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안보·친환경·경제성’ 에너지 트릴레마의 밸런스 잡기
  • 이주야 기자
  • 승인 2019.12.24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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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호 에너지산업MD “재생에너지 확대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

[인더스트리뉴스 이주야 기자] 대한민국 산업기술 지원을 위한 세계 수준의 R&D 씽크탱크(Think Tank) 역할을 하는 산업통상자원 R&D전략기획단은 산업 R&D 시스템 구축과 성과개선을 위해 2010년 설립된 정부 산하 R&D 지원기관이다.

우리나라 R&D 역군들의 혁신적인 제언이 산업정책에 끊임없이 반영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R&D전략기획단에는 산업분야별로 3명의 MD(Managing Director)가 있다. 여기서 에너지를 담당하는 유일한 총괄 디렉터가 박진호 에너지산업MD다.

2016년부터 R&D전략기획단 MD로 위촉돼 에너지 분야의 전반적인 R&D 전략수립과 예산조정, R&D 사업평가 등 에너지산업 경영책임을 맡아 지난 3년간 산업부 R&D 기획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온 박진호 에너지산업MD를 서울 테헤란로에 위치한 한국기술센터에서 만나 그동안의 소회를 들어봤다.

산업통상자원 R&D전략기획단 박진호 에너지산업MD는 “재생에너지 확대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고 강조했다. [사진=인더스트리뉴스]
산업통상자원 R&D전략기획단 박진호 에너지산업MD는 3차 에너지기본계획 총괄 분과위원으로 참여하면서 에너지 수요관리가 필요하다는 의식의 전환을 이끌어냈다는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사진=인더스트리뉴스]

Q. 산업통상자원 R&D전략기획단 에너지산업MD로 활동한 지난 3년간의 성과를 되돌아본다면?

2016년부터 시작해 지난 3년간 연간 6천억원 규모의 에너지 관련 R&D 정책 수립을 위해 매진해왔다. 현재 에너지 분야는 탈탄소화 이슈 등 큰 변화에 직면하고 있다. 이에 따라 에너지 신산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법제도 개선을 어떻게 할 것인지 정리했고, 우리나라의 에너지 소비 효율을 개선하기 위한 인프라 구축 방안도 고민했다.

3차 에너지기본계획 총괄 분과위원으로 참여하면서 에너지 수요관리가 필요하다는 의식의 전환을 이끌어냈다는데 보람을 느낀다. 또, 에너지 빅데이터 플랫폼 비즈니스의 근거를 마련하는데도 적극 참여해 유의미한 결과를 도출한 것도 기억에 남는다. 그리고 에너지전환을 성공적으로 달성하기 위해서는 전력·열·가스 에너지를 종합적인 관점에서 관리할 필요성을 제기했다.

결국은 에너지 트릴레마(Trilemma)인 ‘에너지안보, 친환경, 경제성’이 3박자를 이루며 적절하게 밸런스를 잡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했다.

또한 4차 에너지기술개발계획 총괄분과를 운영하면서 수요·개발·공급 주체가 함께 진행하는 선단형 R&D와 실증 R&D를 강조했다. 그리고 퍼스트 무버(First Mover) 즉, 실패를 용인하는 미래지향적인 R&D도 제안했다. 그 결과 산업의 난제를 해결하는 현대판 연금술사로 불리는 알키미스트(Alchemist) 프로젝트에 선정된 △1분 충전 600km 주행 전기차 △공기정화자동차 △100m를 7초에 주파하는 로봇 슈트 △한계효율 극복한 슈퍼 태양전지 △투명한 태양전지 △카르노 효율 한계 근접하는 히트펌프 등 6개 과제 중에서 무려 4개의 과제가 에너지 분야에서 선정되는 쾌거를 얻었다.

최근 킥오프(Kickoff)한 5차 신재생에너지기본계획에도 참여해 RPS 정책 논의도 진행 중이다. 이외에도 국제협력이 필요한 에너지 이슈가 발생하면 해당 회의에 참여해 국가 간 협력을 논의하기도 했다. 8년째 이어오고 있는 국제에너지기구 활동은 앞으로도 계속 진행할 생각이다.

특히 R&D전략기획단의 주력산업MD 및 신산업MD 뿐만 아니라 각 분야별 PD들과 상호 유기적인 협업의 장을 마련한 것도 큰 보람으로 기억된다.

Q. 국내 유일의 에너지산업MD로서 R&D 전략수립과 예산조정, R&D 사업평가 등을 진행하면서 세운 나름의 원칙 세 가지를 꼽는다면?

세계적 패러다임 변화에 순응하는 에너지 전환의 정책적 방향으로, R&D 결과가 사업화로 연결되는 성과지향형 R&D 및 퍼스트무버(First-mover)나 베스트 세컨드(Best-second)가 될 수 있는 R&D, 에너지산업 생태계 체질강화를 위한 플랫폼 R&D 및 선단형 플래그십 R&D 등을 항상 염두에 두고 진행했다.

Q. 에너지 패러다임 변화의 중심에서 보낸 지난 3년간 달라진 것이 있다면 무엇인가?

에너지산업은 국내에서도 패러다임 변화 추세에 따라 3D (Decarbonization, Decentralization, Digitalization) 방향으로의 전환이 빠르게 이루어지고 있고, 정부가 이를 드라이브하는 측면이 크다. 즉 ‘저탄소, 분산전력, 디지털화’는 세계 추세에 따르는 것으로 바람직한 방향이다. 물론 에너지믹스의 조정에 있어 사회적인 논의가 매우 중요하며, 소통과 주민수용성이란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박진호 에너지산업MD는 국제에너지기구(IEA) 태양광발전분과(PVPS) Task 1 한국대표로 활동하며 한국의 발언권 증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사진=인더스트리뉴스]
박진호 에너지산업MD는 국제에너지기구(IEA) 태양광발전분과(PVPS) Task 1 한국대표로 활동하며 한국의 발언권 증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사진=인더스트리뉴스]

Q. 최근의 태양광, ESS 등 신재생에너지 시장동향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여러 가지 변동 요인은 존재하나, 세계 태양광 설치는 지난 2년간 연간 100GW를 초월해 2020년에는 120GW 이상이 설치될 것으로 전망된다. ESS도 재생에너지의 확대에 따라 연동하여 연 30% 이상의 고속 성장이 예상된다.

국내시장 또한 2018년 2.3GW를 기록하며 처음으로 2GW 규모를 돌파했다. 올해도 3분기까지 집계된 바에 의하면 2.3GW를 이미 넘어 올해 말에는 2.5GW 규모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추세로 가면 충분히 2030 목표 달성이 되지 않을까 싶다. 기본적으로 농업인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활발한 가운데, 태양광 내수시장은 상당히 긍정적인 분위기다.

특히 세계 3대 시장 중 하나인 미국 시장이 호조세를 보이고 있어, 국내 셀&모듈 기업들은 상당히 괜찮은 상황이지만 미래는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계 시장 규모가 계속 커지고 있어 제2의 구조조정 시기에 살아남은 기업들이 좋은 결실을 거둬들일 것으로 보인다.

ESS 시장 전망 또한 상당히 밝게 보는 입장이다. 오히려 문제를 조기에 발견해서 이를 슬기롭게 해결해 나가면 우리나라가 세계 배터리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지면서 연 30% 성장도 가능할 것으로 본다.

Q. 태양광 그리드 패리티 시대의 도래를 2020년으로 전망하기도 했는데, 현재 상황에 대해 평가한다면?

그리드 패리티(Grid Parity)는 국가별로 편차가 매우 크다. 독일 등 일부 국가에서는 이미 그리드 패리티에 도달했다. 한국은 아직 태양광발전단가가 높고 전력가격이 저렴해, 2023년 정도에 그리드 패리티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력가격 정책과 각종 규제의 변수는 아직 남아 있다. 나아가 스토리지 패리티(Storage Parity)까지 가려면 우리나라는 2030년 정도 될 것으로 전망된다.

Q. 우리나라의 재생에너지 3020 정책이 본격적으로 진행되면서 기대되는 점과 우려되는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

태양광과 풍력 중심의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이는 국가 차원의 전력 피크 투 밸리(Peak to Valley)를 완화시키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이미 피크 시프트(Peak Shift) 현상은 관찰되고 있으며, 피크 세이빙(Peak Shaving)으로 확대될 때까지 확대는 바람직하다. 단 재생에너지의 변동성을 극복하기 위한 다양한 인프라적 투자가 적기에 보완되어야 할 것이다. 보급 중심의 RE3020이 너무 강조되는 측면이 있어 재생에너지 제조산업 육성 측면에서는 좀 더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본다.

박진호 에너지산업MD는 “재생에너지 확대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고 강조했다. [사진=인더스트리뉴스]
박진호 에너지산업MD는 “재생에너지 확대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고 강조했다. [사진=인더스트리뉴스]

Q. 탈탄소화, 분산화 등 에너지 패러다임 변화에도 불구하고 신재생에너지 확산의 걸림돌로 지적되는 것은 무엇이며, 이를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한다면?

우리나라에서 재생에너지 확대에 제일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는 것은 잘못된 정보와 일부 나쁜 사례의 과대 표출에 따른 주민수용성 이슈다. 이에 따라 규제 개선도 그 속도에 있어 탄력을 받지 못하고 있다. 적극적인 대국민 홍보 및 교육, 실증 및 우수 성공사례의 확산에 의해 국민들이 환영하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Q. 에너지 4차혁명 시대 도래에 따른 국내 태양광 기업들의 대응전략은 어떠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4차혁명 시대의 핵심 키워드는 연결과 협력이다. 또한 플랫폼 혁명도 중요한 키워드다. 국내 태양광 기업들도 이러한 시대적 변화에 앞서나가기 위해서는 수평적 산업생태계를 구축해야 하고, 디지털 기술과 데이터 기반 제조업 혁신을 빠르게 진행해 국제경쟁력을 높여야 하며 또한 이를 적극 활용한 초격차 전략을 전개시켜야 할 것이다.

Q. 태양광, ESS 등 신재생에너지 비즈니스의 속도감 있는 성장을 위해 가장 시급한 개선사항은 무엇인가?

주민수용성 개선, 안전 등 국민불안 해소, 협업과 연결을 통한 한국만의 우수성 발현, 시기적절한 규제 개선 및 화이트 레귤레이션(White Regulation) 도입, P2P 전력거래 등 신규시장 도입, 간헐성/변동성 해소를 위한 계통선진화 구현, 스마트시티형 나노그리드 실증 및 확대 등이 시급하다.

Q. 2020년 태양광 기술 트렌드 변화에 따른 산업 동향을 전망한다면?

탑콘(Topcon) 등 실리콘 태양전지 고효율화 및 단가저감형 태양전지, 바이페이셜(Bifacial) 등 고출력모듈, 농촌형/수상형/해상형/건물형 등 환경맞춤형 태양광 모듈이 확산될 것으로 전망된다.

Q. 앞으로의 활동 계획과 목표는?

대학에 복귀해 에너지분야 인력양성에 매진함과 더불어, 세계 최고의 태양광-ESS 산업 생태계를 국내에 구축하기 위한 ‘Korean Way 재생에너지 제조 산업’ 육성 활동을 진행할 계획이다. 그리고 조직위원장으로서 세계태양광학술대회(PVSEC-30)의 성공적 개최와 국제에너지기구 태양광발전분과에서의 한국의 발언권 증진을 위해 계속 노력할 예정이다. 또한, 세계공학한림원평의회 에너지분과위원장으로서 재생에너지 변동성 극복방안에 대한 30개 회원국의 전략보고서를 탈고하고, 한국에너지학회의 글로벌화 및 선진화 활동 등에도 매진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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