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속 ‘웰빙 농성’ 비판에 이재명 단식 언급으로 맞불

[인더스트리뉴스 김희선 기자]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이 국회에서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의 지명 철회를 촉구하는 농성을 닷새째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김 후보자와 여당 지도부가 연속으로 나 의원을 방문했다.
앞서 나 의원은 지난 27일부터 김민석 총리 후보자의 지명 철회를 요구하며 국회 본청 로텐더홀에서 농성에 들어갔다. 나 의원은 ‘총리 인사 철회’ 문구가 적힌 붉은색 피켓들을 배치하고, 김미애·김민전·박충권 의원 등과 함께 자리를 지키고 있다.
지난달 30일 오후 김 후보자는 국회 로텐더홀에서 농성 중인 나 의원을 깜짝 방문해 직접 대화를 시도했다. 나 의원은 ‘총리 인사 철회’라 적힌 빨간 피켓들을 세워놓고 김미애·김민전·박충권 국민의힘 의원과 함께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김 후보자는 나 의원에게 “식사했냐”라고 안부를 물었고 나 의원은 “김밥 먹었다. 웰빙 농성이라고 하는데 내가 언제 단식한다 그랬나”라고 답했다. 김 후보자는 나 의원에게 “단식하지 말라”고 했다. 이에 김미애 의원이 “단식해도 안 내려올 거잖아, 단식하면 내려올건가”라고 물었더니 김 후보자는 악수한 뒤 자리를 뜨려고 했다.
그런 김 후보자에게 나 의원은 “자료 좀 내라, 마지막 증여세 낸 거 자료를 내라”고 말했고 김 후보자는 “다 냈는데 보질 않는다. 주진우 의원이 사과를 했으면 나머지도 다 드리려 했다. 자료를 다 드렸는데 안 보더라”고 답하며 인사로 농성장 방문을 마무리했다.
이날 김 후보자의 야당 의원 농성장 방문에 대해 두 가지 시각이 엇갈렸다.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가 청문회 통과 때문에 방문했을 수도 있지만 야당과의 협치 통합 차원에서 진정성 있게 접근하려 했다는 반응이 있다. 하지만 야당 일각에서는 불쾌하다는 반응도 나왔다. "농성 의원이 어떤 행동을 하는지도 몰랐던 것인지, 아니면 알면서도 '단식하지 말라'며 멕이는 것인지 구분이 어렵다. 김 후보자가 진지하게 생각하고 온 것 같지 않아 불쾌했다"는 것이다.

다음날인 1일 오전에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겸 원내대표를 비롯해 이기헌·김남근 의원 등이 국회 본청 로텐더홀에서 농성 중인 나 의원을 찾아 안부를 묻고 대화를 나눴다.
김 원내대표는 나 의원에게 “고생이 많다”며 김민석 총리 후보자 인준과 관련한 의견을 나눴고, 나 의원은 농성 중 겪고 있는 고충을 전달했다. 나 의원은 “토요일에는 에어컨도 안 나왔다”고 하소연하자 김 원내대표는 “틀어드리겠다”고 답하기도 했다.
나 의원은 김민석 총리 후보자가 며칠 전 자신을 직접 방문했던 상황을 전하며 “(지지자들이) 투쟁한다면서 친한 거 아니냐고 엄청 안 좋게 본다”며 “어제 김민석 총리 후보자 왔었는데 대놓고 삿대질 할 수 없는 거 아닌가, 우리는 민주당처럼 ‘물러가라’ 이런 거 안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 의원은 “국무총리 후보자 인준을 이번 주말 지나서 하느냐”고 물었고, 김 원내대표는 “하다 보면 정리할 것도 있고, (인준안 표결은) 7월 3일쯤 될 수 있다”고 밝혔다.

한편 나 의원의 농성은 이른바 ‘웰빙 농성’으로 화제가 되면서 동시에 비판이 나왔다. 자신의 소셜네트워크 서비스(SNS)에 농성 상황을 공유한 나 의원은 김밥과 텐트, 선풍기 등을 갖춰 ‘피서’ 농성으로 여야 모두에게 쓴소리를 들었다.
민주당에서는 김병주, 박홍근 의원이 ‘웰빙 농성’이라고 지적하며 “자기정치병에 걸리면 백약이 소용 없다”고 비판했다.
같은 당인 김종혁 전 최고위원도 “평소와 다름없는 얼굴로 화보를 찍듯 활짝 웃고 손 선풍기 앞에 놓고 책을 읽고 있는데 국민들이 이걸 농성이라고 생각할까”라며 ‘보여주기식 정치’라고 집었다.
이같은 농성 비판에 나 의원은 과거 후쿠시마 오염수 반대 농성을 이어가던 이재명 민주당 당대표 출퇴근 웰빙 단식 쇼로 반박했다.
당시 이재명 당대표는 지난 2023년 ‘후쿠시마 오염수 반대’, ‘전면적인 국정 쇄신’, ‘내각 총사퇴’를 요구하면서 국회 본청 앞에 텐트를 치고 24일간 단식을 했다. 이 과정에서 이 대표는 보온병에 든 내용물을 섭취했다. 밤늦은 시간엔 국회 본청 당 대표실로 자리를 옮겨 단식 농성을 이어갔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나 의원의 농성 방식과 국민의힘 상황에 대해 “대선 참패 이후에 한 달이 다 되고 있지만 국민의힘은 웰빙 중”이라며 “(국민의힘 의원들이) 혁신 의지도 없고 자기 정치에 매몰됐다”고 평가했다.
박 평론가는 “당을 위한 정치가 아니라 자기를 위한 자기 정치일 뿐이고 국민 눈높이와는 관계없이 자기 정치에 매몰되면서 웰빙하는 정당한 한 단면을 나경원 의원이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총리 인사 철회 농성을 이어가고 있는 나 의원이 김 후보자 인준 표결이 예정된 일정까지 어떤 방식으로 접점을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