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리포트] 지속가능한 태양광 O&M 생태계 구축 3대 과제… ‘표준화’ ‘전문인력’ ‘제도화’
  • 정한교 기자
  • 승인 2025.07.01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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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확한 기준 및 표준 부재로 시장 혼란 및 신뢰도 하락 초래

[인더스트리뉴스 정한교 기자] ‘태양광’은 이제 더 이상 낯선 단어가 아니다. 기후위기 대응이라는 글로벌 흐름 속에서 태양광은 산업의 중심이자 친환경에너지로의 전환을 이끄는 선봉장으로 자리 잡고 있다.

국내 태양광발전소 O&M 시장은 기술의 진화만큼 성장하지 못하고 있다. 성장을 위해 업계는 ‘표준화’ ‘전문인력’ ‘제도화’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사진=gettyimage] 

가파른 성장곡선을 그리던 태양광 산업은 이제 성숙기에 접어들었다는 평가다. 단순 보급을 넘어, 한정된 면적에서 최대 생산량을 끌어내기 위한 연구가 활발하다.

이러한 흐름 속에 태양광 O&M(유지관리) 산업도 빠르게 고도화되고 있다. 태양광이라는 에너지원이 최대치의 능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발전설비의 성능 향상만으로는 부족하기 때문이다. 운영 과정의 최적화도 필수적이다.

발전사업자들의 인식도 달라지고 있다. 과거에는 ‘잘 지으면 안정적인 수익을 가져다주는 사업’이라고 인식하는 이들이 많았지만, 이제는 ‘안정적인 수익을 위해서는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고 인식하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2024년까지 국내에 설치된 사업용 태양광발전소의 누적 설치량은 27.1GW에 달한다. 정점을 찍었던 2020년 신규 설치량 4.1GW 이후 조금씩 설치량이 감속했지만, 이후로도 4년간 평균 약 3GW 규모의 태양광이 해마다 설치됐다. 그만큼 태양광발전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지면서 관리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이들이 많아진 것이다.

더욱이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등 첨단 기술이 접목되면서 O&M의 개념은 완전히 달라졌다. 초기에는 예초작업이나 모듈 청소 등 단순 작업에 그쳤지만, 이제는 AI 드론, 열화상 카메라, 로봇청소기 등을 활용해 모듈 상태를 정밀 점검하고, 병렬회로별 전압·전류 편차 등 눈에 보이지 않는 이상 징후까지 분석하는 수준으로 진화하고 있다.

하지만 고도화된 산업에 비해 국내 태양광 O&M 기업들의 상황은 그리 녹록지 않은 편이다. 높아진 기술력과 최첨단 장비로 중무장한 기업들이 증가했지만, O&M 시장의 활성화는 지지부진하다. 국내 O&M 시장이 기술의 진화만큼 성장하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시장 신뢰 확보 위한 표준화 확립 필요

태양광 업계 O&M 시장 활성화를 위한 선결과제로 ‘표준화’를 꼽는다. 점검 주기, 점검 항목, 보고서 형식 등 서비스의 표준화가 부족해 기업간 O&M 편차가 심하고, 이로 인한 저가 경쟁과 형식적인 O&M 서비스가 만연하다는 지적이다.

현재 국내 태양광 O&M 시장에는 명확한 기준이 없다. 서비스 범위, 품질 기준, 가격 등이 비표준화돼 있다. 그러다 보니 전문성과 신뢰성을 갖추지 못한 기업들의 무분별한 난립을 방지할 수 없다.

여기에 운영 과정에서 발생하는 지출을 조금이라도 줄이려는 발전사업자들의 마음이 더해지면서 저가 입찰 기업과 계약해 부실한 O&M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이는 곧, O&M 시장 전반의 신뢰도 하락으로 이어지고, 시장 성장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에 O&M 서비스 표준화 및 전문기업 인증제도의 도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현재 국내 태양광 시장에는 점검 주기, 점검 항목, 보고서 형식 등 서비스의 표준화가 부족해 기업간 O&M 편차가 심하고, 이로 인한 저가 경쟁과 형식적인 O&M 서비스가 만연한 상황이다. [사진=gettyimage]

국내 태양광 O&M 업계 관계자는 “사실상 발전사업자는 O&M 기업의 기술력과 서비스 품질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기 어렵다”며, “모니터링 주기, 점검 항목, 긴급 출동 기준, 보고서 양식 등 O&M 서비스의 최소 기준을 국가 차원에서 표준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일정 기준 이상의 기술력, 인력, 장비, 실적 등을 갖춘 O&M 기업에 대한 공식 인증제도를 도입해 사업주가 신뢰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 역시 “국내 태양광 O&M 시장이 활성화되고 올바르게 성장하기 위해서는 기술 발전뿐만 아니라 정책적·제도적 뒷받침이 돼야 한다”며, “태양광발전소의 유지보수 품질을 높이고 시장의 신뢰를 확보하기 위해 정부 차원에서 O&M 서비스에 대한 명확한 품질 기준과 인증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법적, 제도적 기반 마련에 대한 요구도 이어졌다. 현재는 태양광발전소 O&M에 대한 명확한 법적 규제나 가이드라인이 부족해 시장의 혼란을 일으키고 있다는 것이다. 전기안전관리와 O&M 서비스를 구분하고, 관리 주체간 협업을 촉진해 이중 관리나 누락 문제를 줄이는 등의 제도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국내 태양광 O&M 업계 관계자는 “전기안전관리와 O&M 업무가 이원화된 현 체계는 관리의 사각지대를 만든다”며, “일정 용량 이상의 발전소에 대해 O&M 계약 또는 점검 이력 제출을 제도화하고, 전기안전관리 대행업체와 O&M 업체간 협업 체계를 구축함으로써 중복 관리 또는 방치 문제를 해소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법적, 제도적 기반 마련의 연장선상으로, 업계는 사고 및 유지관리 이력 관리 체계의 필요성도 언급했다. 발전소 거래가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사고 및 유지보수 이력의 투명한 공개는 자산 가치 보존뿐만 아니라 사고 발생도 예방할 수 있다.

특히, 현재 국내 태양광 O&M 시장에 표준이 없는 이유 중 하나가 DB(데이터베이스)의 부재다. 다소 폐쇄적인 시장 상황으로 인해 기업별 O&M 편차가 발생하고, 인력 양성에도 애를 먹고 있다.

이에 업계는 점검, 고장, 수리 등의 정보를 디지털화해 통합 플랫폼에서 열람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통해 발전소 관리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높이고, 인력 양성을 위한 교육자료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전문인력 양성 및 자격 인증제도 도입 필요

국내 태양광 O&M 시장의 성장을 저해하는 또 다른 요인은 ‘부족한 전문인력’이다. 청년실업은 1997년 외환위기 이후 현재까지 이어져 온 우리나라의 주요 사회문제 중 하나이지만, 국내 태양광 O&M 시장에서는 다른 세상의 이야기다. 국내 태양광 O&M 시장은 극한의 인력난을 겪고 있다.

태양광 O&M은 전기, 기계, IT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 지식을 요구하는 산업이다. 하지만 태양광 O&M에 특화된 체계적인 교육 과정과 자격증 제도가 미흡해 전문성을 갖춘 인력 양성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에 업계는 전문적인 O&M 인력 양성 및 자격 인증제도 운영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현재의 전기안전관리자 자격이 아닌, 신재생에너지 발전설비 기사/기능사 자격증 등 세분화된 자격증을 신설해 전문성을 강화해 달라고 요청했다.

국내 태양광 O&M 업계 관계자는 “자격 인증제도를 통해 단순한 유지보수 단계를 넘어 에너지산업의 핵심 축으로 자리매김하며, 지속 가능하고 안정적인 발전소 운영을 지원하는 건강한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태양광 업계는 신재생에너지 발전설비 기사/기능사 자격증 등 세분화된 자격증을 신설해 O&M 전문성 강화를 요구하고 있다. [사진=gettyimage]

O&M 전문기업 및 발전사업자들에 대한 지원도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태양광발전소의 O&M 비용에 대한 세제 감면, 보조금, REC 가점 등의 인센티브를 제공해 발전사업자들의 O&M 투자를 유도함으로써 장기적인 관점에서 성공적인 에너지 전환을 이끌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중·소규모 발전사업자를 위한 지원을 촉구했다. RTU, EMS, 드론, AI 기반 모니터링 장비 등이 현장에 도입되고 있으나 중·소규모 사업자들은 비용 부담으로 도입에 소극적이다. 이에 실시간 감시 시스템 도입에 보조금을 지급하고, 디지털 관제를 위한 시스템 구축비 일부를 지원하는 방안 등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국내 태양광 업계 관계자는 “현행 REC 및 발전단가 산정 방식에는 유지보수 비용이 명확히 포함돼 있지 않아 O&M에 충분한 예산이 배정되지 않고, 장기적으로 설비 효율 저하를 초래하고 있다”며, “REC 가중치 산정 시 O&M 성과를 일부 반영하거나, 발전량과 연계된 유지관리 성과 지표를 제시해 성실한 O&M 수행이 실질적인 보상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일정한 품질 수준 이상의 O&M 기업들을 선별하기 위한 인증제도와 함께 이들이 기술 발전을 바탕으로 디지털 O&M 시스템의 도입할 수 있도록 보조금이나 세제 혜택 등의 지원책 마련을 촉구했다. 이를 통해 AI 기반 모니터링과 자동화 장비 활용 등이 확대돼 전체 시장의 기술 수준이 향상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법·제도적 기반 강화 및 정비 필요

O&M 업계가 ‘표준화’ 및 ‘제도화’의 필요성을 제기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현재 국내 태양광발전소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이슈가 인버터 고장이다. 하지만 기업간 경쟁 심화, 지난 몇 년간 이어진 국내 태양광 신규 설치 시장의 급격한 위축으로 국내·외 일부 기업들이 태양광 시장에서 철수하면서 인버터 수리에 애를 먹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과거에 설치된 제품이 고장 나면, 제품이 단종돼 동일 모델로의 교체가 어렵거나 수리를 위해 부품을 교체하려고 해도 부품 수급이 불가능해 수리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이럴 경우, 전체 시스템 재설계나 인버터 전면 교체가 필요한 상황까지 발생해 O&M 비용과 시간의 증가를 불러온다. 발전소 가동 중지가 곧, 손실인 발전사업자에게는 치명적인 상황이다.

제조사의 철수나 폐업으로 인한 A/S 단절 문제가 점점 심각해짐에 따라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이에 업계는 제3자 유지보수 전환 체계, 유지보수 보험, 보증 이전 제도 등의 제도화 마련을 통해 안정적인 유지관리 체계를 갖춰야 한다는 의견이다.

발전사업자들은 불합리한 제도의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전기안전공사의 안전점검 범위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전국태양광발전협회에 따르면, 전기안전관리법 시행규칙이 개정됨에 따라 발전사업자들이 중복되고 반복되는 각종 정기검사로 인한 지출 증가에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예를 들어, ESS 연계 태양광발전소를 운영하는 발전사업자는 4년에 한 번씩 태양광 발전설비 점검을 진행하고, 2년에 한 번 ESS 설비를 점검한다. 그 사이 정기 안전점사는 매월 진행되며, 구조물 검토는 2년에 한 번씩 진행한다.

이에 대해 전국태양광발전협회 관계자는 “설비 확인과 준공검사 실시 등 모든 점검이 완료된 발전소에 대해서는 완성 후 필요한 점검들이라면 통합해 실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국내 태양광 O&M 시장은 기술 중심의 산업을 기반으로 정책과 제도의 융합을 통해 진정한 의미의 성장이 이뤄져야 하는 시기를 맞이했다. [사진=gettyimage]

또한, 검사의 주체에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개정된 전기안전관리법에는 발전설비뿐만 아니라 부지, 구조물까지 포함하는 등 검사 대상이 확대되고 있다. 하지만 부지나 구조물에 대한 점검을 전기안전공사에서 수행하고 있어 전문성 부재 및 지자체의 인허가와 상호 충돌할 소지의 문제 등 자의적인 해석으로 인한 갈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태양광발전은 보급 확산뿐만 아니라 지속적인 유지관리와 시스템화된 운영이 뒷받침돼야만 안정적인 재생에너지 공급원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 기술과 장비, 인력과 데이터를 망라한 유기적 운영 체계가 마련될 때 비로소 태양광은 에너지 안보의 핵심 동력으로 기능할 수 있다.

이를 위해 국내 태양광 O&M 시장은 기술 중심의 산업을 기반으로 정책과 제도의 융합을 통해 진정한 의미의 성장이 진행돼야 한다. 각종 규제의 정비, 법제화, 정책적 지원, 전문 인력 양성, 인센티브 구조 등 다방면의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며, 이러한 기반 위에서 민간의 창의성과 시장의 역동성이 발휘돼야 한다.

국내 태양광 O&M 산업은 분기점을 맞이했다. 이제는 실질적인 변화와 혁신을 이끌 수 있는 실행력 있는 정책이 요구된다. 공공과 민간, 산업과 정부, 기술과 제도의 전방위적 협력이 하나의 방향성을 향해 수렴할 때, 국내 태양광 O&M 시장은 지속가능한 성장과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에너지 생태계의 중심축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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