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대법원 “생물학적 여성이 법적 여자” 판결
  • 한원석 기자
  • 승인 2025.04.17 19:5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남녀 화장실부터 스포츠 등 모든 활동에 제한 근거… 고용·정책 등 사회 전 분야에 변화 주목
16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의 영국 대법원 앞에서 시민단체 ‘스코틀랜드 여성을 위해(For Women Scotland)’ 관계자들이 승소 판결을 축하하고 있다. /사진=AFP, 연합뉴스

[인더스트리뉴스 한원석 기자] 영국 대법원이 ‘여성(woman)’과 ‘성(sex)’이라는 용어가 생물학적 여성과 생물학적 성별만을 지칭한다는 결정을 내렸다고 외신들이 16일(현지시간) 일제히 보도했다.

가디언 등 영국 언론들에 따르면, 5명의 판사는 2010년 제정된 영국 평등법(Equality Act)에서 여성의 법적 정의에 성별 인식 증명서(Gender Recognition Certificate·GRC)를 소지한 트랜스젠더 여성은 포함되지 않는다고 만장일치로 판결했다.

영국 대법원은 88쪽에 달하는 판결문에서 “‘생물학적’이라는 단어가 법에서 남성 또는 여성의 정의에 등장하지 않았지만, 평범하고 명확한 단어의 일반적인 의미는 개인을 남성 또는 여성으로 만드는 생물학적 특성과 일치한다”면서 “평등법에서 ‘섹스’가 생물학적 성별만을 의미하지 않는다면 탈의실, 노숙자 호스텔, 의료 서비스 등 단일 성별 공간 제공자들은 실질적인 어려움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판시했다.

영국 대법원 부원장인 호지 경(Lord Hodge)은 “평등법 조항이 GRC 소지 여부와 상관없이 출생 시 생물학적 성별을 다루고 있고, 후천적 성별을 다루지 않는다는 점을 매우 분명히 하고 있다”면서 “스포츠계와 군대, 병원, 여성 전용 자선 단체, 탈의실 및 여성 전용 공간에 대한 접근에 대한 정책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이번 판결은 광범위한 파급력을 미칠 수 있으며 트랜스젠더 여성의 여성 전용 서비스 및 공간 접근에 대해 더 크게 제한할 수 있다고 가디언은 지적했다.

더타임스에 따르면 가장 먼저 가시적으로 영향을 받을 분야는 남녀 화장실이나 탈의실 같은 일상적인 공간으로, 이곳에 성전환자들의 출입을 통제할 법적인 근거가 생기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여성 전용이나 남녀를 구별해 제공하는 서비스가 전반적으로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판결이 나온 직후 영국 정부도 이번 판결이 여성과 병원, 스포츠 클럽, 여성 피난처를 운영하는 사람들에게 ‘명확성과 자신감(clarity and confidence)’을 가져다 주었다고 말했다. 정부 대변인은 “우리는 항상 생물학적 성별에 기초한 단일 성별 공간의 보호를 지지해 왔다”며 “동성 공간은 법적으로 보호되며 정부에 의해 보호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사건은 스코틀랜드 법원 두 곳이 평등법의 여성에 대한 정의가 생물학적으로 여성으로 태어났다는 주장을 기각한 후, 젠더 비판적 캠페인 단체인 ‘스코틀랜드 여성을 위해(For Women Scotland)’에 의해 영국 대법원에 상고됐다. 이 단체는 소설 ‘해리포터 시리즈’로 유명한 소설가 JK 롤링의 재정적 지원을 받고 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