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후 배터리 산업 활성화… 민간 주도 체계로 경쟁력↑
  • 이건오 기자
  • 승인 2023.11.14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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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터리얼라이언스, ‘사용후 배터리 통합관리체계’ 업계(안) 정부 전달

[인더스트리뉴스 이건오 기자] 1년여 간의 논의 끝에 마련된 ‘사용후 배터리 통합관리체계’ 업계(안)이 정부에 전달됐다. 민간 주도의 사용후 배터리 거래시장이 열릴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사용후 배터리 통합관리체계’ 업계(안) 정부 공식 제출 후 관계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산업부]

K-배터리 3사, 현대차, 재제조·재사용·재활용기업, 폐차업계, 보험업계 등 24개 기관이 참여 중인 배터리얼라이언스는 11월 14일, ‘사용후 배터리 통합관리체계’ 업계(안)과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법률(안)을 정부에 제출했다.

먼저 사용후 배터리 거래시장 활성화를 위한 사용후 배터리의 명확한 개념 정립에 나섰다. 업계(안)은 사용후 배터리를 ‘폐기물’이 아닌 ‘전기자동차로부터 분리되어 재제조, 재사용 또는 재활용의 대상이 되는 전기자동차 배터리’로 새롭게 정의하고 있다.

그동안 사용후 배터리는 ‘폐기물관리법’ 제2조의2에 따른 사업장 일반폐기물로 분류돼 관리돼왔다. 그러나 전기차에서 분리된 사용후 배터리는 셀 일부를 수리·교체한 후 자동차에 다시 탑재하거나(재제조) ESS 등으로 용도 전환이 가능해(재사용) 경제적 가치가 충분한 만큼, 폐기물로 일괄 관리되는 것이 비효율적이라는 지적이 있었다. 이와 함께 사용후 배터리는 폐기물법상의 폐기물 정의에도 부합하지 않는 측면도 있다.

‘사용후 배터리 통합관리체계’ 업계(안) 주요 내용 중 일부 [자료=산업부]

업계(안)은 2030년까지 연평균 50% 이상 급성장이 예상되는 사용후 배터리 거래의 활성화를 위한 방안들도 제안하고 있다. 특히, 업계(안)은 민간의 자유로운 거래를 최대한 보장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현물·선도 거래, 직접·중개 거래 등 다양한 형태의 거래가 존재하고, 유통업, 리스·교체업, 운송·보관업, 성능평가업 등 새로운 사업자의 등장도 가능해 정부의 지나친 규제는 시장 활성화를 저해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시장의 공정성, 효율성 등을 담보하기 위한 최소 장치로 사용후 배터리를 확보·유통·활용하는 자의 자격 요건을 설정했으며 모든 거래의 결과는 정부 시스템에 등재하기로 했다.

배터리 공급망 강화를 위한 배터리 여권제도의 도입도 제안됐다. 배터리를 취급, 유통하는 사업자들은 배터리 전주기에 걸쳐 배터리 조성·식별 정보, 운행중 사용정보, 거래 결과, 성능·안전점검 결과 등을 통합이력관리 시스템에 입력해야 한다. 축적된 정보는 건전한 거래시장을 조성하고 배터리 공급망과 안전을 강화하는데 우선 활용되며, 일부 정보는 배터리 제조사 등에 제공되어 배터리 성능향상과 기술개발을 위한 핵심 정보로 쓰여질 것으로 기대된다.

‘사용후 배터리 통합관리체계’ 업계 건의안 논의 현장 [사진=산업부]

아울러 업계(안)은 배터리의 안전관리 체계도 담고 있다. 배터리 상태별, 제품별로 안전 규정은 개별 규정에 산재돼 있거나 제도가 공백인 경우도 많다. 업계(안)은 지속가능하고 체계적인 사용후 배터리 안전관리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활용전 검사(배터리 탈거후) → 제품 안전검사(ESS 등 제품으로 제조후) → 사후검사(제품 설치후)> 등 3단계에 걸친 검사 체계를 제안하고 있다.

업계(안) 전달식에 참석한 산업통상자원부 장영진 1차관은 “이번 업계(안)은 민간 주도로 만들어져 현장의 목소리와 시장 상황을 생생히 반영하고 있다”며, “업계안이 민간이 끌고 정부가 미는 역동적 경제의 대표적인 성공 모델이 될 수 있도록 앞으로 관계 부처와 국회 논의 등을 적극 추진하고 법률안의 조속한 입법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배터리 얼라이언스 24개 참여기관 [자료=산업부]

전기차 사용후 배터리 산업 활성화를 위한 민간 중심 통합관리체계 구축방안 제출 건의문(전문)

국내외 전기차 시장은 전 세계적인 탄소중립, 기후 위기 대응 및 에너지 전환 등의 가속화에 따라 지속적인 성장세가 예상된다. SNE 리서치 자료에 따르면 전 세계 전기차 사용후 배터리는 2030년 전 세계적으로 약 1,300만개, 국내에는 42만개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에서 사용된 배터리를 모두 재활용한다고 가정하면, 국내 보급 전기자동차의 43%인 약 17만대의 생산이 가능한 핵심광물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이는 자원 하나 없는 우리나라가 해외의 핵심광물 확보와 병행하여 국내에서 사용후 배터리의 산업화를 반드시 추진하여야 하는 이유이다.

주요 국가들은 사용후 배터리의 산업화를 위해 이미 사용후 배터리 관리에 대한 법제도 마련에 적극 나서고 있다. EU는 배터리 여권제도와 재활용 원료의 사용을 의무화하는 입법을 추진 중이며, 미국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통해 재활용 원료 사용시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도록 제도화하였다. 중국 또한 이미 정부 주도로 배터리 이력추적 플랫폼을 마련하고 시장 선점에 나서고 있다. 배터리 산업에 있어 우리의 경쟁국들이 핵심광물 가공, 소재, 배터리 셀 제조 및 재활용까지 배터리 전주기에 걸쳐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는 점은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이 크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의 경우는 사용후 배터리의 산업화가 경쟁국보다 다소 늦은 상황이다. 그 주요 원인으로는 사용후 배터리를 단순 폐기물로 바라보고 관리하기 때문이다. 전기차 배터리는 통상 7~8년 사용을 하더라도 70~80% 수준의 성능을 가지고 있고 신차 배터리 가격의 1/4 수준에서 거래되기 때문에 단순 폐기물로 보는 것은 문제가 있다. 또한, 사용후 배터리 관련 사업은 폐기물 관리법, 자원순환법, 자동차 관리법 등 다부처 복합규제를 받고 있어 조기 사업화에도 애로가 많은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문제점을 인식하여 정부는 규제샌드박스, 순환자원 인정제도를 도입하여 사용후 배터리의 산업화를 지원하고 있으나, 사용후 배터리 거래 체계, 이력관리 시스템, 배터리 여권제도 및 인증체계 등과 같은 사용후 배터리에 대한 통합적인 지원과 관리 체계는 아직도 부재한 상황이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지난해 정부는 순환경제 활성화 대책을 통해 민간 중심의 배터리 얼라이언스를 중심으로 사용후 배터리 통합관리체계 등에 대한 업계안을 마련해 건의하면, 이를 기반으로 정부안을 확정하여 법제화를 검토한다는 방향을 제시하였다. 이에 따라, 배터리 얼라이언스 규범분과는 한국배터리산업협회가 간사를 맡아 지난 1년간 심도 깊은 토론과 논의 등을 거쳐 ①민간 중심의 사용후 배터리 거래 체계 구축, ②배터리 전주기 통합이력관리시스템 구축, ③공정한 거래 시장 조성을 위한 시장거래 규칙 마련, ④재생원료 사용의무제 도입, ⑤사용후 배터리 산업 육성을 위한 정부 지원 등의 내용을 골자로 하는 사용후 배터리 통합관리체계 구축 방안에 합의하였다.

끝으로 현행 법체계 내에서는 업계에서 건의한 사용후 배터리 통합관리체계안의 현실화에 있어 새로운 법제도 제정이 필요하다는 배터리 얼라이언스 의견을 반영하여 (가칭)전기자동차 배터리 공급망 안정화 및 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을 건의하는바, 관련 법제도가 조속히 마련될 수 있도록 국회 및 정부의 지원을 당부드린다.

2023년 11월 14일 배터리얼라이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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