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유럽 자동차협회 “지나친 경유차 억제, CO2 증가 초래할 수 있어”
  • 정한교 기자
  • 승인 2019.09.14 14:5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세계자동차협회 차원의 적극적 역할과 정책투입기능 활성화 필요”

[인더스트리뉴스 정한교 기자] 우리 정부의 차별적 경유차 정책이 오히려 기후변화에 영향을 주는 CO2 배출량을 증가시킬 수도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와 유럽자동차공업협회(ACEA)는 양측 자동차 산업의 동향 점검과 더불어 환경, 안전, 노동 규제와 통상 현안 및 대응방안 논의를 위해 벨기에 브뤼셀에서 제1차 회의를 개최했다.

이날 회의에는 한국 KAMA측에서 정만기 회장과 유럽 ACEA측에서 에릭 요나어트 사무총장 등 10여명의 관계자가 참석했다. 먼저, 양 협회는 기후변화 관련 양측 정부가 CO2 규제를 강화하는 방안을 마련하면서도 CO2 저감에 역행하는 정책도 병행 추진함으로써 실제로는 최근 CO2 발생이 늘어나고 있다고 지적하며, 일관성 있고 실현가능한 CO2 규제정책 정립이 필요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 했다.

ACEA에 따르면, EU집행위는 2020년 이후 차기 CO2 규제와 관련해 2025년에는 2020년 배출량 대비 15%, 2030년에는 2020년 대비 37.5% 감축목표를 제시하면서, 총 승용차 판매 중 친환경차 판매비중이 2025년 15%, 2030년 35%를 넘는 업체들에 대해서는 CO2 배출기준을 최대 5% 완화해주는 인센티브 정책을 도입하고 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 정만기 회장은 “지나친 CO2 규제 정책은 비용경쟁력을 갖춘 중국산 전기차의 유럽 및 한국시장 진출을 촉진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사진=dreamstime]
한국자동차산업협회 정만기 회장은 “지나친 CO2 규제 정책은 비용경쟁력을 갖춘 중국산 전기차의 유럽 및 한국시장 진출을 촉진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사진=dreamstime]

ACEA는 “최근 경유차에 대한 수요 억제 정책을 도입함으로써 친환경차 보다는 가솔린차에 대한 수요가 증가, CO2배출량이 오히려 증가하는 결과를 초래했다”며, “유럽의회와 EU집행위가 현실보다는 정치적 고려에 의해 지속적으로 환경규제를 강화하면서 업계의 비용 부담을 가중시키면서도 온실가스 배출은 증가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ACEA는 이에 대해 “유럽 내 승용차 평균 CO2 배출량이 2009년 145.8g/km에서 2016년 117.8g/km로 감소하다가 경유차 수요 억제정책으로 경유차 수요가 가솔린차로 전환되면서 2018년에는 오히려 CO2 배출량이 120.5g/km로 증가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KAMA 역시 “최근 미세먼지 발생 억제를 위한 한국 정부의 차별적 경유차 정책이 기후변화에 영향을 주는 CO2 배출량을 오히려 증가시킬 우려가 있다”며, “기술중립적 규제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 정만기 회장은 “업계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강화되고 있는 CO2 규제 정책이 향후 저렴한 인건비에 강점을 갖고 있는 중국산 전기차의 유럽 및 한국시장 진출을 촉진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유럽자동차공업협회 에릭 요나어트 사무총장 역시 “중국 전기차의 가격 경쟁력이 중국 정부의 적극적 지원에 의해 확보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의 저·무공해차 보급목표제 도입과 관련해 KAMA는 이 제도가 CO2·연비 규제와 중복규제가 될 우려가 있어 중복규제를 회피하는 방안을 정부 측에 건의하고 있음을 설명했다. ACEA는 유럽의 경우 CO2 규제 틀 내에서 인센티브 제공방식으로 전체차량 중 일정비율만큼 저·무공해차 보급을 추진해가고 있음을 밝히면서 한국도 벌금부과보다는 인센티브 제공 방식으로 저·무공해차 도입을 추진해갈 것을 제안했다.

양측은 기후변화와 관련해 자동차 업계가 다른 업종에 비해 상대적으로 과도한 책임을 부담하고 있다는 부분에서 공감하고, 전력생산에서부터 폐차에 이르기까지 제품 수명 주기(life cycle analysis) 관점에서 관련된 다양한 산업과 이해관계자들의 책임공유(shared responsibility)가 확대돼야 한다는데 인식을 같이했다.

양측은 수력발전이 주력인 노르웨이나 원자력이 주력인 프랑스의 경우 전기차 보급 확대는 CO2 저감 등 환경개선에 기여할 수 있는 반면 석탄발전이 주력인 중국 등에서는 전기차 보급 확대의 환경개선효과는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는 점에 주목, 향후 친환경적 전기 생산에 대한 각국 정부의 노력이 확대돼야 한다는 점에 인식을 같이 했다. 또한, 능동안전과 자율주행 등 미래자동차 기술에 대해 각국이 글로벌기준이 적용될 수 있도록 각국 자동차협회간 협력과 세계자동차협회(OICA) 차원의 협력 확대가 필요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 했다.

통상문제와 관련, 양측은 미국의 무역확장법 232조, 미중 무역분쟁, 일본의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 브렉시트 등 최근의 보호무역 기조는 특히 글로벌 밸류 체인(Value chain) 작동이 불가피한 자동차 산업에게도 적지 않은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이러한 다양한 무역 갈등이 조속히 해결돼 자유무역과 국제 분업이 활성화되도록 공동 노력을 기울여 가기로 했다. 이를 위해 양측은 양 협회 차원을 넘어 OICA 차원의 적극적 역할과 정책투입기능 활성화가 필요하다고 보고, 이러한 입장을 OICA측에 전달키로 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는 내년 3월 한국에서 개최되는'수소모빌리티⁺쇼'에 유럽 관련 업체의 참여를 요청했고 유럽자동차공업협회는 이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2차 회의는 내년 3월 한국에서 열린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