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ST, 전기차 배터리 연구 활발… 망간기반 양극재 수명 저하 원인 밝혀
  • 이건오 기자
  • 승인 2022.12.21 14: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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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극-전해질 계면 안정화 기술 통해 수명 62% 향상

[인더스트리뉴스 이건오 기자] 국내 연구진이 망간 기반의 양극재 수명 저하 원인을 규명하고 수명이 62% 향상된 배터리 전략을 제시했다. 이로써 가성비 높은 전기차 시대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리튬이온전지 망간 양극재 수명 저하원인을 규명하고 수명 개선 기술을 개발한 KIST 연구진. 사진 왼쪽부터 임국현 학생연구원(제1저자), 홍지현 박사 [사진=KIST]

현재 전기자동차의 배터리에 들어가는 대부분의 양극소재는 전이금속 중 60% 이상이 니켈로 이뤄진 층상구조 산화물이다. 니켈 층상구조 산화물의 경우 에너지밀도가 높아 전기차의 주행거리를 확보하는데 유리하지만, 니켈 원자재 수급의 불안정이라는 문제점이 있었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연구계는 국제 현물시장에서 니켈의 17분의 1정도 가격에 거래되고 있는 망간을 주요 원소로 활용하는 스피넬 양극재에 주목했으나 급격한 수명저하 현상이 상용화의 걸림돌이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원장 윤석진)은 에너지소재연구센터 홍지현 박사 연구팀이 고용량 망간 기반 스피넬 양극 소재의 고질적 문제인 급격한 수명 저하 원인을 규명해 차세대 전기차 배터리로 망간 양극재 리튬배터리의 상용화 가능성을 크게 높였다고 밝혔다.

망간 기반 스피넬 양극재는 이론적으로 니켈 기반 상용 양극재 수준의 높은 밀도로 에너지를 저장할 수 있으며, 금속 원자재 가격을 고려하면 가격당 에너지밀도는 2.8배에 달한다. 그러나 전지의 전체 용량을 활용할 경우 급격한 수명 저하현상이 있었기 때문에 실질적으로는 이론값의 75%정도로만 에너지를 저장할 수 있었다.

그간 학계에서는 망간 기반 스피넬 양극재의 충·방전 과정에서 형성되는 3가 망간(Mn3+)이 소재 결정구조의 뒤틀림을 발생시켜 전해질로의 망간 용출을 야기하고, 이는 결국 양극재의 수명저하의 원인이라는 것이 정설로 여겨졌다. 이에 따라 대부분의 연구가 3가 망간의 형성을 억제하는 데 집중됐다.

새롭게 규명한 망간 기반 스피넬 양극-전해질 계면의 부반응 메커니즘. 전지의 작동 전압 범위 별 스피넬 양극의 계면에서 나타나는 열화 과정이 다르다. (아랫줄)넓은 전압 범위에서 양극재를 활용하면 이론 용량을 전부 활용할 수 있으나, 양극-전해질 계면이 역동적으로 반응에 참여하며 전지 성능을 악화시킨다는 것을 최초로 밝혀냈다. [자료=KIST]

주류학계의 이론과는 달리 KIST 홍지현 박사팀(제1저자-임국현 학생연구원)은 전지의 구동전압 범위를 조절하면 3가 망간이 형성되더라도 양극재가 뛰어난 수명 특성을 보인다는 사실을 새롭게 밝혀냈다.

연구팀은 기존 이론으로 설명되지 않는 이와 같은 현상의 해석을 위해 방사광 가속기 기법 등 고도의 소재 분석 기술을 활용했다. 이를 통해 거듭되는 충·방전 과정에서 양극소재 및 전해질 사이 계면의 부반응이 수명을 저하시키는 원인이 되고 있음을 최초로 규명했다.

연구팀은 나아가 양극-전해질 계면 안정화를 통해 망간 기반 소재의 수명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핵심전략도 함께 제시했다. 이 같은 전략의 예시로 무(無)-에틸렌 카보네이트 전해질(EC-free electrolyte) 도입으로 상용 전해질 대비 62%의 수명 개선 사실을 증명했다. 이것은 현재까지 보고된 망간 기반 스피넬 양극 소재의 성능 가운데 가장 우수한 용량과 출력이다.

KIST 홍지현 박사는 “이번 연구를 통해 KIST가 전기차 보급 확대의 기폭제가 될 망간 기반 고에너지 양극소재의 상용화의 새로운 방법론을 제시했다”며, “학계와 산업계가 그간 많은 역량을 축적해온 니켈 기반 양극재의 계면 안정화 기술을 망간 기반 차세대 양극재에 적용하는데 집중한다면 미래 모빌리티 산업에서 우리 기업들이 한층 높은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밝혔다.

KIST 홍지현 박사 연구팀의 임국현 연구원이 새롭게 도입한 전해질을 사용해 망간 양극 기반 리튬이온전지 성능을 테스트 하고 있다. [사진=KIST]

 

KIST 에너지소재연구센터 홍지현 박사 연구팀 연구진 1문 1답

 
사진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교신저자 홍지현 선임연구원, 김승민 책임연구원, 장원영 책임연구원, 제1저자 박재열 박사, 임국현 학생연구원, 조민지 학생연구원

연구를 시작한 계기나 배경은?

전기자동차용 이차전지 시장이 급격하게 성장함에 따라 저렴하면서 에너지밀도가 높은 이차전지 양극 소재의 연구·개발 요구가 급증하고 있다. 중국이나 미국, 유럽 등은 미래 시장을 선점하기 위하여 철이나 망간과 같이 저렴한 원소를 활용한 소재 개발에 치중하고 있으나 우리나라의 경우 대부분의 자원이 고성능·고비용의 니켈 기반 소재 개발에 투입되고 있다.

이에 우리나라에서도 니켈의 1/17배 수준으로 저렴한 망간을 주요 원소로 활용하면서 높은 에너지를 저장할 수 있는 스피넬 소재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해야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번 성과, 무엇이 다른가?

망간 기반 양극 소재의 수명 저하 원인이 3가 망간 이온에 의한 구조적 뒤틀림과 망간 용출이라는 이론은 2-30년 동안 학계를 지배해왔다. 이 때문에 3가 망간을 배제하기 위한 노력이 지속되었으나 학계에서도 실질적인 성과를 얻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이번 결과는 기존의 이론과는 완전히 다른 관점에서 수명 저하 현상의 원인을 이해하는 새로운 방법론을 제시한다. 양극-전해질 계면은 10nm 이내로 굉장히 얇아서 분석이 쉽지 않을뿐더러, 수 마이크로미터에 달하는 양극재 크기에 비해 미미한 두께로 성능에 미치는 영향이 평가절하 돼 왔다.

이번 연구에서는 극도로 얇은 계면에서 일어나는 현상이 전체 전지의 성능에 지배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보임으로써 양극-전해질 계면을 안정화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

실용화된다면 어떻게 활용될 수 있나?

고용량 망간 기반 양극이 상용화된다면 이차전지 생산 단가의 획기적인 절감이 가능하다. 미래에 전기자동차가 내연기관 자동차를 결국에는 모두 대체하게 되는 상황에서 기존 니켈 기반 양극재만으로는 소비자의 수요를 만족시키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즉, 소위 말하는 ‘가성비’가 뛰어난 리튬이온전지의 수요가 증가할 것이며 현재 세계 각국에서는 이러한 소비자 친화적인 전지 개발을 위해 노력하는 중이다.

기대효과와 실용화를 위한 과제는?

망간 기반 양극 소재 기술에는 이번 연구에서 제안한 표면 제어 기술뿐만 아니라 조성 최적화, 입자 형상 최적화 등의 다양한 공정 기술이 확립돼야 한다. 이러한 기술적인 부분들은 기존 우리나라 산업계가 보유한 우수한 소재 기술을 활용하면 근 시일 내에 해결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결국 망간 기반 소재의 상용화를 위해서는 학계와 산업계의 역량을 집중할 수 있는 계기만 있다면 우리나라가 전세계 시장을 선도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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