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AI 도입, 떠밀기보단 분야별·수준별 활용사례 제시가 상책
  • 최정훈 기자
  • 승인 2021.03.12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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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SDI, “수요자 입장서 어떻게 융합·확산 될지 고민”

[인더스트리뉴스 최정훈 기자] 산업 전 방위적으로 인공지능(AI) 기술이 화두가 되고 있으나, 기업 현장의 반응은 여전히 미온적이다. 기업 AI 도입에 불을 지피려면 산업 분야별 수준별로 체감할 수 있는 활용사례를 듣게 해야 한다는 진단이 나온다.

글로벌 전문기관들이 AI 기술의 산업 및 업무 적용 가능성을 낙관적으로 전망하고 있으나, 현재 대다수가 실증실험(PoC; Proof od Concept) 등 파일럿 수준인 것으로 나타나 괴리가 있어 보인다. [사진=utoimage]
글로벌 전문기관들이 AI 기술의 산업 및 업무 적용 가능성을 낙관적으로 보고 있으나, 현재 대다수가 PoC 수준인 것으로 나타나 괴리가 있다. [사진=utoimage]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의 ‘AI 융합·확산을 위한 선결 과제와 대응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전문기관들이 AI 기술의 산업 및 업무 적용 가능성을 낙관적으로 전망하고 있으나, 대다수가 실증실험(PoC; Proof od Concept) 등 파일럿 수준으로 여전히 괴리가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2019년 가트너 CIO 조사에 따르면 기업의 AI 도입 비중은 2018년 25%에서 2019년 37%로 증가했다. 2018년 맥킨지는 2030년까지 약 70% 기업이 최소 한 가지 이상의 AI 솔루션을 도입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반해 현장에서는 실체가 없다는 반응이다. 엘리먼트 AI는 2020년 보고서를 통해 산업 전반 AI 기술이 부상하고 있지만 10개 AI 프로젝트 중 9개는 PoC 수준에 머무는 등 도입 의지에 비해 실제 도입 수준은 미흡한 것으로 진단했다. 실제 운용이 아닌 즉각 가용 할 수 있는 알고리즘과 데이터를 기반으로 One-off/Point Soultion을 만들어 활용해 보는데 치중돼 있어, 실운영까지 완주 못하고 도태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업종마다 차이는 있으나 전체 PoC 중 10% 내외만이 생존하는 실정이다. 

세계 각국이 AI 기술 확산에 속도를 올리기 위해 여러모로 애를 쓰고 있지만 기업들은 더딘 호흡을 보여주고 있다. 2020년 유럽 기업 약 78%가 AI 기술에 대해 인식하고, 42% 기업은 하나 이상의 AI 솔루션을 채택하고 있으며, 18%는 향후 2년 이내 기술 채택을 타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은 2019년 기준 AI 활용에 참여하는 기업은 4.2%에 그쳤고, PoC을 시행하고 있는 기업을 더해도 11% 정도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Plex Systems는 지난해 코로나 사태로 기업 83%가 스마트팩토리 등 지능화 솔루션 도입을 타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진=dreamstime]
PlexSystems는 지난해 코로나 사태로 기업 83%가 스마트팩토리 등 지능화 솔루션 도입을 타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진=dreamstime]

어떤 AI 도입에서 어떻게 활용 관점으로 전향해야

이런 상황에서 KISDI는 그만큼 부가가치가 높은 유망한 AI 응용 초기 시장을 선점할 여지가 풍부한데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주력산업 중심으로 AI 기술을 채택하고, 객관적인 활용 성과를 주기적으로 점검해야 한다는 제언이다. 저성장 늪에 빠진 전통 주력산업은 AI 기술을 발판으로 새로운 성장 기회를 잡을 수 있고, 운영 효율성과 비용 절감 효과도 거둘 수 있다. AI 기술 융합·확산이 필요한 주력산업은 제조, 물류, 금융, 의료, 교육이 꼽힌다. 제조업에서 AI는 제조 플랫폼 구축, 공정 최적화, 스마트팩토리, 로봇설비, CPS 등을 고도화하는 핵심요소이다. 클라우드 기반 제조 솔루션 전문기업 Plex Systems는 지난해 코로나 사태로 기업 83%가 스마트팩토리 등 지능화 솔루션 도입을 위해 주판알을 굴리고 있다고 밝혔다. 

이처럼 대다수 기업이 AI가 거역할 수 없는 기술이라는데 공감하지만 막상 도입에는 여전히 관망세를 고수하는 모양새다. AI 기술을 산업과 기업 비즈니스 현장에서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에 대한 전략적 방향성이 부재한 탓이다. 조직 내 IT 부서가 물꼬 트거나, 경쟁사가 도입한다기에 부랴부랴 AI 기술을 물색할 수는 있겠지만 과거에 겪어 보지 못한 기술에 대한 투자에 선뜻 마음의 문을 열 경영진은 그리 많지 않다. KISDI에 따르면 현재 AI 활용으로 뚜렷한 현금흐름을 창출하고 있는 기업이 부재한 것으로 조사됐다.

한편, 컨설팅을 잘 받아 사업전략에 맞는 AI 도입을 단행하더라도 능수능란하게 다룰 핵심 인재들이 부족하다는 점도 난제로 꼽힌다. 제조 업계관계자는 “AI 솔루션 초기 시장에서 어떤 솔루션이 좋은가를 판단할 때 AI 전문가가 현장에 섞일 수 있는가가 관건이다. 초기에 힘들게 현장에 맞춰졌더라도 그 이후 비전문가들이 계속 관리할 수 없다면 용두사미로 끝날 공산이 크다”고 밝혔다. 기업 현장에서 하루에도 수십 수백만 데이터가 쏟아지는데 불필요한 것은 배제하고 선별해 보여주는 사용자 관점도 요구된다. 

기업 필요에 따라 정책이슈 발굴 및 AI 기술 사업화의 장애요인을 정량 정성적으로 파악하는 것부터 전제돼야 한다. [사진=dreamstime]
기업 필요에 따라 정책이슈 발굴 및 AI 기술 사업화의 장애요인을 정량 정성적으로 파악하는 것부터 전제돼야 한다. [사진=dreamstime]

이런 상황에서 기업들은 참고할 만한 적용사례를 듣고 싶어 한다. AI를 도입하기 위한 사전조사부터 적격 여부 판단, 운용, 결과 등에서 인사이트를 발굴한다면 악조건을 감안하고서라도 AI 솔루션 도입을 타진할 가능성이 크다.

이를 위해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는 정부 정책부터 방향을 틀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우리정부도 지난해 7월 한국판 뉴딜 종합계획을 발표하면서 전 산업의 AI 융합·확산을 도모하는데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산업 전반 AI 활용 촉진을 위해 AI 전문기업과 각 분야별 역량이 있는 기업 공공기관 등이 참여하는 민·관 협력 생태계를 구축하고자 AI 융합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지만 실증적 성과는 대체적으로 미흡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성장 확산이 객관적으로 이뤄지는지 가늠하려면 척도가 필요하다. 국가 AI 경쟁력 및 준비도 수준을 체계적이고 포괄적으로 측정하고, 바람직한 국가 AI 정책 결정을 위한 객관적인 기준이 수반돼야 하는 것이다.  

KISDI 관계자는 “AI 기술을 많이 활용하는데 초점을 두기보다 수요자 입장에서 어떻게 AI 기술이 융합·확산될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며, “이에 AI 기술이 혁신 조력자로서 산업 및 기업의 혁신적 비즈니스 모델 개발에 활용되고, 궁긍적으로 광범위한 파급효과를 경험하도록 산업별, 지역별, 규모별, 혁신단계별 실효성 있는 지원책을 제공해야 한다”고 밝혔다. △대기업, 중소기업, 스타트업 등 기업 규모별 △기술검증, 도입, 확산, 안정기 등 수준별 △연구개발, 제품 및 서비스, 상용화 등 필요에 따라 정책이슈를 발굴하고 AI 기술 사업화의 장애요인을 정량 정성적으로 파악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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