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모로코 태양광 TASK ODA 사업 현장체험기 ②
  • 이건오 기자
  • 승인 2025.04.02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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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의 나라 모로코에 펼쳐진 K-태양광의 새로운 도전

아프리카 북서쪽, 끝없이 펼쳐진 사막과 태양의 나라 모로코에서 국내 태양광 기술이 펼쳐지고 있다. 한국기계전기전자시험연구원(KTC)은 ‘모로코 태양광 TASK ODA 사업’을 수주해 30개월 일정으로 추진해왔다. 단순한 기술 이전을 넘어 한국의 지속가능한 에너지 솔루션을 전 세계에 알리는 중요한 이정표가 되고 있다. 본지는 KTC 조성대 책임연구원을 통해 모로코 현장에서 직접 경험한 생생한 순간들과 도전기를 연재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KTC 조성대 책임연구원] 모로코 태양광 TASK ODA 사업 2, 3차년도 주요 내용은 현장 기술지도다. 1차년도(2022년)에 선발한 국내 태양광 전문가단과 함께 모로코 현지기업, 기관을 방문해 본격적인 기술지도가 실시됐다.

모로코 태양광 TASK ODA 사업 2, 3차년도 주요 내용은 현장 기술지도다. 사진은 모로코 TASK ODA 사업 총괄 책임자인 KTC 조성대 책임연구원 [사진=KTC]

본격적인 현장 기술지도 서막 올리다

원활한 현지 기술지도를 위해 많은 사전 준비 작업이 필요했다. 특히 모로코를 처음 방문하는 분들이 많았기 때문에 첫째도 안전, 둘째도 안전이었다. 20시간이 넘는 비행시간을 고려해 항공편도 최대한 편안하게 갈 수 있는 구간을 선택했다. 예를 들어 인천-파리-카사블랑카 대신 인천-아부다비-카사블랑카 구간을 선택해 비행시간을 최대한 이븐하게(?) 분산했다. 

특히 아부다비 항공편은 좌석 사이즈가 넉넉하고 편안한 대형 기종(A380)을 이용하기 때문에 전문가분들의 만족도가 높았다. 현지 공항 도착 후에는 16인승 렌트카를 준비해 호텔까지 편안하게 모셨다. 차량 이동시간까지 고려하면 도합 30시간을 이동해야 하기에 도착 후 하루 정도는 여독을 풀 수 있는 시간을 드렸다.

카사블랑카에서 알호세이마까지의 거리 [자료=구글맵]

카사블랑카 무함마드 5세 공항은 모로코 여행의 기점이라고 볼 수 있다. 모로코 태양광 기업 중 EPC(태양광 설계, 조달, 시공 사업자), IPP(태양광 발전 사업자) 및 개발사들의 사무실은 경제수도 카사블랑카에 위치해 있다. TASK 사업을 편하게 운영하기 위한 수혜기업으로 카사블랑카 소재의 기업들만 선정할 수도 있지만, 필자는 보다 진심으로 이 사업에 접근하고 싶었다. 

지난회에 소개했던 모듈 제조사인 알마덴(Almaden, 모로코 북단 알호세이마 소재), 태양광 연구기관인 그린에너지파크(Green Energy Park, 모로코 사하라 사막 초입의 벵기리 소재) 등은 카사블랑카에서 차로 6~7시간 되는 곳에 위치해 장시간 이동이 필요했지만 TASK 사업의 성공을 위해 필수 참여 기업으로 포함시켰다.

모로코 기술지도의 첫 스타트는 서사하라 사막 초입 벤게리르(Ben Guerir)에 위치한 Green Energy Park(이하 GEP)에서 시작됐다. GEP는 TASK 사업 파트너 기관인 IRESEN(태양광 및 신재생에너지연구소)과 모하메드 5세 폴리테크닉대학교(UM6P)이 협력해 설립한 연구 시설이다. 

이 기관에는 태양광 및 재생에너지 기술의 실험, 연구, 교육을 위한 인프라들이 갖춰져 있다. 그간 한국 정부의 ODA 사업을 통해 다양한 연구 설비 등이 구축돼 있으며, 특히 2024년에는 KOICA 사업을 통해 Green Smart & Budling Park가 준공 후 기증됐다.

기술지도는 각 기업 및 기관을 방문해 맞춤형 지도를 하는게 원칙이지만, 모로코 정부 요청으로 다수의 모로코 태양에너지 관련 기업인들 대상으로 한-모로코 태양에너지 비즈니스 포럼을 실시했다. 

이 포럼은 Green Smart & Building Park 건물 내 강당에서 실시됐다. 40~50명이 넘는 모로코 태양광 기업인들이 참석했고 한국의 태양광 발전 역사, 태양광 설계 시뮬레이션, 최신 O&M 기술 등 다양한 내용으로 강연이 진행됐다. 아울러 열띤 질의응답 및 토론이 이어졌다. 브레이크타임(Break Time)에는 국내 기술에 깊은 관심을 보인 현지기업들이 국내 소프트웨어 및 기술 구매를 위한 현장 미팅이 진행됐다.

한-모로코 태양에너지 비즈니스 포럼 [사진=KTC]

맞춤형 기술지도, 모로코 현지 기업들 대만족

한-모로코 태양에너지 비즈니스 포럼 이후 본격적인 맞춤형 기술지도가 실시됐다. 현지 15개 기업 기술지도에 대한 내용을 다 다루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대표적인 사례 위주로 소개하고자 한다. 

Green Enery Park(GEP)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GEP는 모로코에서 설립한 국가 연구단지로서 태양광 모듈 시험·평가를 위한 다양한 설비들이 구축돼 있다. 1차년도에 GEP에서 요청한 기술지도 사항은 보유 설비들의 신뢰성 제고 방안 및 KTC와 같은 글로벌 시험·인증 기관으로 선정되기 위한 경쟁력 확보 방안 등이었다. 

이러한 애로사항을 해결하기 위해 테스, R&TC, 티엔이테크 등 태양광 모듈 시험 설비 공급사 및 KTC 태양광 시험·인증 전문가들이 투입됐다. 현장 진단 결과, GEP에는 기계적 하중 시험기, 습윤누설전류 시험기 등 모듈 평가를 위한 기본 설비들은 구축돼 있었지만 웨이퍼 크기가 점점 확대되는 최신 대면적 모듈(M10 등) 대응이 어려웠고, 최신 표준에서 요구하는 동적 테스트는 아예 불가했다. 또한, 국내 평가 설비들이 매년 교정을 받는 것과 달리 대부분 설비들에 대한 교정이 이뤄지지 않고 있었다. 

각각의 설비에 대한 개별 진단이 이뤄진 후에, 전문가들은 최신 IEC 표준에 맞춘 모듈 시험 설비 리스트를 도출해 필요 예산 및 도입 방안을 제시했다. KTC는 GEP에서 당장 정부승인을 통한 예산 조달이 어려운 상황을 고려해 예산 마련을 위한 ODA PCP(Project Concept Paper) 작성 지원 및 주모로코 한국대사관, 산업부 등 유관기관과의 협업을 통해 신규 ODA 사업을 개발하고 있다.

GEP 현장 기술지도 모습(위), ALMADEN 태양광 모듈 제조라인 점검 및 기술지도(아래) [사진=KTC]

ALMADEN

ALMADEN은 태양광 모듈 제조사로, 모로코에서 유일하게 태양광 모듈을 생산하는 기업이다. 연간 약 500MW 생산 능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단결정 및 다결정 모듈을 포함한 태양광 제품들을 생산한다. 

ALMADEN의 기술지도 요청사항은 품질 표준화, 고효율 제품 생산을 위한 체계 마련 및 모듈 제작을 위한 셀 검사 방안 등이었다. 한국의 대표 모듈 제조사인 한솔테크닉스를 필두로 해 KTC의 모듈 시험·인증 전문가들이 현장 기술지도를 위해 투입됐다. 

국내 전문가들은 IEC 61215, 61730에 따라 셀, 봉지재, 버스바, 유리 등 주요 부품의 품질 관리 기준과 검사 프로세스 개선 방안에 대한 노하우를 공유했다. 그리고 Almaden은 현재 셀을 중국으로부터 전량 수입하고 있는데, 셀 검사(Inspection)에 대한 구체적 가이드라인을 갖고 있지 않았다. 이에 외관검사(Visual Insepction), 전기발광테스트(Electroluminescence (EL) Testing), 성능테스트(Performance Testing) 세 가지 관점에서 검사 수행에 대한 기술지도를 실시했다. 

또한 필요시, 중국산 셀에 대한 검사를 KTC 음성 랩에서 직접 수행하거나 현지 입회시험 방안도 제시했다. Almaden 살리마 부흐리즈(Salima Bouhriz) 대표는 기술지도가 마음에 들었는지 현장에서 KTC 전문가에 대한 스카웃 제의를 직접하기도 했다.

모로코 수상태양광 프로젝트 공동수급을 위한 BK에너지, Energy Handle 간의 MOU에서 BK에너지 이행우 대표(사진 왼쪽 두번째), Energy Handle Hassan 대표(사진 왼쪽 세번째)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KTC]

기술지도 통한 모로코 수상태양광 프로젝트 수주 ‘한-모로코 드림팀’ 구성!

Energy Handle

에너지핸들(Energy Handle)은 모로코에서 처음 수상태양광 시공을 한 강소 EPC기업이다. 규모는 크지 않지만 프랑스 엔지니어 박사 학위가 있는 Hassan Nait bella 대표의 기술적 백그라운드 및 강력한 영업망으로 모로코 및 인근에서 다양한 태양광발전소 공사 수행 이력을 보유하고 있다. 

Energy Handle은 북아프리카 최초 수상형 태양광(350kW) 프로젝트 수행 경험을 갖고 있다. 다만, 한국처럼 대규모(MW급) 수상형 태양광에 대한 기술적 전문성은 부족하기 때문에 한국의 수상태양광 전문 EPC 기업과의 협업을 요청했다. 

Energy Handle의 본격적인 기술지도를 위해 전문가로 참여한 기업은 BK에너지다. BK에너지는 태양광 전문기업으로, 특히 수상태양광 분야에서 두각을 나태고 있다. BK에너지는 자체 보유한 나노코팅과 같은 혁신 기술을 활용해 태양광발전의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 

현장 기술지도 시, BK에너지 기술 소개를 들은 후 Mr. Hassan 대표는 BK에너지에게 모로코 북부 탕헤르 항만청에서 발주하는 300억원 규모의 13MW 수상태양광 프로젝트에 함께 참여할 것을 제안했다. 두 기업은 현장에서 공동수급을 위한 MOU를 체결했고 귀국 후 수차례 현지 화상회의를 통해 9월 본 입찰에 최종 응찰했다.

이 프로젝트는 국내 태양광 산업 최초로 한국과 모로코 기업간 공동 컨소시엄을 통해 도전한 우수 사례다. 유럽과 지리적, 문화적으로 가까운 모로코에서 기술, 자본력을 갖춘 프랑스나 스페인 기업들을 제치고 한국 기업을 택해 한-모로코 공동수급 팀을 구성했다. 이 모든 것은 모로코 TASK ODA 사업을 통해 한국의 능력 있는 기업들을 소개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2023 모로코 강진 모습 [사진=Mount Holyoke News]

강진 뚫고 지킨 모로코와의 약속

지진 후 World PtX를 예정대로 진행한다는 포스터<br>
지진 후 World PtX를 예정대로 진행한다는 포스터

2023년 9월 8일, 모로코 알하우즈(Al Haouz) 지역에서 규모 6.8의 강진이 발생했다. 이 지진은 모로코에서 1960년 아가디로 지진 이후 가장 치명적인 지진으로 기록됐으며, 약 2,900명이 사망하고 5,500명 이상이 부상을 입었다. 

필자는 모로코 태양광 TASK ODA 사업의 일환으로, 주모로코한국대사관에서 주최하는 한-모로코 경제협력 세미나 발표 및 수원기관(IRESNE) 주최의 World PtX(아프리카 최대 재생에너지 포럼) 참석을 위해 3명의 국내 기업인과 함께 9월 16일 출국 예정이었다. 

지진 기사가 전 세계 속보로 뜨자마자 함께 출장 예정이었던 국내 기업인 2명이 안전상 이유로 불참을 통보했다. 행사가 열리는 마라케시는 진앙지에서 불과 70km 내외에 위치해 있다. 국내 언론에서는 마라케시 국제 행사에 참여 중인 국내 지자체 및 공공기관 담당자들이 지진 후 길바닥에서 잠을 청하며 인터뷰하는 내용이 연이어 나오고 있었다. 

그러나 프로젝트 총괄PM으로서 주최측의 취소 통보를 받기 전까지 일방적 불참 통보를 하기는 어려웠다. 모로코는 정말 자존심이 강한 나라였다. 수많은 사상자를 낸 강한 지진이었지만, 이 난관을 직접 헤쳐 나갈 수 있다는 능력을 보여주고 싶었는지 전 세계 원조도 대부분 고사했다. 

World PtX 및 한-모로코 태양에너지 비즈니스 포럼에 참가하여 발표중인 KTC 조성대 총괄PM [사진=KTC]<br>
World PtX 및 한-모로코 태양에너지 비즈니스 포럼에 참가하여 발표중인 KTC 조성대 총괄PM [사진=KTC]
KTC 조성대 책임연구원

결국 한-모로코 비즈니스 포럼, World PtX도 예정대로 진행된다고 통보 받았다. 카사블랑카 무역관, 대사관 등 관계자들과 현지 사정을 면밀히 검토 후 모로코 방문을 최종 결정했다. 다행히 한-모로코 비즈니스 포럼 및 World PtX 일정을 무난히 소화했고, 어려운 상황에서도 모로코와의 약속을 지켜준 KTC에 대해 모로코 정부 및 주모로코한국대사관에서도 깊은 감사를 표했다. 

 

 

(모로코 태양광 TASK ODA 사업 현장체험기는 3부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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