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상풍력 돌풍에 한중일 수중로봇 각축전 ‘전운’… 기술 고도화·상용화에 총력
  • 최정훈 기자
  • 승인 2021.12.13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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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퍼런스 다져 국내외 프로젝트 현장으로 보폭 키워야

[인더스트리뉴스 최정훈 기자] 바다에서 많은 신·재생에너지 프로젝트가 추진되면서 수중로봇 시장도 호시기에 진입할 전망이다. 특히, 해상풍력, 그린수소, 탄소포집저장설비(CCS) 등의 시장이 아시아에서 가장 크게 열릴 것으로 기대되고 있어 기술 선점을 위한 한중일 각국의 신경전이 감지되고 있다. 

수중에서 활약하는 로봇은 크게 자율무인잠수정(AUV, Autonomous Underwater Vehicle)와 원격무인잠수정(ROV, Remotely Operated Vehicles)으로 구분된다. AUV는 자유롭게 바다 속을 유영하며 정찰하는 용도로 쓰이는데 주로 국방 임무 수행, 해저 석유·가스 유전 발굴 등에서 주로 활약하고 있다. 

다수의 선급, EPC기업, 석유·가스 메이저가이 참여한 Global FPSO 연구 포럼은 부유식원유생산설비(FPSO)에 이용됐던 많은 기술들이 부유식 해상풍력 프로젝트에 활용될 수 있다 발표한 바 있다. [사진=utoimage]
다수의 선급, EPC기업, 석유·가스 메이저가 참여한 Global FPSO 연구 포럼은 부유식원유생산설비(FPSO)에 이용됐던 많은 기술들이 부유식 해상풍력 프로젝트에 활용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사진=utoimage]

바다 속에서 다양한 작업들을 수행하는 로봇은 ROV이다. 항만, 선박, 해상플랫폼 등과 관련된 사전검사, 유지보수 작업에 유용하다. 1970년대부터 석유·가스 해양시추가 본격화되면서 해양플랜트에 수반되는 수중작업들을 처리하기 위해 ROV를 투입하기 시작했다. 미국, 유럽을 중심으로 ROV 기술이 발전을 거듭해 왔으며, 1990년 대부터는 세계 곳곳에 광통신케이블 매설 작업이 진행되면서 해저케이블 및 파이프라인 프로젝트에도 ROV가 진가를 발휘했다.

ROV는 주로 연료전지나 리튬 배터리로 작동되며, 최근에는 다중빔소나, 수중탐색음탐기(SSS) 등 혁신기술을 무장하며 작업 효율이 더 좋아졌다. 최근 콩스버그(Kongsberg Ferrotech)는 3D프린팅으로 파이프라인 유지정비 생산성을 높일 로봇 기술을 선보이기도 했다. 

해상풍력으로 쏠림 양상

코로나 사태와 탄소중립 기류로 석유·가스 시장의 하락세가 예상되면서, 궤를 같이 하던 ROV 시장도 움츠러든 모양새이다.

ROV 업체들은 기회는 해상풍력에 있다고 입을 모은다. 다수의 선급, EPC기업, 석유·가스 메이저가 참여한 ‘Global FPSO 연구 포럼’은 부유식원유생산설비(FPSO)에 이용됐던 많은 기술들이 부유식 해상풍력 프로젝트에 활용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최근 ROVOP 신임 미주지사장(Daniel Wheeler)은 “미국 동서해역 신·재생에너지 해양플랜트 분야에 기회가 있다고 본다. 그간 쌓은 전문성을 포석으로 글로벌 해상풍력 시장 공략을 가속화 할 것”이라고 밝혔다. ROVOP는 미국 멕시코만 등 석유·가스 해양플랫폼 ROV 작업에 주력하던 기업이다. 

해상풍력은 단순히 바람개비 터빈만 세운다고 끝나는 것이 아니다. 설치 전후 구조물 검사, 부유식 해상풍력 계류시스템 검사, 전력케이블 연결 유지보수 등 작업은 ROV가 맡고 있다. 잠수부가 대신할 수 있지만 해상풍력 발전소가 계속해서 먼 바다에 자리잡고 있는 경향인데 다, 무엇보다 강한 조류, 갑작스런 악천후 등 변화무쌍한 해양환경에서 안전을 담보할 수 없다는 한계가 존재한다. 

바다 속에서 다양한 작업들을 수행하는 로봇은 ROV이다. 항만, 선박, 해상플랫폼 등과 관련된 사전검사, 유지보수 작업에 유용하다. [사진=utoimage]
바다 속에서 다양한 작업들을 수행하는 로봇은 ROV이다. 항만, 선박, 해상플랫폼 등과 관련된 사전검사, 유지보수 작업에 유용하다. [사진=utoimage]

한중일 독자 기술력 제고 박차

해상풍력의 주 무대는 아시아가 될 전망이다. 노르웨이 에너지분석 업체 ‘Rystad Energy’에 따르면 2030년 전세계 해상풍력 투자가 2021년 500억달러(약 55조원)에서 70% 증가한 870억달러(95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최근까지 25GW 규모의 성숙 단계에 진입한 유럽시장 보다, 아시아 국가에서 프로젝트가 크게 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보고서에서는 2020년대 초반에는 베트남, 대만이 주도하면서 2020년대 중반 이후에는 한국, 일본이 성장을 견인할 것으로 전망됐다. 

아울러, 탄소를 해저 바닥에 묻는 CCS 플랫폼 또한 아시아에 집중 될 전망이다. 여전히 화석연료 수요가 높은 신흥국들이 포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해상풍력으로 덩달아 청신호가 켜진 ROV 시장 선점을 위한 한중일의 힘겨루기가 관측되고 있는 배경이다. 일찍부터 미국과 유럽 못지않은 기술력을 쌓아온 일본의 행보가 두드러진다. 수심 1만909m에 달하는 마리아나 해구를 정찰한 ROV ‘KAIKO’를 비롯해 다양한 ROV를 개발·양산해 냈다. 연구소 대학뿐 아니라 민간기업(Mitsui)에서도 ROV를 개발하고 공급하고 있다. 

표준 정립에도 발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일본선급(NK)은 지난 3월 ROV/AUV 지침을 발표했다. 선급은 석유·가스나 해양조사에 쓰이던 수중로봇이 해상풍력, CCS 등으로 확대 적용이 예상돼 업계 의견을 취합해 지침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아울러 표준 개발 및 제3자 인증에 대한 요구를 충족하기 위해 지침 등을 지속 업데이트 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6월에는 일본수중로봇협회(J-ROV, Japan Remotely Operated Vehicle Association)가 창립됐다. 협회는 ‘수중로봇 적극 투입으로 해양산업 전체 발전’을 표방하면서 △ 기술 솔루션을 개발 △ 국내외 연구기관 협력 △ 해양산업 활성화 등에 주력할 계획이다.

중국은 1990년대 러시아와 협력해 수심 6,000m를 탐사할 수 있는 ROV(CR-1 UUV)을 개발하며 기술력을 과시했다. 최근에도 해저 탐광이나 장비 지원 목적으로 이용하고 있다.

중국의 경기부양 기조는 부동산, 석유·가스 부문이 아닌 신성장 산업으로 편향됐다. 실제 중국은 해상에서 신·재생에너지 투자에 석유·가스에 필적하는 수준으로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앞서 ‘Rystad Energy’에 따르면, 2015년부터 석유가스 부문에 연 50억달러(5조5,000억원)을 투자해 왔으나, 2017년과 2020년은 해상풍력이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에서도 다양한 ROV 프로젝트가 진행됐다. 1993년부터 한국해양과학기술원이 개발한 ROV(CROV300)을 시작으로 수십 여 로봇 관련 기관들이 기술 개발을 진행했다. 최근에는 해저 6,000m까지 내려가 수압을 견디며 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 다관절로봇 ROV ‘크랩스터 CR6000’이 등장하는 등 현장 투입 준비를 마쳤다는 홍보 자료들도 눈에 띈다. 크랩스터 CR6000은 현재 민간(경인테크)에 기술이전 됐다.  

지난해에는 2013년 기술 개발에 착수해, 검증을 거친 ROV를 거제 해저 상수관 매설공사 현장에 투입하는 소기의 성과를 이뤄냈다. 이 ROV는 해외경쟁사 제품보다 매설속도 2배, 매설 깊이에서도 뛰어난 성능을 자랑한다고 평가 받았다. 정부는 수중건설용 ROV가 확산되면 국산화율 제고로 연간 100억원 이상의 경제적 파급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기대했다. 

레퍼런스 축적이 관건

장족의 발전을 거듭하고 있는 국산 ROV가 기대감을 끌어 모으면서도 한편으로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ROV가 뉴스를 장식했던 때를 돌이켜보면 악몽같은 해난 사고로 떠들썩했던 시점과도 같다. 2014년 세월호 전복 사고시 생존자 파악 및 구조를 위해 투입했던 잠수부의 인명 피해가 발생하자, 당시 연구소와 5개 대학이 공동으로 개발한 시제품인 ROV(크랩스터CR200)을 긴급 동원한 바 있다.

해외 업체가 진행했던 스텔라데이지호 심해 수색에서는 선박의 블랙박스 겪인 데이터기록장치(VDR)를 건졌음에도, 관리 소홀로 장비가 망가지면서 사고원인이 다시 미궁속으로 빠져 모두를 허망하게 했다. 

더욱이, 서툰 심해 수색 계약이 패착이 돼 유해로 추정되는 잔해를 발견하고도 수습하지 못했다. 이에 유가족들은 당시 계약서 및 이메일 등을 공개하라고 촉구했으며 2심에서 법원이 공개하라고 판결한 바 있다. 

스텔라데이지호 대책위원회는 "역사상 처음 실시한 침몰선에 대한 심해수색 기회를 저버린 것이다"며, "스텔라데이지호 대책위원회가 수 년째 진실규명을 위해 싸우는 이유는, ‘스텔라데이지호 침몰원인을 명확히 규명하는 것이 국내 해양업계의 생명과 안전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는데 밑받침이 될 것이라는 확신’ 때문이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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