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스트리뉴스 최정훈 기자] 제조업 현장에서는 기세등등한 코로나19로 시장이 침체 늪에 빠질 것이란 우려와 이에 반해, 코로나가 독감 수준의 감염병으로 전락해 마침내 엔데믹 시대 도래라는 기대감이 공존하고 있는 분위기다.
분명한 것은 코로나 이전과 같이 시장이 되살아나도 당시 제조업 풍경으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비대면 시대 생산성과 품질을 유지하기 위해 로봇, 자동화에 대한 기업들의 인식이 한층 고조됐으며, 최근에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으로 작업장 안전성이 화두로 떠오르는 등 대내외적인 산업환경이 스마트팩토리를 부추기고 있다. 특히 기존 현장 작업자들이 대응하기 계속해서 버거워지는 검사자동화가 필수적인 솔루션으로 대두되고 있다.
머신비전은 생산 공정에서 작업자가 보고 판단하는 작업을 정밀하고 빠르게 대신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통상 카메라, 광학계, 이미지를 처리하고 분석하는 소프트웨어 등으로 구성됐다.
검사자동화는 가장 어려운 스마트팩토리(공장자동화) 부문으로 손꼽힌다. 불량 결함 형태는 천태만상인데다, 또한 사람의 눈으로 볼 때 불량 수준의 결함이 아닌데, 알고리즘대로 다르다고 해서 죄다 불량으로 처리하면 생산성이 좋아질 수 없다.
더욱이 빛의 강약에 따라 제품 결함이 보여졌다 가려졌다 하다보니, 제품이 바뀔 때 마다 조명을 다시 배치하거나 추가해야 하는 맹점을 안고 있다. 이처럼 결함의 옥석을 가려 불량을 판정한다는 것이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이 업계의 전언인 것이다.
수집한 영상을 처리하고 결함을 찾아내는 기술은 크게 논리 연산의 룰베이스(Rule based)와 딥러닝 AI 기술로 구분된다. 특히 AI 기술은 텍스트 판독, 미묘한 무늬 판별 등을 수행하며 베테랑 작업자의 눈에 필적하는 빼어난 판별력을 자랑하고 있다.
시장에서 AI를 적극 표방하고 있는 머신비전 업체로는 코그넥스, 트윔, 라온피플, 웨다, 뉴로클 등이 두드러진다. 전문가들은 현장 상황에 따라 룰 기반과 AI 딥러닝 기술이 조화롭게 배합되면 검출률이 더 배가 될 수 있다고 한다.
고품질 이차전지 반도체 위한 필수 솔루션
마켓앤마켓(Markets&Markets)에 따르면 글로벌 머신비전 시장이 2021년 기준 110억 달러(12조원)에서 7% 비율(CAGR)로 성장해 155억원(17조원) 규모로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조사에서는 아태지역 특히 중국, 일본, 한국의 고성장이 기대된다고 언급됐다.
중국은 자동차 제조기업들이 다수 있고, 공장자동화 수요가 높아 검사자동화도 덩달아 크게 성장곡선을 그릴 것으로 전망된다. 주요 공급업체는 미국 코그넥스(Cognex Corporation), 일본 키엔스(Keyence), 미국 텔레다인(Teledyne), 독일 TKH 등이다.
머신비전 시장의 가치사슬은 R&D, 구성요소, 제조업체, OEM, 시스템 통합, 리셀러업체, 최종사용자 6가지로 구성된다. 전자, 반도체, 자동차, 인쇄, 금속, 목재 펄프, 식음료품, 제약, 유리, 기계, 솔라 패널 등 전통적인 산업군에서 뿐만 아니라 지능형 교통시스템, 보안감시, 자율주행 자동차 등 혁신 산업군에서도 광범위하게 활용되고 있다.
특히 전기차와 반도체 산업에 머신비전 도입이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반도체, 이차전지 등 생산 현장에서는 하루에도 수천, 수만 개의 부품·제품들이 양산되고 있는데 작업자가 쌍심지를 켜도 불량을 찾아낸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워졌다.
전기차는 배터리가 관건이다. 생산 과정에서 패스너(Fasteners), 트랜스미션(Transmissiosn), IVS-ASAi 등 정밀 가공 부품의 선, 각도, 직경 등 치수를 측정해야 하는데 많은 제품들이 쏟아져도 불량을 놓쳐서는 안 되기에 머신비전이 필수적이다. 만에 하나 결함에 기인한 배터리 화재와 같은 불상사가 발생하면 기업 브랜드 평판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리콜로 인해 수익에 큰 지장을 초래한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전기차(EV) 시장이 달아오르면서 투자 규모가 비교적 크지 않은 중견중소기업에도 딥러닝 기반 머신비전 솔루션이 제법 많이 제공되고 있는 모양새다. 머신비전 공급업체 관계자는 “공수가 상당히 많이 투입되는 검사자동화 시장은 계속해서 좋아질 수밖에 없다. 특히 전기차, 수소차는 작은 결함도 생기면 안 되기에 검사자동화의 역량이 더 중요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전통적으로 머신비전 도입이 활발했던 반도체 전후공정 시장에도 활력이 더해질 가능성이 크다. 미국, 중국은 반도체를 전략 산업으로 키우겠다는 입장이고 글로벌 기업들이 앞 다퉈 인공지능 빅데이터 기술의 요체인 반도체를 직접 생산할 채비에 나서고 있다. 이들이 자국에 생산 가능한 공장을 구축하거나 증설 투자를 단행하고 있어 글로벌 머신비전 공급업체들도 반색하고 있다.
물류 생산성 괄목 배가
언택트 시대 물류 현장에서도 머신비전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택배분류노동자 사망원인을 분류작업으로 인한 과로사로 인정한 사례가 있다는 것은 물류에 많은 이력이 투입된다는 것을 방증한다. 배송할 물품을 배치하기 위해 체계적으로 구분하는 데만 해도 적지 않은 인력이 투입된다. 더욱이 작금과 같은 전염병 리스크가 만연한 때 작업자 중 한명이라도 전염병에 걸리면 라인 전체가 중단될 수 있는데, 대응책을 위해 자동화 수요가 계속해서 늘 전망이다.
일일배송, 총알배송이 시장의 기준이 되면서 더욱 빨리 구분해 분류하는 물류기업들의 역량도 중요해졌다. 사실상 작업자들이 일일이 택배상자를 보며 대응하는 과거방식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게 된 것이다. 공장, 물류창고 및 유통센터에서 제품의 생산, 유통 공정 가이드, 측정, 검사, 식별, 이력, 품질관리 등 모든 과정을 오류 없이 빠르게 처리하지 못하는 물류기업은 결국 고객 눈 밖에 나게 된다.
일정 수준 검사자동화를 구현한다 해도 문제는 바코드가 손상되거나, 뒤집어지고, 접힌 경우까지 제대로 찾아내기가 쉽지 않다. 물류 현장에서는 바코드리더기, OCR 딥러닝 기술 등 리딩 수율 측면에서 머신비전의 강점이 중요해진다.
까다로운 식음료 공정에서도 진가 발휘
식음료 사업에서도 검사 수요가 증가했다. 머신비전이 이전에는 어렵기로 정평이 났던 정확한 OCR 검사, 씰링 검사 등을 척척 소화하고 있어 신뢰도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이는 딥러닝 AI 기술이 발전해 가능해진 것이다.
불량 식음료품은 인명사고, 브랜드 실추 등 많은 악재를 가져오기에 제품의 면밀한 검사 과정은 필수이다. 또한 최근 한류식품이 세계시장으로 나아가는 시점에서 ISO, 코셔, 할랄 등 국제 표준 인증 등을 획득하기 위해서라도 신속하고 빠른 검사 기반이 마련돼야 하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코그넥스코리아 관계자는 “최근 식품업계의 머신비전 문의 및 도입이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도입에 앞서 머신비전과 딥러닝 소프트웨어가 동시에 공급 가능한지, 적은 이미지 샘플로 트레이닝이 가능하며 빠르고 정확한 검사결과를 도출할 수 있는 역량을 지닌 파트너를 선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국내 공급업체 역량 제고 시급
위 업종 이외 검사가 필요한 잠재시장까지 포함하면 검사자동화 영역은 차고 넘치는 상황이다. 문제는 주요 해외 제품에 대한 시장 비중이 크다는 것이다. 특히, 하드웨어 부문은 코그넥스, 키엔스 등 해외 제품이 시장을 휩쓸고 있다. 수요측에서는 대부분의 국산 머신비전 공급기업들의 신뢰도가 낮아 해외 브랜드 명성을 보고 선택하는 것으로 보여진다.
카메라, 렌즈, 조명, 소프트웨어, 3D센서 등 부품을 납품하는 업체나, 반도체 후 공정, SMT 공정 등 유사품종을 검사하는 공장에 솔루션을 납품하는 공급기업은 그래도 실적이 좋은 편이다. 작은 파이를 두고 대부분의 SI 업체들은 센서와 소프트웨어 등 아이디어를 차별화하며 시장에 대응하고 있지만 영세성을 면치 못하고 있는 실정에서 기술개발이나 커스터마이징 역량 확보가 버겁다는 것이다.
수요기업들은 검사자동화 현장 숙련자를 찾기 어렵다고 토로하고 있다. 또한, 실제로 활성화까지 추가적인 개발이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반응도 있다. 초기 장비 도입에 따른 비용부담에다 계속 이어지는 업데이트 때문이다. 수요측 대부분 중소기업인데 그들 또한 적확한 솔루션을 찾기 어렵고 난해한 AI 기반 솔루션을 비전문가가 다룰 수 없다는 반응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기존 머신비전 구축에 수천만원 가량이 투입됐다면 딥러닝 기반 머신비전은 고성능 하드웨어에다 최신 소프트웨어도 추가해야 돼 웬만한 중소기업에 직접 엔지니어링하더라도 비용이 1~2억원은 훌쩍 넘긴다”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수십~수백억 매출을 기록하는 기업들은 주로 유사품종 제품 검사 분야에 솔루션을 보급하지만 대부분 공급업체들은 커스터마이징 방식으로 수익이 높지 않다. 스마트공장이 발전하면서 검사 자동화 영역이 넓어져야 시장도 더 열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혹독한 시장에서 자생력을 키울 국내 머신비전 공급업체들에 대한 기술지원이 시급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