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스트리뉴스 최종윤 기자] 스마트공장은 더이상 ‘자동화된 공장’이라는 기술적 수식어로는 설명되지 않는다. 오히려 제조 시스템의 본질에 대한 철학적 해석과, 이를 현실로 구현할 수 있는 현장 중심의 기술 전략이 필수 요소로 대두되고 있다.

각기 다른 산업군, 조직문화, 공정 특성에 따라 스마트공장은 전혀 다른 형태로 구현돼야 한다는 뜻이다. 이런 가운데 독자적인 철학과 기술로 주목받고 있는 기업이 있다.
리쉐니에(Reshenie)가 바로 주인공으로 이용관 대표는 스마트공장을 ‘현장 스스로가 진화하고 자생하는 생태계’로 정의한다.
그간 이 대표는 스마트제조를 단순한 자동화가 아닌, 기업 내부의 ‘운영 철학’을 담을 수 있는 자율적 시스템으로 구현해야 한다는 소신을 밝혀왔다.
이 철학은 실제 기술 구현에서도 반영돼 있으며, 리쉐니에의 기술 제품군은 이를 구체화하는 수단으로 개발됐다.
철학으로 연결한 기술, ‘레프팅(RAFTing)’이라는 전략적 키워드
리쉐니에는 스마트제조에 필요한 핵심 기술을 레프팅(RAFTing)이라는 개념으로 정리했다. 로봇(R), AI(A), 5G(F), 3D프린팅(T)을 조합한 이 프레임워크는 단순한 기술 나열을 넘어, 각 산업군이 필요로 하는 기술 조합을 정의하는 전략적 설계 도구다. 이용관 대표는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산업군마다 스마트공장의 설계 방식은 달라야 합니다. 해당 산업군이 B2B인지 B2C인지, 프로세스 기반인지 디스크리트 기반인지 파악해 이를 구분하고 기술을 연결·결합한다는 것이 저희 접근의 핵심입니다.”
리쉐니에의 RAFTing은 자동화에서 자율화로 가기 위한 전략적 판단 기준을 제공한다. 이를 통해 리쉐니에는 조립산업, 장치산업, 소비재 산업 등 다양한 산업군에서 ‘현장 적합성’을 기준으로 실행 가능한 스마트공장 설계 방법론을 제시하고 있으며, 단순 플랫폼이 아닌 맞춤형 스마트제조 솔루션 아키텍처를 제시한다.
CPS 플랫폼, 디지털트윈과 자율제조의 연결고리
리쉐니에가 개발한 핵심 솔루션은 CPS(Cyber Physical System) 플랫폼이다. 리쉐니에의 CPS 플랫폼은 AI 분석을 통합한 자율제조 구현의 중심축이다. 단순한 설비 자동화를 넘어, 공장 운영의 전 과정을 디지털트윈 기반의 지능형 판단 시스템으로 재구성한 구조다. 설비 데이터 수집, 분석, 가상 동기화, 판단, 피드백까지 한 플랫폼 내에서 순환적으로 수행된다. 이 대표는 이를 ‘현장의 자생력을 키우는 기술 인프라’라고 표현했다.
CPS 플랫폼은 크게 다섯 가지 계층으로 구성된다. 첫 번째는 센서·하드웨어 계층이다. 이 단계에서는 무선 진동센서, 전류센서, 온도센서, PLC 등 다양한 장치를 통해 설비의 동작 상태, 이상 징후, 사용 패턴 등을 실시간으로 수집한다. 특히 리쉐니에가 자체 개발한 DataStone 엣지 디바이스는 여러 종류의 센서를 동시에 연결하고, 현장 가까이에서 데이터를 전처리하고 분석할 수 있도록 설계돼 있어 핵심적 역할을 담당한다.
두 번째는 통신·수집 계층으로 수집된 데이터를 산업 현장 내 다양한 설비 및 시스템과 연결하는 부분이다. CPS 플랫폼은 OPC UA, Modbus TCP, EtherNet/IP, MQTT 등 다양한 산업용 통신 프로토콜을 폭넓게 지원한다. 이를 통해 서로 다른 제조 설비 간에도 원활한 데이터 흐름을 보장하며, 플랫폼의 확장성과 유연성을 확보한다.

세 번째는 엣지 분석 및 AI 계층이다. 이 계층에서는 Data Stone 장비 내부에서 AI 기반 분석이 이루어진다. 현장에서 수집된 데이터는 실시간으로 처리되며, 이상탐지(Anomaly Detection), 남은 수명 예측(RUL), 상태 진단 모델링 등 다양한 AI 기능을 실행할 수 있다.
네 번째는 디지털트윈·모니터링 계층이다. CPS 플랫폼은 수집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설비의 사이버상 가상 모델, 즉 디지털트윈 환경을 구성한다. 이 디지털트윈은 실제 설비와 실시간으로 동기화되며, 운영자는 별도의 현장 방문 없이도 화면을 통해 설비의 상태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판단을 내릴 수 있다.
대시보드 형태로 구성된 시각화 도구는 설비 상태, 경고 알림, 이상 이력 등을 명확히 전달해준다. 마지막 다섯 번째는 운영 지원 및 협업 계층이다. 이 계층에서는 분석된 정보와 예지보전 결과가 MES, ERP, FEMS 등 기존 기업 시스템과 연동돼 생산 계획부터 유지보수에 이르기까지 통합적인 운영 효율을 높인다.
나아가 리쉐니에는 클라우드 기반 협업 시스템을 통해 협력사, 부품 공급사, 유지보수 파트너 등과 데이터를 공유하고, 예지보전 작업을 공동으로 수행할 수 있는 구조도 마련했다. 이처럼
플랫폼은 단일 기업의 자동화를 넘어, 분산형 자율 협업 생태계 구축까지 지원한다.
이 모든 기능은 CPS 플랫폼이 단순히 데이터를 ‘보는 시스템’이 아닌, 데이터를 이해하고 판단하며 행동하는 시스템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이 대표는 “사이버 팩토리와 피지컬 팩토리가 하나의 모델에서 동기화돼야 진정한 CPS가 구현된다”며, “이를 통해 현장을 보지 않고도 사이버 시스템상에서 설비 상태를 완벽히 파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CPS는 그 자체로 ‘디지털트윈’을 구현할 수 있어야 한다”며, “설비 데이터를 가져오고, 그걸 가상화해서 AI가 판단을 내린다. 이후 다시 현장에 되돌려주는 순환이 있어야 자율제조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덧붙여 “기존 스마트공장이 데이터만 수집하거나 단순 시각화에 그쳤다면, 리쉐니에의 CPS 플랫폼은 데이터를 ‘판단의 재료’로 만드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강조했다.
현장에서 스스로 ‘스마트공장’을 설계하게 하다
리쉐니에의 철학은 단순히 시스템을 공급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는다. 현장 자체가 ‘스스로 구축 가능한 스마트공장’을 조립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핵심 원칙이다. 이를 실현하기 위한 대표 솔루션이 바로 독자 개발한 픽스머신(FixMachine)이다.
픽스머신은 PLC, HMI, 센서, 액추에이터, AI 분석 환경을 통합해, 교육기관·기업현장 등에서 스스로 CPS와 디지털트윈 환경을 실습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단순 교육용을 넘어 실제 제조현장에서 스마트공장 구축 원리를 내재화하고, 자사의 철학에 맞게 시스템을 조립할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
이 대표는 픽스머신의 활용 목적을 두 갈래로 나눠 설명했다. 하나는 현장 구축 훈련용, 다른 하나는 직업교육 및 공학 교육용이다.
“이 장비는 실제로 중소기업의 스마트공장 설계 훈련에도 사용되지만, 동시에 대학이나 직업교육기관에서는 CPS나 디지털트윈 개념을 익히는 데 매우 효과적입니다. 학교에서도 많은 요청이 들어옵니다. 손으로 만져보고 실험해보지 않으면 아무리 AI나 CPS 이론을 배워도 현장에서는 쓸 수 없습니다.”
교육용으로 활용될 때는 공정 이해도, 제어 논리 실습, HMI 구성, AI 데이터 학습 및 분석 실습까지 포함돼 있으며, 여러 대학과 직업훈련기관에서도 도입을 시작하고 있다. 이 대표는 “장비를 통해 ‘현장에서 직접 만들어보는 경험’을 교육에도 심고 싶었다”면서, “결국 자율제조의 핵심은 외부가 아닌 내부에서 기술과 철학을 동시에 이해하는 것에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픽스머신은 리쉐니에가 말하는 ‘스마트공장 내재화 철학’을 가장 잘 드러내는 대표 제품이자, 교육과 실무를 연결하는 교두보 역할을 하고 있다.
![리쉐니에의 픽스머신(FixMachine) [사진=인더스트리뉴스]<br>](/news/photo/202505/64938_74222_4914.jpg)
![픽스머신은 PLC, HMI, 센서, 액추에이터, AI 분석 환경을 통합해, 교육기관·기업현장 등에서 스스로 CPS와 디지털트윈 환경을 실습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사진=인더스트리뉴스]<br>](/news/photo/202505/64938_74221_4824.jpg)
사례로 입증된 현장 중심 기술
리쉐니에는 다양한 산업군에서 실제 프로젝트를 통해 기술력을 입증했다. 예를 들어, SMT 라인, 고속포장설비, 대형 인쇄기 등에서 진동 기반 AI 예지보전 시스템을 도입해 설비의 고장을 사전에 감지하고, 공정 최적화에 성공한 사례들을 보유하고 있다. 이들 사례는 단순한 센서 도입이 아니라, 데이터 수집→모델링→AI 분석→운영 대시보드 구현까지 하나의 흐름으로 실현됐으며, CPS의 실용적 적용이 어떻게 일어나는지를 보여준다. 다음은 이용관 대표와의 일문일답.
리쉐니에가 지향하는 스마트제조의 핵심 철학은?
스마트공장은 기술이 아니라 철학에서 시작돼야 한다. 우리는 현장이 스스로 ‘조립’해서 만들어가는 구축형 스마트공장을 지향한다. 모든 산업군이 같은 방식의 기술을 도입할 수는 없다. 각 산업이 처한 현실과 요구에 따라 스마트제조 전략이 달라야 하며, 그 철학적 정의를 기술로 연결한 것이 저희의 핵심 경쟁력이다.
RAFTing 전략은 어떻게 만들어졌나?
독일의 인더스트리4.0 문헌들을 연구하면서, 우리 현실과 맞는 스마트공장 전략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그래서 기술 중심이 아닌 산업군·시장·고객 요구 중심으로 조합 가능한 전략틀을 만들었다.
리쉐니에의 CPS와 디지털트윈 기술을 소개한다면?
우리는 사이버와 피지컬 공장이 완전히 싱크로되는 모델을 지향한다. 이를 위해 데이터 수집, 엣지 분석, AI 알고리즘까지 자체 기술로 구현했다. DataStone이라는 자체 장비를 중심으로, 공정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하고 운영에 반영하고 있다. 단순 모니터링이 아닌 ‘판단’을 수행한다는 점이 핵심 경쟁력이다.
FixMachine은 어떤 의도로 개발된 것인지 궁금하다
스마트공장을 누가 구축하느냐의 문제다. 공급기업이 아닌 수요기업이 해야 한다고 본다. 그래서 내부에서 기술과 데이터를 통합해보며 공장 운영을 체득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자는 것이고, 그것을 위한 것이 픽스머신이다.
FixMachine은 단순 교육 장비인가?
아니다. 우리가 제공하는 건 ‘실습 환경’이 아니라, ‘스스로 시스템을 설계해보는 기회’다. 내부에서 데이터 흐름과 제어 구조를 이해하고 구현해보는 과정이 중요하다.
스마트공장 도입을 준비하고 있는 기업에 조언한다면?
일단 ‘정의’가 필요하다. 내가 속한 산업군에서 스마트공장은 무엇인가? 어떤 기능이 필요한가? 그 다음에 맞는 기술과 전략을 연결해야 한다. 이 작업 없이 SI업체가 제시하는 대로 가면 실패 확률이 높다.
향후 계획이나 포부가 있다면?
단기적으로는 더 많은 산업군에 맞는 CPS 아키텍처를 보급할 계획이고, 장기적으로는 제조 생태계 전체가 서로 데이터를 공유하고 협업할 수 있는 구조, 즉 ‘자율 협력 제조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
자율제조 생태계를 만든다는 건 어떤 의미인가?
개별 기업이 자율적으로 운영되는 것뿐 아니라, 결국 협력사들과도 데이터와 판단을 공유하는 구조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예를들어 예지보전도 부품사가 함께 참여해야 진짜 자율이 된다. 저희가 그걸 실제로 구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