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만에 출근’ 윤종원 IBK기업은행장, “사람으로 혁신 이룰 것”
  • 최기창 기자
  • 승인 2020.01.29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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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반대했던 직원의 박수 받으며 출근… ‘바른 경영’ 의지도 강조

[인더스트리뉴스 최기창 기자] 직원들의 반대로 본점 집무실에 발을 들이지 못했던 IBK기업은행 윤종원 은행장이 공식으로 본점 출근에 성공했다. 은행장에 선임된지 27일 만이다.

IBK기업은행은 1월 29일 서울 중구 을지로 본점 대강당에서 제26대 윤종원 은행장 취임식을 개최했다.

IBK기업은행 윤종원 은행장이 출근 27일 만에 취임식을 통해 정식으로 업무를 시작했다. [사진=IBK기업은행]
IBK기업은행 윤종원 은행장이 출근 27일 만에 취임식을 통해 정식으로 업무를 시작했다. [사진=IBK기업은행]

지난 3일 신임 기업은행장에 선임됐던 그는 그동안 IBK기업은행노조(위원장 김형선)의 ‘낙하산 은행장 출근 저지 투쟁’에 발목 잡혀 외부 시설에 임시 사무실을 차린 뒤 공식 업무를 수행해왔다.

이후 대화의 물꼬를 튼 윤 은행장과 노조 측은 결국 설 연휴 마지막 날 극적으로 합의를 이뤘다. 노조는 28일부터 출근 저지 투쟁을 완료했고, 그는 이날부터 본점으로 출근했다. 첫 출근길이었던 이날에는 기업은행 및 관계사 직원들이 본점 로비에 모여 그를 환영하는 모습도 있었다.

김형선 위원장은 “은행장 선임부터 취임까지 오래 걸렸다. 먼저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사과했다. 이후 “윤 행장과 우리는 이제 가족이 됐다. 한 배를 타고 미래를 함께 가는 동반자가 됐다. 친구가 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여행을 함께 가는 것이라고 한다. 그동안의 시간은 가치관이 다른 각자가 다투면서 서로에게 맞춰가는 여행이었다”며 출근 저지 투쟁을 여행에 비유했다.

또한 “많은 사람도 의미 있는 여행이었다고 생각해주길 바란다. 이제는 서로를 의지하며 함께 힘을 모으고 마주 보면서 웃을 수 있는 동반자가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김 위원장은 환영사를 통해 그동안 정치권과 많은 대화를 이어갔다고도 표현했다. IBK기업은행노조는 윤 은행장 취임 이후 청와대와 여당의 사과 없이는 투쟁을 풀지 않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그는 “이번 과정에서 이구동성으로 윤 은행장의 자질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신년 기자회견에서 윤 은행장을 크게 칭찬했고,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는 인보증을 하겠다고까지 했다”며, “윤 은행장과의 대화를 통해서도 많은 걸 느꼈다. 잘하리라 생각한다. 그리고 잘해내셔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새롭게 수장이 된 윤 은행장을 믿겠다고 약속했다. 김형선 위원장은 “대통령의 바람대로 윤 은행장이 기업은행의 혁신을 이끄는 사람이 되길 바란다. 노동조합도 그 움직임에 적극적으로 협력하겠다. 다만 직원과 함께 하는 혁신을 해달라. 직원의 행복을 최우선으로 해달라. 그 부탁을 들어주신다면, 지옥이라도 함께 가겠다”고 했다.

윤종원 IBK기업은행장이 29일 서울 중구 을지로에 위치한 본점에 처음으로 출근에 성공하는 모습 [사진=IBK기업은행]
윤종원 IBK기업은행장이 29일 서울 중구 을지로에 위치한 본점에 처음으로 출근에 성공하는 모습 [사진=IBK기업은행]

신임 윤종원 은행장이 취임사를 통해 강조한 것은 ‘혁신’과 ‘사람’이었다. 다양한 도전과 숙제가 산적한 IBK기업은행의 수장으로서 그동안 비판받은 직원 챙기기와 조직 발전을 동시에 달성하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청와대 비서관 출신인 그가 임기 반환점을 돈 문재인 정부의 정책적 맥락과 보조를 맞출 것이라는 뜻으로도 분석된다.

윤 은행장은 “지난가을 을지로입구역에서 ‘언젠가 만나게 될 것’이라는 IBK기업은행의 광고 글귀가 눈에 들어왔다. 오늘 아침에 집을 나서면서 그때 기억이 떠올랐다. 그동안의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마침내 소중한 인연을 만났다. 만나 뵙게 돼서 반갑다”며 그동안 IBK기업은행과 있었던 인연을 먼저 소개한 뒤 “1987년 당시 재무부 사무관으로 기업은행과 인연을 맺었다. 이후 가까이서 IBK기업은행을 지켜봤다”고 전했다.

그가 줄기차게 강조한 것은 직원이었다. 선임 이후 27일 동안 노조의 반대 속에 취임하지 못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윤 은행장은 “경제 위기 속에서 다른 은행이 대출금을 회수할 때 IBK기업은행은 한결같이 중소기업의 곁을 지켰다. 작은 은행으로 시작했던 IBK기업은행은 이제 위상이 다르다. 이 모두 여러분의 헌신적인 노력이 만들어낸 값진 성과라는 것을 잘 안다”고 했다.

또한 “여러분이 무척 자랑스럽다. 다른 은행보다 불리한 여건에서도 괄목할 만한 성적을 낸 것이 자랑스럽다. 중소기업이 제대로 서야 국가 경제가 살 수 있다. 은행장으로서 이러한 책무를 부여받은 것을 영광과 책임으로 느낀다. 소명을 잘 할 수 있도록 심혈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IBK기업은행 윤종원 은행장이 취임식을 통해 혁신과 바른 경영, 사람을 강조했다. [사진=IBK기업은행]
IBK기업은행 윤종원 은행장이 취임식을 통해 혁신과 바른 경영, 사람을 강조했다. [사진=IBK기업은행]

아울러 혁신과 바른 경영에 대한 의지도 강하게 밝혔다.

그는 “지금 우리는 그동안 경험하지 못한 거대한 변혁을 겪고 있다. 저물가와 저성장, 저금리, 보호무역, 달라지는 인구 구조와 산업, 일자리 변혁 등 구조적인 변화 속에서 금융도 치열해지고 있다. 심지어 지금까지 다양한 핀테크 업체가 금융업에 진출한 상황이다. 뱅킹은 필요하지만, 뱅크는 필요 없을 것이라는 빌 게이츠의 경고를 무겁게 받아들인다”며, “그러나 다시 우리의 힘을 보여줄 때다. 여러분과 내가 손을 잡고 나아간다면, 당당히 우뚝 설 수 있다”고 했다.

이후 “지난해 3월 혁신금융선포식 자리에서 대통령이 IBK기업은행을 선택한 이유는 혁신 금융의 중심이 기업은행이라는 믿음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중소기업의 다양한 금융 수요에 대응할 수 있도록 우리 스스로 혁신해야 한다. IBK창공의 성공 모델을 확산하고 정책 금융을 통해 기술력과 미래를 모두 잡아야 한다. 혁신을 바탕으로 금융 산업의 물꼬를 트고, 한국 경제를 변화시키는 마중물이 되겠다”고 설명했다.

‘바른 경영’ 통해 신뢰도 높이겠다고도 선언했다. 윤 은행장은 바른 경영에 관해 “기업이 갖춰야할 핵심이며 안전판”이라고 소개한 뒤 “세계 일류기업이라도 법을 어기거나 비윤리적인 행태를 보이면 고객이 발을 돌린다. 법과 원칙을 준수하고, 책임 있는 자세로 임하겠다. 인사와 조직문화 등 모든 분야에서 상식이 통하는 경영을 정착하겠다. 투명성과 예측 가능성을 높이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사회구성원으로서 경제적인 약자를 챙기겠다. 장애인 채용을 늘리고 일자리도 늘리겠다. 금융 소외 계층이 금융을 더욱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다시 직원과 사람을 강조했다. “은행업은 신뢰가 기반이며, 기업은행이 추구해야 할 가치다. 단기 실적에 집착해 신뢰를 잃으면 안 된다”고 했다. 이는 외부 출신 은행장이 정원 감축이나 복지 및 임금 축소 등 단기 실적에 집착한다는 내부 구성원의 비판을 의식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또한 “신뢰를 높이려면, 실력을 키워야 한다. 사람이 실력의 원천”이라며, “인사 관행을 개선하겠다. 투명성과 공정성을 높인 인사기준을 마련하겠다. 성과와 역량으로 평가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선언했다. 더불어 “학연과 지연 등 부조리한 관행은 법령과 내규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하겠다. 반드시 불이익이 돌아갈 것”이라고 한 뒤 “직원들이 실력을 키울 수 있도록 사람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을 것이다. 국내외에서 교육받을 기회도 늘리겠다. 남녀를 동등하게 대우하고, 서로 좋은 경쟁을 할 수 있도록 신경 쓰겠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코로나 바이러스가 심각한 중국 우한에도 우리 지점이 있다. 책임감 때문에 근무를 계속하신다고 하더라. 하지만 항상 직원의 안전이 먼저다. 이 부분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결정하겠다”며, “의전 형식을 걷어내고, 자율적인 분위기 속에서 의사 결정 속도와 유연성을 높이겠다. 성과 제도와 내부 통제시스템도 투명하게 고쳐 합리적인 보상이 돌아가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기대와 우려를 잘 안다. 기업은행을 행복한 일터로 만들고 싶은 건 절대 다르지 않다. 부족한 것이 많지만, IBK기업은행 가족으로서 구성원의 행복과 발전을 위해 노력하겠다”며, “그동안 외부에서 쌓은 경험을 토대로 정부 유관기관과 협력을 하고, 문제를 풀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첫 본점 출근에 성공한 윤종원 은행장이 직원들로부터 환영의 꽃다발을 받는 모습 [사진=IBK기업은행]
첫 본점 출근에 성공한 윤종원 은행장이 직원들로부터 환영의 꽃다발을 받는 모습 [사진=IBK기업은행]

첫 본점 출근 이후 공식 행보 역시 사람과 혁신에 맞추어 진행한다. 공식 일정으로 ‘IBK창공(創工) 구로’와 구로동 지점, 참! 좋은 어린이집, 거래기업 올트(대표자 김태준)의 스마트공장 등을 방문한다.

‘IBK창공’은 혁신창업기업에게 사무 공간, 투‧융자, 컨설팅 등을 제공하는 기업은행의 창업육성플랫폼이다. 현재 마포, 구로, 부산 세 곳에서 운영 중이며, 지난 2017년 12월부터 지금까지 182개 기업을 육성했다.

올트는 ‘IBK창공 구로’의 1기 육성기업으로 제조기업의 볼트, 너트 구매와 재고관리를 돕기 위해 사물인터넷 기술을 활용한 플랫폼을 개발해 운영 중이다.

한편, IBK기업은행은 혁신창업기업 지원을 위해 대출금리를 1%포인트 낮춘 총 1조원 규모의 ‘혁신성장 특별대출’을 지난 20일 출시했고, 올해 총 22조원 이상의 자금을 공급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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