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ST 민병권 박사, 대량생산 가능한 저가형 박막 전지 기술 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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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3.04.02 1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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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뭇잎 광합성 매커니즘으로 ‘솔라 퓨얼’ 꿈꾼다


김 미 선 기자

 

 

KIST 민병권 박사팀은 기존에 사용하던 셀레늄(Se) 대신 황(S)으로 이뤄진 CIGS(구리-인듐-갈륨-황 화합물) 박막을, 간단한 특수 용액을 기판에 바르는 페이스트 코팅법으로 제조해 띠 간격 1.5eV 이상의 박막 태양전지 구현에 성공했다.


또한 이를 적용한 태양전지 소자 제작을 통해 태양광-전기 변환 효율 8.3%, 개방 전압 787mV의 효율을 달성했다. 이는 현재 보고된 저가형 고전압 CIGS 박막 태양전지 중 세계 최고 효율이라는 평가다.


기존의 동시 증발법과 차별화,

알코올 활용한 페이스트 코팅법 적용


“웨이퍼 기반의 태양전지는 이미 상용화돼 널리 적용되고 있고, CdTe 박막 태양전지는 카드뮴에 대한 불안으로 인해 우리나라를 비롯한 동양 일부 지역에서는 반감이 좀 있는 상태라 향후 큰 시장이 형성되긴 어렵다고 본다. 이런 상황 속에서 얇고 유연하게 제작 가능한 CIGS 박막 태양전지에 대한 국내 관련업계 관심은 높아지고 있는 추세다.”

민병권 박사는 인터뷰 시작부터 CIGS 박막 태양전지의 필요성에 대해 먼저 언급했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생산되는 CIGS 박막 태양전지의 제조 공정은 크게 구리-인듐-갈륨-셀레늄, 이 네 가지 화합물을 열 증발원을 이용해 증발시켜 고온 기판에 박막을 형성하는 동시 증발법(Co-Evaporation)과 같은 ‘진공 공정법’과, 페이스트 또는 잉크와 같은 용액 코팅 후 열처리를 함으로써 박막을 제조하는 ‘비진공 공정법’ 이 두 가지가 있다. 민 박사가 선택한 공정은 후자지만, 독성이 강하고 폭발성이 큰 용매를 사용하거나 글러브 박스(Glove Box)와 같은 제한된 공간에서만 실험이 가능했던 페이스트 코팅 공정을, 알코올과 같은 비교적 안전한 용매를 이용해 일반 공기 중에서도 구현 가능하도록 개선한 것이 특징이다.


민 박사는 이에 대해, “이번 연구는 기존에 상업화돼 있는 CIGS 박막 태양전지를 저가화, 프린팅화함으로써 공정 속도를 향상시키고 원료 손실을 최소화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고 설명했다. 


동시 증발법의 경우 4가지 화합물을 증발시키고 열처리하기 위해서는 고가의 진공(Vacuum) 장비를 필요로 한다. 여기서 문제점은 장비 자체가 고가라는 점도 있지만, 진공 장비 용량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대량생산을 위한 대면적화가 어렵다는 것이다. 더욱이 4가지 화합물을 증발시키는 데 있어서도, 인듐 및 갈륨과 같은 고가의 원소들이 증발되면서 기판에만 안착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원소 손실도 크다는 단점이 있다.


이처럼 시스템 구축시 많은 비용이 드는 데다, 고가의 원료 손실도 많으며 유지보수 및 대면적화하기 어려운 동시 증발법 대신 페이스트 코팅 공정을 적용함으로써 민 박사는 공정 속도 향상은 물론 원료 손실을 최소화하는 데 성공했다.


하이드라진 대신 알코올을 용매로,

넓은 띠 간격의 고전압 CIGS 태양전지 생산


“페이스트 코팅법도 용매를 어떤 것으로 하느냐에 따라 제조 공정이 달라지는데, 현재 전 세계적으로 가장 알려진 방법은 미국 IBM이 선택한 바와 같이, 하이드라진(Hydrazine)을 용매로 사용하는 것을 들 수 있다.”


민 박사는 “IBM이 이 방법을 통해 동 공정에 한해서는 최고 효율의 박막 태양전지를 개발했지만, 하이드라진은 폭발성이 강해 국내에는 수입 자체가 어려운 데다 위험하므로 그다지 상용화에 적합한 용매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 대신 민 박사는 향후 상용화 측면을 고려해 에탄올 및 메탄올 등 알코올을 용매로 활용하는 방법을 선택함으로써 원료비 절감 및 안정성을 확보했다.


“구리, 인듐, 갈륨을 에탄올과 같은 알코올 용매에 녹이면 맑은 용액이 되는데, 이것을 유리 기판에 붙이기 위해 점도를 높이는 폴리머(카본)를 섞는다. 그리고 이를 다시 열처리하면 기판 내 카본은 공기 중 산소와 합쳐져 이산화탄소 형태로 날아가게 된다.”


민 박사는 이번에 개발한 CIGS 박막 태양전지 제조 공정의 핵심은 바로 카본을 완전히 태워버리는 데 있다고 설명했다. 언급한 설명에 따라, 태양전지 제조시 두 번 손을 쓸 필요도 없이 카본이 자연스럽게 공기 중 산소와 만나 이산화탄소로 날아가 버리므로 훨씬 공정이 간단하고 쉬워진다. 이렇게 만들어진 기판에 황 가스(Sulfur Gas)가 일부 포함된 질소가스로 열처리만 해주면 비로소 완전한 CIGS(구리-인듐-갈륨-황 화합물) 박막 태양전지가 만들어진다.


민 박사는 “이런 과정을 거친 후 생산되는 CIGS 박막 태양전지는 넓은 띠 간격을 가지게 된다”며, “넓은 띠 간격을 가진다는 것은 한 마디로 고전압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고전압을 만들어 낼 수 있는 박막 태양전지 기술은 태양전지 모듈에서 일반적으로 발생하는 전기 손실을 줄임으로써 궁극적으로는 모듈의 효율성을 향상시키는 중요 기술이다. 보통 태양전지는 단위 셀들을 많이 연결할수록 저항이 커져 효율이 감소하게 되는데, 단위 셀 자체가 고전압을 발생하게 되면 그만큼 모듈에 들어가는 단위 셀의 숫자가 줄어들어 전체적으로 효율 감소가 줄어들기 때문에 단위 셀의 전압을 높이는 것이 태양전지 효율성 확보의 관건이라 할 수 있다.


한편, 민 박사가 개발한 제조 공정을 활용하면 넓은 띠 간격의 CIGS 박막 태양전지뿐 아니라, 좁은 띠 간격의 태양전지도 제조가 가능하다. 그 방법도 쉬워서, 완성된 태양전지를 다시 셀레늄 가루 분위기에서 열처리하면 황이 다시 셀레늄으로 바뀌며 좁은 띠 간격의 태양전지가 만들어진다.


유연하게 혹은 투명하게,

향후 적용 가능성 무궁무진


민병권 박사는 “이번 개발 공정은 기존의 페이스트 코팅 제조 공정과 길을 같이하면서도, 우리 연구팀의 노력과 기술력이 담긴 차별화된 공법”이라며, “이를 통해 저가 공정을 이용한 넓은 띠 간격 CIGS 박막 태양전지 제조 공정에서는 세계 최고 효율을 실현하는 태양전지를 제작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민 박사팀의 제조 공정으로 제작된 CIGS 박막 태양전지는 8.3%의 변환 효율에, 1.5 이상의 띠 간격을 실현할 뿐 아니라, 개방 전압도 787mV에 달한다. 지금까지 저가 공정으로 개발된 띠 간격 1.5 이상의 CIGS 박막 태양전지 변환 효율이 3%에 불과하다는 사실만 봐도 민 박사팀의 이번 연구 업적은 놀라운 성과임을 확인할 수 있다.


민 박사는 이에 그치지 않고, 향후 15%대까지 효율을 높일 수 있도록 연구를 계속할 계획이다. 또한 그는 이것이 실현화된다면 일반 발전용은 물론, 플렉시블 형태로도 제작해 BIPV용으로 활용할 수 있을뿐더러, DSSC 태양전지처럼 ‘태양광으로 발전하는 창문’ 제작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미 반투명한 CIGS 박막 태양전지는 개발 완료한 상태다. 남은 과제가 있다면 DSSC 태양전지만큼 투명하게 만드는 것뿐이다.”


민 박사에 따르면, 투명한 CIGS 박막 태양전지는 안정성 측면에서 DSSC 태양전지보다 한층 우수하다고 한다. DSSC 태양전지의 경우 액체 전해질을 집어넣어 발전하는 개념이므로, 아무리 밀봉을 잘 해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휘발성 높은 액체들은 공기 중에 날아가기 때문이라는 것. 이에 대해, 민 박사는 “10~20년 장기간 동안 안정성 있게 발전을 지속해야 하는 태양광발전에 있어서 DSSC 태양전지는 이런 특성 때문에 취약점을 가질 수밖에 없다”며, “그에 반해 투명한 CIGS 박막 태양전지는 안정성을 확보하고 있어 향후 BIPV 창문용으로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인공 나뭇잎으로 ‘솔라 퓨얼’ 생산 계획

無에서 有를 창조, 신의 영역 꿈꾼다!


민 박사의 이번 연구는 KIST 기관 고유사업 및 교육과학기술부 신기술융합형 성장동력사업의 연구비 지원으로 수행됐으며, 지난 1월 11일에는 태양전지분야 최고 권위지인 ‘Progress in Photovoltaics’ 온라인판에 게재되기도 했다. 그만큼 놀라운 성과를 창출해 낸 연구 개발임에도 불구하고, 민 박사는 사실 이번 연구가 ‘솔라 퓨얼(Solar Fuel)’ 생산 기술개발을 위한 첫 번째 단계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태양광발전을 통해 전기를 생산해도 이를 저장하는 데 있어서는 많은 문제점이 발생하고, 더욱이 생산된 전기를 다른 곳으로 손쉽게 이동시키는 것도 거의 불가능한 실정이다. 따라서 태양광에너지를 차라리 화학에너지, 특히 수소 형태로 만들어 저장하게 되면 저장 및 이동이 훨씬 손쉬워질 것으로 생각했다.”


이처럼 민 박사는 궁극적으로 태양에너지를 수소 형태로 만들어 에너지원으로 활용하는 ‘솔라 퓨얼’을 최종 목표로 두고 있다. 수소는 언제든 전기로 바꿔 사용할 수 있을뿐더러, 태워도 탄소가 발생하지 않으므로 지구 환경에 매우 유익한 클린에너지 재료다.


“처음 KIST에 들어왔을 때 연못가에 흐드러지게 자라나 있는 나무와 그 나무의 잎사귀에 눈이 먼저 갔다. 나뭇잎이 뿌리에서 물을 끌어올리고 광합성 활동을 하면서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산소를 배출하며 자양분을 만들어내듯 나뭇잎의 광합성 매커니즘을 적용하면 순수한 자연에너지인 태양광을 활용해 에너지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판단했다.”


無에서 有를 창조하는 신의 영역을 꿈꾸며, 민 박사는 이를 실현하기 위한 연구 개발에 착수했다. 그 첫 번째 단계가 바로 태양전지를 이용해 전기를 만드는 일로, 이를 위해 민 박사는 저가 공정을 통한 CIGS 박막 태양전지를 개발했다. 두 번째 단계는 CIGS 박막 태양전지로 생산한 전기로 물을 분해해 산소와 수소를 만드는 과정이다. 민 박사의 궁극적인 목표인 세 번째 단계에서는 생성된 수소와 이산화탄소를 활용해 하이드로카본을 생산해 낸다는 계획이다.


민 박사는 “자연 상태 그대로의 나뭇잎과 완벽하게 똑같이 만들 수는 없겠지만, 최소한 나뭇잎의 광합성 매카니즘을 인위적인 기술로 실현해 낸다면 빛, 물, 이산화탄소와 같은 자연환경에서 인류가 쓸 수 있는 에너지를 생성할 수 있게 될 것”이라며, “아직까지는 태양전지를 통해 태양광을 전기에너지로 변환시키고, 이 전기에너지를 이용해 물분해함으로써 수소를 얻는 과정까지만 진행된 상황이지만, 향후 더욱 연구해서 하이드로카본을 생성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포부를 보였다.

SOLAR TODAY 김 미 선 기자 (st@infoth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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