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수출 무관세 혜택 노린 캐나다 공장 건립, 전면수정 불가피

[인더스트리뉴스 서영길 기자]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과 배터리 핵심 광물 가격 하락 등의 여파로 국내 배터리 소재사들의 지난해 실적이 일제히 악화했다.
여기에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고관세’ 정책 등도 맞물리며 업계에서는 올해도 잿빛 전망이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양극재 업체인 에코프로비엠과 엘앤에프, 포스코퓨처엠 등은 지난해 매출을 비롯해 영업이익, 당기순이익 등 모든 지표가 역성장세를 보이며 악화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특히 포스코퓨처엠, 에코프로비엠은 캐나다에 공장도 짓고 있어 트럼프의 '관세 폭탄'에 추가 피해를 받을 전망이다.
국내 유일 양·음극재 업체 포스코퓨처엠은 지난해 영업이익이 7억원으로 전년 대비 98% 대폭 감소했다. 매출은 22.3% 감소한 3조6999억원, 당기순손실은 2313억원을 기록했다.
핵심 사업인 배터리 소재사업이 매출 2조3399억원, 영업손실 369억원으로 부진한 탓이다.
에코프로비엠, 엘앤에프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에코프로비엠은 지난해 매출 2조7668억원, 영업손실 403억원, 순손실 414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매출은 59.9% 감소하고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적자전환했다.
전기차 시황 둔화에 따른 판매량 감소로 매출액 및 수익성이 감소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엘앤에프 역시 지난해 매출 1조9075억원, 영업손실 5102억원을 시현했다. 매출은 전년 대비 58.9% 줄었고 영업이익은 129.5% 감소했다.
엘앤에프 측은 전기차 수요가 둔화해 제품 출하량이 감소했고, 메탈 가격이 지속해서 하락한 데에 따라 이익이 감소했기 때문에 실적이 악화했다고 분석했다.
◆ 트럼프 ‘고관세’ 정책에 유탄 맞은 韓 배터리 소재사들
하지만 이보다 더 큰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의 캐나다·멕시코 관세 부과 조치로 올해도 배터리 소재사들의 어려움은 지속될 것이라는 점이다.
최근 트럼프는 캐나다·멕시코의 모든 제품에 25%의 고관세를 부과한다고 밝히며 ‘관세 전쟁’을 선포한 바 있다. 비록 해당 관세 정책이 한 달 유예되긴 했지만 언제든 재개될 수 있다는 관측이 지배적인 상황이다.
이 때문에 그렇지 않아도 실적 악화 늪에 빠진 국내 배터리 소재사들은 고관세 문제도 풀어야야 할 당면과제가 됐다.
그동안 국내 배터리 소재사들은 무관세 혜택을 노리고 캐나다에 공장 건립을 추진 하는 등 캐나다를 대미(對美) 시장 거점으로 활용한다는 복안이었다.
하지만 이같은 사업 구상이 트럼프의 고관세 정책으로 전면 수정이 불가피하게 됐다.
다만 대통령 후보 시절부터 공공연히 외쳐온 트럼프의 고관세 공언으로 국내 배터리 소재사들은 캐나다 현지 투자를 이미 중단해 놓은 상태다.
포스코퓨처엠은 지난해 9월 미국 완성차업체 제너럴모터스(GM)와 캐나다 퀘벡에 6억3300만 달러(약 9285억원)를 투자하는 양극재 공장의 완공 일정을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에코프로비엠도 SK온·포드와 총 12억캐나다달러(약1조2000억원)를 투자하는 퀘벡 양극재 공장 건설을 두 차례 중단했다.
여기에 트럼프 행정부의 전기차 보조금 폐지·축소 움직임도 국내 배터리 소재사들에겐 악재로 작용될 전망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올해 배터리 소재사들의 실적이 지난해보다 더욱 악화할 것이라는 우울한 관측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