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리포트②] 전환기 맞은 태양광 산업, 미래 선도할 키워드 5
  • 이건오 기자
  • 승인 2023.10.10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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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활한 소통과 일관된 정책 방향성 제시 위해 ‘컨트롤타워’ 구성 필요

글로벌 태양광 시장은 지속적인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반면, 국내 태양광 시장은 신규 설치와 R&D, 규제 등 전반적인 하향세에 있어 관련 업계의 우려가 큰 상황이다. 이에 본지는 전환기를 맞은 태양광 산업의 지속가능성을 제시하고자 에너지 관련 기관, 발전사, 협회, EPC·모듈·인버터 기업을 취재하고, 온라인 시장조사를 통해 업계의 다양한 의견을 정리했다. 아울러 이를 5개의 키워드로 묶어 [스페셜리포트] 2회에 걸쳐 보도하고자 한다. / 편집자주

[인더스트리뉴스 이건오 기자] 본지 10월 6일자에 보도된 ‘[스페셜리포트①] 전환기 맞은 태양광 산업, 미래 선도할 키워드 5’에서는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 △그리드패리티를 키워드로 해서 기사가 다뤄졌다. 이어 2회차로 △컨트롤타워 △RE100 △분산에너지의 키워드로 구분해 정리된 내용이 소개된다.

원활한 소통과 일관된 정책 방향성 제시를 위해서는 전반적인 정책을 수립하고 조정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이 중요하다. [사진=gettyimages]

#3. 컨트롤타워_Control Tower

정책 방향과 사회현상을 알리고 정보를 공유하는 매스컴에서 많이 표현되는 키워드 중 하나는 ‘국민공감대’이다. 국민공감대는 여론이 되고 여론은 힘이 된다. 정치권에서는 이러한 여론을 만들기도 하고 이용하기도 하며, 여론에 힘을 잃기도 한다.

태양광 산업에 대한 국민적 인식과 공감대는 어디에 있을까. 본지는 온라인 시장 설문조사를 통해 태양광 산업에 대한 국민적 인식과 시장을 바라보는 다양한 생각들을 알아봤다.

다양한 의견이 나온 주관식 설문조사에서 응답자들이 가장 많이 언급한 내용은 ‘태양광 산업의 정쟁화’였다. 정책적 영향을 많이 받는 에너지, 특히 태양광 산업이 정쟁화 주제로 집중되면서 시장은 혼란스러워졌고 신규 프로젝트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침체돼있다는 말이다.

구체적으로 응답 내용은 △정쟁화로 인한 피로감을 업계와 국민들에게 전가되고 있다. 기준이 정해지면 어떻게든 적응해나갈 것으로 보이는데 너무 손바닥 뒤집듯 바뀌니까 앞으로 나아가지를 못하고 있다 △에너지의 정쟁화는 망하는 길이다. 경제 관점에서 봐야 한다. △단순 설치기준 자금 지원보다는 운용능력이나 사후처리 능력을 중심으로 개선해 지속적으로 새는 정책자금의 누수를 막아야한다 △한전 적자를 민간 태양광사업자들의 희생을 강제하는 방법으로 메꾸려는 정부의 무리한 정책과 시도는 세계적인 신재생에너지 추세에 대한민국의 태양광 사업 경쟁력이 추락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태양광 산업에 대한 잘못된 인식으로 인해 불법 산업에 종사하는 사람으로 취급 당하는 기분이다. 일반 국민 인식뿐만 아니라 지자체 공무원들의 대응 방식도 그렇게 느껴진다 등이 있었다.

태양광 EPC 업계 관계자는 “비즈니스 전략 수립에 있어 미래를 예측하지 못하면 그 자체가 에너지 소비이고 비용이다”라며, “사업은 리스크 매니지먼트가 중요한데 산업을 키워 경제를 살려야 할 정부 리스크가 왔다”고 말했다.

이어 “지속가능 경영이라는 것은 매출을 계속 올려 성장만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오랫동안 그 산업이나 사업을 유지하면서 나아가는 게 핵심”이라며, “가장 중요한 것이 리스크를 관리하는 것이다. 정부가 돈을 많이 들이지 않더라도 예측 가능한, 일관성 있는 정책 설정을 해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태양광 모듈 업계 관계자는 “오랫동안 지속되고 있는 태양광 산업 조사로 인해 관련기관 공무원들이 위축돼있다”며, “경검 조사 받을까봐 복지부동으로 있어 신규 인허가를 받는 것 자체가 불가능에 가깝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기업의 경우 사업정리는 빠르게 될 수 있어도 생산성을 정상 괘도로 다시 끌어올리는 것은 10배 이상의 시간과 비용이 들어간다”며, “현재 국내 태양광 시장에서 중국제품의 점유율은 절반을 넘고 있다. 이대로라면 중국 제품 없이는 태양광발전소를 개발할 수 없는 시기가 분명히 올 것”이라고 생각을 전했다.

이러한 상황을 개선할 대안으로 가장 많은 의견이 나온 것은 ‘컨트롤타워’ 구성이다. 에너지 전환에 있어 핵심 산업인 태양광은 이해관계도 복잡하고 전문화된 유관부서도 많다. 그러나 원활한 소통과 일관된 정책 방향성 제시를 위해서는 전반적인 정책을 수립하고 조정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이 중요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태양광발전소 관련 인허가를 받기 위해 지자체에 갔는데 의무사업은 지원하지 않는다는 규정이 있었다”며, “의무사업이 아니라고 설명하니 의무사업이 아니라는 증명서를 갖고 오라더라”고 말했다.

이어 “의무사업이 아니라는 증명서가 어디 있나. 아프지 않은 증명서를 떼 오라는 것과 같다”며, “비일비재한 이러한 사례에 유연성을 부여하고 진정한 기준을 제시할 수 있는 컨트롤타워가 있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지난 9월 20일 윤석열 대통령은 UN연설에서 RE100 대신에 CF100 연합을 만들자고 제안했다. [사진=대통령실]

#4. RE100_Renewable Electricity 100

구매나 자체 생산을 통해 기업의 사용 전력 100%를 재생에너지로 하는 ‘RE100’은 자발적인 글로벌 캠페인으로 시작됐으나 현재는 강제화된 규제보다 강력한 경제 용어가 됐다.

글로벌 경제를 주도하고 있는 국가와 기업들은 RE100을 이뤄내지 못하면 퇴출하거나 세금을 물리는 방식으로 자국 산업 보호에 나서고 있다. 최근 유럽의 완성차 기업들이 국내 부품사에 RE100을 요구했고 이행이 어렵다고 판단하자 계약을 취소하는 일도 실제로 일어났다. 자동차뿐만 아니라 전자기기, IT, 금융, 발전사 등 다양한 산업군에서 RE100을 선언하고 있으며 이를 관계사에 요구하고 있다.

현재 태양광 시장에서 RPS 입찰물량이 미달이 나고 현물시장에서 가격이 오르는 등의 현상도 RE100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업계에서는 RE100이 민간시장 중심의 재생에너지 확대를 견인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반면, RE100 이행에 대한 기업들의 부담 또한 이슈로 부상하며 제도 개선 등 다양한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

2023년 9월 현재 글로벌 RE100 가입자는 418개로, 국내 기관 및 기업은 34곳에서 가입을 완료했다. 그러나 지난해 9월 RE100에 가입한 삼성전자를 비롯해 전력소비가 많은 국내 대기업들은 고민에 빠져있다. 해외사업장에서는 이미 RE100을 달성했거나 달성이 가시화돼 있지만 국내에서는 수요만큼 공급이 따라오지 못해 큰 부담으로 돌아오고 있다.

발전공기업에 종사하는 업계 관계자는 “재생에너지원이 많이 있지만 현재 국내에서 RE100 이행을 위해 소싱할 수 있는 것은 태양광이 가장 유용하다”며, “RE100 달성에 목표를 둔 기업들은 태양광발전 프로젝트가 있으면 일단 바로 검토에 들어가는 적극성을 갖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태양광을 법제화 안에서 컨트롤하는 방법도 있지만 대기업이 움직일 수 있도록 한다면 태양광 시장은 여전히 성장 가능성이 매우 크다”라며, “중소기업에서도 RE100이 무엇인지, 왜 해야 하는지 인식이 부족한데 대기업에서 움직여주면 인식 전환도 빠르게 이뤄질 것”이라고 생각을 전했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수출중심 기업들은 RE100에 대한 정보를 빠르게 파악하고 있다”며, “다만 RE100을 이행할 수 있는 루트를 찾기도 어렵고, 지자체 인허가를 비롯해 이격거리, PPA 계약에서는 REC가 생성되지 않는 문제 등 제도적 개선점이 많다고 느낀다”고 전했다.

이어 “정부가 업계의 RE100 관련 요구사항에 대해 귀를 열고 적절한 개선을 시행해주길 바라고 있다”며, “오랜 기간 추진해온 수출 사업이 이러한 무역장벽에 대응하지 못해 피해가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와 절박함이 있다”고 부연했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재생에너지 공급 한계로 인한 RE100 이행 부담에 정부는 CFE 카드를 꺼내 들었다. 최근 산업부와 대한상의는 산업계와 함께 CFE(Carbon Free Energy) 포럼을 출범하고 원전을 포함한 무탄소에너지 인증제 등 RE100 대체 방안을 제시했다.

지난 9월 20일, 윤석열 대통령은 UN연설에서 RE100 대신에 CF100 연합을 만들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로 100% 충당하는 RE100보다 원자력발전과 수소, 탄소포집 등 무탄소 에너지 체계로 전환하는 CF100으로 바꾸자는 제안이다.

업계 관계자는 “기업들의 전력수급에 있어 CF100이 용이할 수는 있지만 기준을 충족하는 게 만만치 않다”며, “RE100은 전체 전력사용량을 재생에너지로 사용하거나 구입해 대체하면 되지만 CF100은 수요와 공급이 무탄소로 이뤄질 수 있도록 세팅하고 실시간으로 확인도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글로벌 스탠다드가 RE100인데 CF100이라는 새로운 기준으로 바꾸는 일은 쉽지 않다”며, “RE100과 CF100은 대체의 개념이 아니라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상호보완재로 활용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최근 경기도에서 태양광 이격거리 규제를 우선 주거지역에 한해서만 100m 이내로 제한하기로 했고 단계적으로 폐지하겠다고 했다”며, “현재 지자체별로 객관적 기준 없이 주거지역, 도로 등에 과도한 이격거리가 설정돼 있는데, RE100 대응이 급한 상황에 도에서 적극적으로 재생에너지 보급의 장애요인이 되고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개선하는 의지를 보여 큰 힘이 된다”고 말했다.

재생에너지 확대에 있어 가장 큰 걸림돌은 ‘수용성’ 문제다. [사진=gettyimages]

#5. 분산에너지_Decentralized Energy

재생에너지 확대에 있어 가장 큰 걸림돌은 ‘수용성’ 문제다. 한전 선로에 연결할 수 있는 다양한 시도가 이뤄졌으나 기존 전력계통으로는 재생에너지 전력 수용이 한계에 달해 고질적인 문제로 치부돼왔다.

태양광을 중심으로 재생에너지 비중이 확대되면서 기존 계통과 구조에서는 이를 충분히 수용하지 못하는 사태가 제주, 전남을 중심으로 발생하고 있으며 생산된 전기를 그대로 버려야 하는 경제적 손실도 일어나고 있다.

이에 전력시장 제도 정비를 미룰 수 없는 상황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됐고, 지난 5월 25일 재생에너지 수용성에 유리한 전력체계인 분산에너지 관련 법안인 ‘분산에너지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분산에너지특별법은 △전력계통영향평가 의무 △분산에너지 특화지역 지정 △통합발전소(VPP) 도입 △분산에너지 설치의무제도 △배전사업자의 배전망관리 강화 △지역별 전기요금 차등제 등을 핵심 내용으로 하며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재생에너지 확대에 중요한 장치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분산에너지는 가까운 곳에서 생산된 에너지를 소비하는 것으로 계통 연계 관련 갈등과 추가 비용 감소에 기여할 것”이라며, “수요관리를 비롯해 IT, AI 기술이 접목된 다양한 신산업과 기업들이 출현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최근 에너지 시장에서 가장 관심을 모으고 있는 VPP(Virtual Power Plant, 가상발전소)도 잘 활용하면 유연한 에너지 전환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다수의 분산에너지 자원들을 통합 제어 및 관리할 수 있어 재생에너지의 간헐성과 변동성 보완을 통해 안정적인 전력망 운영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오는 10월에는 제주 시범사업을 시작으로 실시간시장, 예비력시장, 재생에너지 입찰제도가 시행될 예정이다. 재생에너지가 주전원으로 올라올 수 있도록 구조를 개편함과 동시에 전력수급 밸런싱을 유지하기 위한 목적을 갖고 있다.

태양광 업계 한 관계자는 “재생에너지를 기존의 전통 에너지와 동일한 선상에서 경쟁하고 입찰하는 방식은 수익성 제고에 있어 어려움이 뒤따른다”며, “정산 방식 등 보다 세밀하고 정확한 가이드라인을 통해 사업 참여 문턱을 낮췄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어 “발전량 예측과 소규모 전력거래 시장을 비롯해 VPP 시장의 성장은 부가가치 창출과 계통 안정화 차원에서 재생에너지 시장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생산된 전기를 단순히 한전에만 파는 형태는 줄어들고 다양한 거래 시스템이 적용된 비즈니스 모델이 시장을 이끌어 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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