홈이 한화로 넘어가면 LG 계열사에서 수주한 급식사업이 빠져나가는 상황을 막기 위한 것 아니냐는 추측과, 한화가 인수 자금이 부족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동시에 새나오는 상황이다.
한편, 단체급식 시장 2위인 아워홈이 한화에 매각되더라도 해당 시장이 재편되는 등 별다른 요동은 크게 없을 것이라는게 업계의 전망이다.
단체급식 업계의 한 관계자는 “한화라는 대기업이 시장에 들어와도 ‘지각 변동’을 일으킬 정도의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며 “단체급식 시장은 IT 업계처럼 어떤 혁신적인 서비스나 상품이 나올 수 있는 구조가 아니라 매우 안정적인 사업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