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15% 득표하면 선거비 보전 완주 가능성...김 지지율 하락 땐 해볼 만
이재명 지지율 40%대 초반으로 떨어지면 김-이 모두 단일화 적극 나설 수도

[인더스트리뉴스 성기노 기자] 21대 대통령선거는 들여다볼 변수가 그리 많지 않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1위 독주가 계속되고 있는 것은 이번 대선이 '윤석열 전 대통령 비상계엄과 탄핵'에 대한 심판론이 강하게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측에서는 '혹시나' 하며 기대를 하는 부분이 있다. 김 후보의 지지율이 40%대 중반까지 치고올라갈 경우 한 표가 아쉬운 상황이 오게 되고 그때 넌지시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쪽으로 고개를 돌릴 수밖에 없다.
더구나 '아스팔트 극우' 이미지가 강한 김 후보로서는 중도표심 확장에 애를 먹고 있는 만큼 그 한계를 메울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이준석 후보와의 단일화뿐이다. 물론 탄핵을 두고 찬반으로 나뉜 양 진영이 극명하게 대립하고 있지만 막판 '이재명 집권 저지'라는 절박함과 공감대가 치솟을 경우 '반이 연대'가 극적으로 성사될 수도 있다.
하지만 이준석 후보로서는 단일화에 아쉬운 점이 별로 없다. 득표율이 15%를 넘어서면 선거비용 전액을 국고로 보전받기 때문에 당의 자생력과 미래를 위해서도 완주를 해 홀가분한 정산을 하는 게 낫다. 하지만 이 후보도 김문수 후보처럼 단일화의 유혹을 받는 지점이 있다.
김 후보의 지지율이 20%대까지 떨어지고 자신의 지지율이 20%대에 진입하게 되면 '밑져도 본전'인 단일화에 도박을 해볼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 이 후보측의 단일화 스탠스는 "김문수 후보측이 이길 것이라는 확신이 든다면 우리(이준석)에게 먼저 연락을 해올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먼저 김 후보측에 단일화를 제안하는 일은 없을 것"(김용태 비대위원장)이라는 점이다.

역대 대선에서 극적인 단일화가 이뤄졌던 것은 승리에 대한 가능성이 높아져 기세를 굳히거나 그렇지 않으면 1+1으로 1위를 제쳐버리는 두 가지 경우의 수밖에 없었다. 윤석열-안철수가 전자였다면 노무현-정몽준이 후자에 해당한다.
이런 점에서 이번 21대 대선은 노무현-정몽준 단일화 모델에 더 가깝다. 하지만 1+1를 한다고 해도 압도적 1위 이재명 후보에게는 한참 못미친다. 그래서 지지율이 중요하다. 이 후보의 지지율이 1+1을 시도할 정도로 의미있게 하향평준화된다면 김문수 이준석 모두 대운을 꿈꾸며 단일화 베팅을 할 수도 있다.
일단 김문수 후보는 현재 30%대 박스권에 갇혀 있기 때문에 이를 뚫고 40%대 후반에 근접한다면 단일화에 적극적으로 매달려 한판 승부를 펼쳐볼 수 있다. 하지만 지지부진한 지지율을 억지로 끌어올리기 위해 단일화 카드를 내민다면 그 동력을 확보하는 게 쉽지 않다. 김 후보로서는 일단 '자강'에 우선순위를 두고 체력을 키워 지지율을 의미있게 만든 뒤 이준석 후보와 막판 '기적'을 연출하는 것이 유리하다.
이준석 후보도 자신의 지지율에 따라 단일화 카드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익히 밝힌대로 '동탄 승리 모델'을 이번 대선에서도 적용하려면 자신의 지지율이 1위 이재명 후보에게 근접까지는 아니더라도 비빌 만한 수치를 확보해야만 한다.
이 후보는 그 상승의 동력을 '김문수 때리기'를 통해 확보하려고 한다. 1차로 김문수 후보와 대등한 싸움을 벌인 뒤 그 기세로 1위 이재명 후보를 넘보는 전략이다. 이 후보가 선거비용 전액 보전 기준선인 15%를 넘길 경우 그것에 만족해 끝까지 선거를 완주하려 하겠지만 15% 이상으로 치고 올라가는 기적이 연출된다면 딴 마음을 먹을 수 있다.

이준석의 상승은 김문수의 하락이라는 '제로섬' 게임이기 때문에 이 후보가 단일화 콜을 먼저 제안할 수 있다. 이재명 후보의 지지율이 정체 내지는 하락하고, 김-이의 지지율이 박빙은 아니더라도 서로 엇비슷하게 나올 경우 두 사람은 단일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해볼 동력이 생긴다.
결국 이재명 후보의 지지율이 김문수-이준석 단일화의 상수가 되는 것이다. 이 후보가 선거 내내 50% 이상의 지지율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경우 김-이는 각자 제 갈길로 가며 대선 후를 도모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 후보 지지율이 40%대 초반으로 떨어질 경우 김-이 후보 모두 베팅을 세게 한번 해볼 동력과 명분이 생긴다.
김문수와 이준석, 두 사람은 지금 각자의 길을 걷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재명 후보의 지지율이 40%대 초반으로 미끄러지는 순간, 같은 길로 들어설 가능성이 있다. 두 사람이 승산 없는 외로운 완주를 택할지, 단 한 번의 올인으로 ‘반(反) 이재명’ 연대를 시도할지는 모두 그 숫자 하나에 달려 있다.
이번 대선의 변수는 많지 않다. 어쩌면 단 하나의 변수만이 존재한다. 그 변수의 이름은 ‘이재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