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스트리뉴스 정한교 기자] 영농형 태양광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 지난 4월 23일 개최된 2024년 제1차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영농형 태양광 도입전략’을 발표하며, 기존의 일시사용허가 기간 8년을 최대 23년까지 연장하는 것을 검토한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정부가 발표한 ‘영농형 태양광 도입전략’의 골자는 영농형 태양광 발전사업의 주체를 농업인으로 설정하고, 농업진흥지역 외 농지에만 타용도 일시사용허가 기간을 연장하겠다는 것이다.
그동안 국내에서 진행됐던 농촌태양광은 외지인 발전사업주와 지역 주민과의 갈등 유발, 사업성에만 중점을 둔 개발사업 등으로 태양광발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초래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정부는 이를 제도적으로 사전에 방지하고 촘촘한 관리체계 구축으로 올바른 영농형 태양광 확산을 유도하겠다는 계획이다.
오랜 시간 일시사용허가 기간의 연장을 바라온 태양광 업계는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그동안 일시사용허가 기간 8년이라는 거대한 벽에 가로막혀 제대로 시작도 하지 못했던 영농형 태양광이 확산을 위한 본격적인 첫발을 뗐다는 평가다.
전체 농지 면적 기준 5%에만 설치해도 약 34GW 규모
좁은 국토와 산지가 많다는 지리적 특성을 지닌 우리나라는 토지 이용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 토지가 가진 기존의 목적성을 침범하지 않고, 전력을 생산해야 한다. 최근 영농형 태양광, 산업단지 등 지붕형태양광, 수상태양광 등이 주목받는 이유다.
농사와 태양광발전을 병행하는 영농형 태양광은 토지 이용 효율을 극대화할 뿐만 아니라 에너지 안보와 식량 안보를 동시에 실현할 수 있는 확실한 대안이다. 더군다나 인구 및 소득 감소로 소멸 위기론까지 부상한 농촌의 지속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대안으로도 주목받아 왔다.
한국환경연구원의 정책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전체 농지 면적의 5%에만 영농형 태양광발전소를 구축해도 약 34GW 규모의 발전소를 지을 수 있다. 이는 약 4,800만명이 가정에서 1년 동안 사용할 수 있는 규모이다.
그럼에도 8년으로 제한된 일시사용허가 기간으로 인한 부족한 사업성으로 국내에서 영농형 태양광 확산은 지지부진한 상황이었다. 지난 2016년 첫 실증단지를 시작으로, 현재까지 60여개의 실증단지가 운영된 것이 전부다.
하지만 이번 도입전략 발표에 따라 일시사용허가 기간 23년으로 늘어난다면, 영농형 태양광 확산의 기폭제가 될 전망이다. 농촌경제연구원이 발표한 ‘영농형 태양광 도입의 경제성 분석과 정책적 시사점’에 따르면, 운용 기간 8년간 B/C(비용 편익) 비율은 0.74인 반면 20년간 B/C비율은 1.24로 나타났다. 충분한 사업성을 지니게 된 영농형 태양광은 농촌 살리기와 국가 에너지 전환이라는 사명을 안고 이제 출발선에 서게 된다.
지역갈등 초래 및 사업적 한계 발생 등 우려
정부의 이번 영농형 태양광 도입전략에 우려스러운 시선을 보내는 이들도 있다. 올바른 확산을 위해 설정한 규제가 오히려 실패 위험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발전사업의 주체를 농민으로 설정한 이유는 농촌태양광에서 발생했던 문제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의지다. 외부 사업자의 유입으로 인한 농지 감소 및 발전수익 외부 유출 등을 방지할 수 있다.
하지만 발전사업에 대한 전문성이 부재한 농민의 주도 아래 사업이 진행된다면, 그만큼 실패 위험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 농민들에게 부담스러운 초기 투자 비용도 문제로 지적된다. 가뜩이나 부담스러운 태양광발전소 설치 비용이 영농형 태양광은 더욱 높다. 사업 진입 자체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태양광 업계 관계자는 “발전사업을 해보지 않았던 농민들이 개발허가부터 PF대출, 발전소 운영 및 관리 등의 업무를 진행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며, “농민이 직접 운영하는 영농형 태양광 사업 모델은 농민의 이익이 극대화된다는 장점도 있지만, 실패 가능성도 높아지는 위험성이 있다”고 말했다.
소규모 발전소의 난립으로 인한 ‘계통 연계’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농업진흥지역 외 농지는 곳곳에 분포된 소규모 농지가 대부분이다. 구획이 잘 정리되고 규모가 큰 농지는 대부분 농업진흥지역에 속한다.
결국 분산된 소규모의 농지에만 영농형 태양광이 들어서는데, 가뜩이나 부족한 선로로 인해 사업 진행에 어려움을 겪는 발전소가 많은 상황에서 체계적이지 못한 도입전략은 불에 기름을 끼얹는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
또한, 정돈된 대규모의 농지가 아닌, 곳곳에 분포된 소규모 농지가 대상이다 보니 주민 갈등을 부추길 수 있다는 의견도 이어졌다. 영농형 태양광을 하지 않거나 못하는 지역 주민들이 “주변 경관을 헤친다”, “우리 농지에 음영이 져 수확량이 줄었다” 등의 민원을 제기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영농형 태양광 선진국의 사례나 정책을 무작정 따라하는 방안도 경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다양한 이해관계가 얽힌 농업은 나라별 환경요건, 농촌 특성, 농업 체계가 다를 수밖에 없다. 이에 해외 사례를 참고해 국내 농촌 환경에 맞는 한국형 영농형 태양광의 성공률을 높일 수 있는 전략이 마련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태양광 업계의 이러한 우려들은 이번 ‘도입전략’에 따른 영농형 태양광 확산 이후 발생할 수도 있는 문제에 대한 우려이며, 올바른 영농형 태양광 확산을 위한 조언이다. 이외에도 업계는 농지 규제 완화와 농업 시설 인정 등의 제도적‧정책적 뒷받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현장의 목소리에 기반한 정부의 방향 설정이 매우 중요한 때다.
태양광 업계 관계자는 “발표된 ‘영농형 태양광 도입전략’은 우리나라 농촌의 상황을 고려한 가장 현실적인 방안이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며, “다만 현재 추진 중인 전략으로 인해 이러한 문제들이 발생할 수 있고, 여전히 풀어야 할 숙제도 많다. 더욱 꼼꼼한 정책 수립을 통해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모두 동의할 수 있는 사업이 추진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