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Software Defined Manufacturing의 심장, 데이터스페이스 운영 전략
  • 최종윤 기자
  • 승인 2025.03.26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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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로벌 표준과 협업 기반 데이터 공유 플랫폼 구축해야
… 한국형 데이터스페이스 플랫폼, ‘DataArirang-X’로 추천

[글 한국인더스트리4.0협회 박한구 명예회장] 2025년 제조업은 단순한 자동화의 수준을 넘어, 데이터 중심의 자율적 운영 체계로 급격히 전환되고 있다. 우리는 이를 Software Defined Manufacturing(SDM)이라고 부른다. SDM은 기존 하드웨어 중심의 제조 시스템이 아닌, 소프트웨어와 데이터를 중심으로 정의되고 운영되는 새로운 제조 패러다임이다. 중심에는 ‘데이터’가 있으며, 이 데이터를 유기적으로 연결하고 흐르게 만드는 구조가 바로 데이터스페이스(Dataspace)다.

한국인더스트리4.0협회 박한구 명예회장은 “데이터스페이스는 이제 단순한 기술 개념을 넘어, SDM을 구현하는 심장과도 같은 존재로 자리 잡고 있다”며, “SDM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데이터의 저장이 아니라 ‘흐름과 연결’을 만드는 구조, 즉 데이터스페이스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사진=gettyimage]

데이터스페이스는 이제 단순한 기술 개념을 넘어, SDM을 구현하는 심장과도 같은 존재로 자리 잡고 있다. 이번 칼럼에서는 SDM의 본질과 함께 이를 실현하기 위한 데이터스페이스 운영 전략을 구체적으로 소개하고자 한다. 이는 단순한 이론이 아니라 대한민국이 데이터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실행 로드맵이기도 하다.

SDM의 정의와 본질: 제조를 소프트웨어로 정의한다

SDM은 SDN(Software Defined Network), SDV(Software Defined Vehicle), SDF(Software Defined Factory), SDA(Software Defined Automation) 등 소프트웨어 정의 패러다임의 연장선이다. 핵심은 ‘제조 시스템이 데이터와 소프트웨어에 의해 유연하게 정의되고, 실시간으로 변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SDM은 다음 세 가지 축으로 구성된다. 첫째 SDF(Software Defined Factory)는 공장을 데이터 기반으로 재정의하고 최적화한다. 둘째 SDSC(Software Defined Supply Chain)는 공급망 전체를 실시간으로 연결하고 조정한다. 셋째 SDS(Software Defined Services)는 제조 이후의 유지보수, 재사용, 재활용 등 서비스를 디지털화한다. 이 구조 안에서 SDM은 ‘데이터가 흐르는 방향으로 제조가 움직이는 시스템’이 된다.

따라서 SDM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데이터의 저장이 아니라 ‘흐름과 연결’을 만드는 구조, 즉 데이터스페이스가 반드시 필요하다. 데이터스페이스는 폐쇄된 데이터 창고에서 개방된 데이터 생태계로 데이터스페이스는 단순한 데이터 저장소가 아니다. 이는 기업간, 산업간, 그리고 국가간에 데이터가 안전하게 공유되고, 연결되고, 활용될 수 있도록 설계된 개방형 디지털 생태계다.

데이터스페이스의 핵심 요소는 첫째 신뢰 기반 데이터 교환이다. 데이터 제공자와 수요자간 계약 기반의 신뢰를 체계적으로 확보한다. 둘째 국제 표준 기반 상호운용성이다. AAS(IEC 63278), OPC UA, MQTT 등 국제 표준을 준수한다. 셋째 데이터 주권 보호 및 보안 체계다. 접근 제어, 암호화, 동의 기반 공유 메커니즘이 중요하다. 넷째 가치사슬 중심의 데이터 흐름 구조다. 단일 기업이 아닌, 산업 전반의 협업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데이터스페이스는 기존 MES, ERP와 같은 폐쇄적 시스템이 아닌, ‘연결’과 ‘협업’을 전제로 설계된 신세대 데이터 플랫폼이라 할 수 있다.

SDM을 위한 데이터스페이스 운영 전략

우리에게 왜 필요한가? SDM은 실시간 데이터 연결 없이는 불가능하다. 생산·품질·설비·에너지·공급망 등 데이터가 기업 내외부를 자유롭게 흐르며 실시간으로 의사결정을 가능하게 해야 한다. 탄소중립과 ESG, 디지털제품여권(DPP) 등 글로벌 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탄소배출량, 제품수명, 재사용률 등 데이터를 공급망 전체에서 추적, 관리해야 한다. A·I 디지털트윈·시뮬레이션 기반 혁신을 위해 개별 기업데이터를 넘는 가치사슬 기반의 연동 데이터가 필요하다.

박한구 명예회장은 “데이터스페이스는 폐쇄된 데이터 창고에서 개방된 데이터 생태계로 데이터스페이스는 단순한 데이터 저장소가 아니다”라며, “이는 기업간, 산업간, 그리고 국가간에 데이터가 안전하게 공유되고, 연결되고, 활용될 수 있도록 설계된 개방형 디지털 생태계”라고 말했다. [사진=gettyimage]

그럼 어떻게 운영할 것인가? 1단계는 데이터 표준화(AAS 기반)로 설비 공정의 데이터를 정의한다. AAS(Asset Administration Shell)를 기반으로 각 제조 자산(설비·사람·자재 등)을 디지털 쌍둥이(Digital Twin)로 정의한다. 이를 위해 데이터 표현 방식을 AAS 데이터 모델로 통일해 상호운용성을 확보해야 한다. 2단계는 클라우드 기반 Data Hub 구축이다. 기업 내부 데이터 레이크를 넘어, 공급망 기업과 연결되는 중간 허브 시스템 구축해야 한다. 이 단계에서 민감 정보 보호 및 접근 권한 기반 구조도 설정한다.

3단계는 산업별 데이터스페이스 조직화다. 철강-자동차-배터리 간 연계된 ‘Korea Steel Dataspace’ 등을 예로 들 수 있겠다. EU의 Catena-X 처럼 업종별 협회 주도로 협력 체계를 구성한다. 4단계는 정부-산업 공동 거버넌스 모델을 만든다. 규제·표준·인증을 제공하는 정부와 데이터를 운영하고 협업하는 기업, 공동 개발·유지 보수하는 플랫폼 사업자 간 공동 사업 모델을 만들어 운영한다.

글로벌 벤치마킹 : Gaia-X와 Catena-X의 통합 전략

유럽 Gaia-X 재단은 27개국을 하나의 연합국처럼 묶어 운영하기 위해 국가 데이터 주권과 상호 운용성 확보를 위한 Data Space 6대 원칙을 수립했다. 이를 기반으로 IDSA(International Data Space Association)를 조직화해, 데이터 주권, 상호 운용성, 보안성, 투명성 확보를 위한 오픈소스 소프트웨어와 프레임워크를 제공하고 있다. AAS(IEC 63278), OPC-UA, CDD, eCl@ss 등의 국제 표준에 따라 데이터를 정의·수집·저장하고, GHG Protocol 기반으로 탄소 배출량을 산출함으로써 DPP, CBAM, ESPR 등 EU 탄소 규제에 대응하고 있다.

이렇게 수집된 데이터는 디지털트윈 기반 제조 시뮬레이션에 활용되며, AI 기술과 결합해 유연한 SDM을 구현하고, 탄소절감과 생산성 향상을 동시에 달성하는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독일은 자동차 산업의 가치사슬간 데이터 협업 강화를 위해 Catena-X를 설립했다. Catena-X는 BMW, Bosch, SAP 등 주요 기업이 참여하고 있으며, 독일 정부가 2021년 8월부터 2024년 7월까지 약 1.1억 유로를 지원해 운영되고 있다. 하위 조직으로는 Cofinity-X라는 합작 투자가 있으며, 자동차 가치사슬 기업간 실질적인 데이터 공유와 클라우드 플랫폼 운영을 담당하고 있다.

Cofinity-X는 DPP, 탄소규제 대응을 위한 산업용 클라우드 플랫폼을 통해 자동차 산업 전반의 협업과 규제 대응을 지원하고 있다. 현재 섬유 산업에서 Catena-X와 유사한 조직과 플랫폼을 운영하는 사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EU는 2027년부터 자동차 배터리, 섬유, 가전제품을 대상으로 DPP 제도를 시범 운영할 예정이며, 이를 위해 산업별 데이터스페이스 조직화를 가속화하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섬유 산업에서도 데이터 공유와 협업을 촉진하는 새로운 조직과 플랫폼의 등장을 예고하고 있다.

박한구 명예회장은 “데이터스페이스는 SDM의 심장이자, 대한민국의 미래”라며, “데이터가 흐르지 않으면 SDM은 존재할 수 없다. 대한민국이 데이터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이제 개별 기업의 디지털화를 넘어 산업 전체의 연결성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gettyimage]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으로 EU는 2027년부터 자동차 배터리·섬유·가전제품을 대상으로 DPP 제도를 시범 운영할 예정이며, 이를 위해 산업별 데이터스페이스 조직화를 가속화하고 있다. 한국도 글로벌 데이터 표준 채택, 산업 주도형 데이터 거버넌스, 정부-산업-학계-국제기구 협력 체계 등 다중 레이어 전략을 추진해야 한다.

산업통상자원부에서는 2025년 2월 ‘제조 데이터 표준 인공지능 활용 제품 전 주기 탄소중립 지원 기술개발(R&D)’ 사업의 신규지원 대상과제를 공고해 앞으로 3년간 추진한다. 배터리 자동차, 섬유 산업 그리고 전기전자 산업을 대상으로 제품 전 주기 탄소발자국 플랫폼(MCF, Manufacturing Carbon Footprint) 개발 및 AI 기술 기반 탄소 저감 기술을 개발해 산업계에 확산할 예정이다.

한국형 데이터스페이스 ‘DataArirang-X’ 운영 전략 제안

대한민국이 SDM 기반 제조 혁신을 성공적으로 구현하기 위해서는 국내 산업 구조와 정부 정책 환경에 적합한 한국형 데이터스페이스 운영 전략이 필요하다. 지금까지 살펴본 글로벌 벤치마킹 사례들은 단순히 기술이나 플랫폼의 문제가 아니라 산업 생태계 전반에 걸친 거버넌스와 협업 체계, 그리고 국제 규제 대응을 위한 데이터의 구조화 및 연계 역량이 핵심임을 보여준다.

한국인더스트리4.0협회 박한구 명예회장<br>(전 스마트제조혁신추진단장) [사진=인더스트리뉴스]
한국인더스트리4.0협회 박한구 명예회장
(전 스마트제조혁신추진단장) [사진=인더스트리뉴스]

따라서 한국형 전략은 다음과 같은 방향성을 따라야 한다. 첫째 데이터 표준화는 국제 기준을 따르되 국내 산업군 특성을 반영해 산업별 참조 모델을 정립해야 한다. 둘째 인프라 측면에서는 중소기업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공공성과 보안성을 겸비한 클라우드 기반 데이터 허브가 필요하다. 셋째 각 산업이 주도하는 개방형 데이터 플랫폼을 통해 다양한 공급망 참여자들이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교환하고, 공동의 비즈니스 가치를 창출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데이터 협업을 실질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산업별 협회 또는 유관기관이 중심이 되어 데이터 운영 위원회를 구성하고, 데이터 표준 관리, 참여 기업 인증, 데이터 품질 보장 체계 등을 운영할 수 있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EU Catena-X, 일본 Uranos 등 글로벌 데이터 네트워크와의 상호운용성을 확보해 우리 기업이 글로벌 무역 규제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필자는 한국형 데이터스페이스 플랫폼의 명칭을 ‘DataArirang-X’로 추천한다. 이는 전통성과 디지털 기술을 융합한 상징적 이름으로 문화적 감성과 기술적 신뢰의 국민적 공감대와 공공 데이터 인프라 느낌을 준다. 필요에 따라 산업별로 세분화한 하위 브랜드도 가능하다. 예를 들어 K-SteelSpace, K-Battery-X, KTexSpace(섬유), K-MobilityNet 등을 추천한다. 이 명칭은 국제 연결성, 운용성, 보안성, 신뢰성을 고려해 EU의 Gaia-X, 독일의 Catena-X, Cofinity-X, 일본의 Uranos와 유사하게 글로벌 감각을 담았다.

결론적으로 데이터스페이스는 SDM의 심장이자, 대한민국의 미래다. SDM은 단지 자동화된 제조가 아니다. 이는 데이터에 의해 스스로 진화하고 결정하는 자율제조이며, 그 중심에 ‘데이터스페이스’가 있다. 데이터가 흐르지 않으면 SDM은 존재할 수 없다. 대한민국이 데이터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이제 개별 기업의 디지털화를 넘어 산업 전체의 연결성을 만들어야 한다. 데이터스페이스는 그 연결의 본질이며, SDM을 뛰게 하는 심장이다.

2025년 우리는 데이터 기반 제조혁명의 마지막 조각을 완성해야 한다. 이제 ‘데이터를 원유처럼 저장’하는 것을 넘어 ‘소프트웨어로 제조를 정의하고, 데이터로 운영하는’ 대한민국형 SDM 데이터스페이스를 시작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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