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김문수·이준석 등 빅3 후보, ‘전기차’ 관련 공약 허술해
“풍성한 반도체 관련 정책과 대비되며 아쉬움 더 크게 느껴져”

제21대 대통령을 선출하는 6-3 ‘장미 대선’의 막이 올랐다. 헌정사상 처음으로 6월에 치러지는 이번 선거는 지난 19대 대선과 마찬가지로 당선 확정과 동시에 대통령 임기가 시작된다. 차기 정부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없이 곧바로 출범하게 되므로 각 후보의 공약이 그대로 정책으로 반영되고 실행에 옮겨질 가능성이 그만큼 높다.
특히 대한민국의 먹거리를 책임지는 경제 분야에서 미국 트럼프 행정부 출범과 무역전쟁, 급속도로 발전하는 과학기술 등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이어서 대선 후보들의 공약은 그 어느 때보다 주목받고 있다. 산업과 금융 등 특히 경제분야를 중심으로 대한민국의 향후 5년을 책임지려는 각 후보들의 분야별 공약을 입체적으로 조망해본다. [편집자 주]
① 캐즘·고관세·고환율 ‘삼중고’ 빠진 전기차 업계…“대선 후보들, 공약 전무(全無)”

[인더스트리뉴스 서영길 기자] 제 21대 대선 후보들이 일제히 본격 선거 운동에 돌입한 가운데 반도체와 함께 국내 산업 2대 수출품 중 하나인 자동차, 특히 글로벌 대세로 기운 '전기차'에 대한 후보들의 공약이 전무하다시피해 우려섞인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에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폭탄, 원/달러 환율의 고공행진까지 더해지며 ‘삼중고’를 겪는 국내 완성차 업체로서는 대선 후보들의 풍성한 반도체 관련 정책 공약과 대비되며 '전기차 홀대'에 대한 아쉬움이 더 크게 느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주요 정당의 각 대선 후보들은 일제히 공약집을 쏟아내며 지난 12일부터 본격 대선 레이스에 뛰어든 상태다.
비록 급작스럽게 치러지는 대통령선거여서 공이 촘촘하게 다듬어지지 않았을 수는 있지만 삼중고 난관에 봉착한 국내 전기차와 관련해 각 정당 후보들이 거의 언급 조차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자동차업계에서는 의아하다는 지적마저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주요 후보인 이재명(더불어민주당)·김문수(국민의힘)·이준석(개혁신당) 등 3명의 후보 공약집이나 그간 언급한 내용만 살펴봐도, 후보들 모두 전기차와 관련해서는 피상적인 내용만 간략하게 언급하는데 그치고 있다. 이에따라 3명의 후보 모두 전기차 부문에 대해서는 학습이 부족하거나 미처 중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볼멘 목소리도 적지 않은 상황이다.
세부 내용까지 설계된 반도체 산업 공약과 극명히 비교되며 자동차업계에 대한 대책이 더욱 빈약하게 느껴진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3명의 후보 가운데 그나마 더불어민주당의 이재명 후보가 전기차와 관련해 몇 가지 전략을 언급한 사례는 있다.
이 후보는 지난달 22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2040년까지 석탄발전을 폐쇄하고 전기차 보급 확대로 미세먼지를 획기적으로 줄이겠다”고 적었다.
이 후보는 특히 제주도에선 지역 맞춤 공약으로 전기차·수소차 인프라를 확충해 친환경 모빌리티 100% 전환을 앞당기겠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아울러 이 후보는 20대 대선에 이어 이번 대선에서도 'K-이니셔티브 국가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선정된 '5대 미래 핵심 산업 집중투자' 정책을 통해 전기차 분야 등을 국가 전략산업으로 육성하고, 친환경 경제 전환을 가속화하겠다는 친환경 정책 공약을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정작 이 후보의 대선 관련 홈페이지를 클릭해 살펴보면 과학기술 공약 코너에 전기차가 아닌 ‘미래차’로 뭉뚱그려 집중 투자하겠다는 추상적인 표현밖에 없는 실정이다. 반면 반도체 산업과 관련해서 별도로 세부 공약 코너까지 마련해 정책을 알리는데 공을 들이고 있다.
아울러 이날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된 이 후보의 10대 공약 내용을 봐도 ‘전기차 보급 확대’라고만 짧게 언급된 것이 전부일 정도다.
국민의 힘 김문수 후보도 크게 다르지 않다. 그동안 국민의힘 대선 후보로 부각되며 언론에 기사화 된 말 중에 전기차와 관련된 언급은 “전기차에 대한 개별소비세를 과세 대상에서 제외하겠다”가 전부인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 힘이 단일화 이슈와 ‘대선 후보 교체’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로 어수선한 상황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국가 2대 수출품에 대한 대선 후보로서의 고민의 흔적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어 보인다.
김 후보의 대선 관련 홈페이지에는 아직 세부 공약이 올라오지 않았지만 선관위에 이날 등록한 10대 공약에도 역시 전기차와 관련한 언급은 없는 상황이다.
반면 김 후보는 1호 공약으로 '기업하기 좋은 나라, 일자리 창출'을 내세우며, 경기지사 시절 삼성전자를 설득해 '120만평의 세계 최대 규모 평택 반도체 공장'을 유치한 경험을 언급했다. 김 후보의 1호 공약이 반도체 산업 활성화를 염두에 두고 있다는 의미로도 해석 가능한 대목이다.
이준석 후보는 개혁신당 대선 후보로 일찌감치 낙점된 바 있지만 전기차 산업과 관련해선 직접적 언급을 한 것이 눈에 띄지 않고, 대선 공식 홈페이지에도, 선관위에 제출한 10대 공약에도 전기차 관련 언급은 전무한 상황이다.

◆ “차기 정부, 車 업계에 각자도생 강요 더이상 안돼”
지난해 말 기준 전세계에 보급된 전기차 수는 약 1710만대로 추정되고 있다. 이 가운데 한국에 보급된 전기차 수는 약 68만여대로 글로벌 시장 점유율로 보면 3.9% 수준에 불과하다.
결국 북미, 유럽 등 수출에서 답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그동안 한국 정부는 수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외교적 지원이나 정책에는 소극적이었던 것이 사실이다. 내수로 판매되는 전기차 지원에만 집중하다 보니 수출은 각 기업의 ‘각자도생’에 맡겨왔다는 것이 지배적 관측이다.
특히 중국이 강력한 정부 지원을 바탕으로 글로벌 전기차 시장을 잠식해 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한국 정부도 시장 논리만을 내세워 기업들에게 경쟁력을 갖출 것을 요구만 해서는 안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는 양상이다.
완성차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전기차는 반도체와 더불어 대한민국 수출을 이끄는 핵심 산업임에도 이번 대선 후보들의 공약에서 철저히 소외되고 있어 매우 실망스럽다”며 “현재 완성차 업계가 캐즘과 보호무역 강화, 고관세·고환율이라는 삼중·사중고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차기 정부의 미래차 생태계를 뒷받침할 정책적 비전이 부재하다는 것은 큰 문제로 작용할 것”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반도체 못지않게 전기차 분야도 기술 개발 및 인프라 확충 지원, 해외 수출 전략 등 국가 차원의 구체적인 육성 전략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