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스트리뉴스 이건오 기자] 올해 상반기 중국을 제외한 글로벌 이차전지 시장이 13.1% 성장률을 기록하며 165.3GWh의 사용량을 기록했다. 중국을 포함한 글로벌 시장은 22.3%의 성장률과 함께 364.6GWh의 사용률을 기록해 중국 내수시장이 중국 외 시장보다 큰 규모로 형성돼 시장에 미치는 막대한 영향력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중국은 내수 소비 진작을 위해 전기차 신제품 교체 보조금을 지원하며 주요 전기차 기업의 해외 수출 확대에 나서고 있다. 다만 유럽 등을 중심으로 전기차 캐즘 현상이 심화됨과 동시에 미국과 같이 유럽에서도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상계 관세를 부과해 향후 시장 판세에 대한 귀추가 주목되는 시점이다.
중국을 제외한 글로벌 이차전지 시장점유율에서는 CATL이 올해 상반기 내내 1위를 차지하며 1~6월 누적 시장점유율 27.2%를 기록했다. 뒤이어 K-배터리 3사가 2~4위에 포진해 LG에너지솔루션이 26.5%, SK온이 10.5%, 삼성SDI가 9.9%를 각각 기록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점유율을 전월보다 0.9%를 끌어올리며 CATL과 선두권 경쟁을 이어가고 있다. 격차도 1.3%에서 0.7%로 좁혔다.
K-배터리 3사는 지속적인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으나 LG에너지솔루션이 전월 시장점유율 25.6%에서 26.5%로 확대된 반면, SK온과 삼성SDI는 전월 시장점유율보다 각각 0.2%, 0.6% 축소되는 결과를 얻었다.
중국을 포함한 글로벌 이차전지 사용량에서 삼성SDI를 제치고 5위를 기록한 CALB가 중국외 시장에서도 선전하며 CATL, BYD에 이어 중국 이차전지 시장 확대를 이끌었다. CALB는 중국외 시장에서 2.1% 점유율로 8위에 랭크됐다. 전월까지 10위권 내에 자리했던 선와다(Sunwoda)는 PEVE에 밀려 1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PEVE는 토요타와 파나소닉 합작사로 하이브리드용 배터리를 생산하고 있으며, 지난 3월 토요타가 100% 지분을 인수하며 완전 자회사가 됐다.
K-배터리 3사, 2~4위 유지… 캐즘 있지만 설비 투자 적극적으로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가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4년 1~6월 중국 제외 글로벌 전기차(EV, PHEV, HEV) 탑재 배터리 총 사용량은 약 165.3GWh로 전년 동기 대비 13.1% 성장했다.
2024년 상반기,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 등 K-배터리 3사의 글로벌 전기차용 배터리 사용량은 전년 동기 대비 성장세를 기록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전년 동기 대비 6.9%(43.8GWh) 성장하며 2위를 유지했고, SK온은 6.2%(17.3GWh)의 성장률을 기록해 3위에 올랐다. 삼성SDI는 배터리 3사 중 가장 높은 17.9%(16.3GWh)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반면, K-배터리 3사의 글로벌 전기차용 배터리 사용량 시장점유율은 전년 동기 대비 1.8%p 하락한 46.8%를 기록했다.
K-배터리 3사의 전기차 판매량 따른 배터리 사용량을 살펴보면, 삼성SDI의 배터리가 탑재된 △BMW의 전기차 라인업 i4, i5, i7, iX와 △아우디 Q8 e-트론(Tron) △JEEP 랭글러(Wranlger) PHEV가 유럽에서 견조한 판매량을 나타냈고, 북미에서 △리비안 R1T/R1S가 높은 판매량을 기록해 삼성SDI의 배터리 사용량 성장세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삼성SDI는 전기차 시장의 수요 정체 현상인 캐즘의 여파로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이 40% 가까이 급감했다. 하지만 오는 4분기 중 전기차 배터리 수요 회복을 예상하며 수요 회복 시점이 늦어지더라도 중장기적으로는 전지 산업이 고성장할 것이라 전망해 타 배터리 업체가 투자를 미루거나 축소한 것과 달리 설비투자(CAPEX) 규모를 유지했다고 밝혔다. 삼성SDI는 미주 내 P6 배터리의 공급을 확대하고 46파이 원통형 배터리 및 리튬인산철(LFP)의 양산 준비와 함께 신규 고객 수주 활동을 지속할 방침이다.
SK온은 연초 판매량 부진을 보인 △현대차의 아이오닉5, EV6가 올해 상반기 전년 동기 수준의 판매량을 기록하며 회복세를 나타내 SK온의 배터리 사용량 성장세에 주요 요인으로 작용했다. 주력 모델인 아이오닉5와 EV6 모두 SK온의 4세대 배터리가 탑재된 페이스리프트 버전이 출시돼 향후 EV9과 함께 글로벌 판매가 점차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외 SK온의 배터리를 탑재하는 △포드 F-150과 △메르세데스(Mercedes) EQA/B의 견조한 판매량을 나타냈다. SK온은 올해 2분기 기준 출범 이래 11개 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전기차 시장 성장 둔화에 따른 공장 가동률 하락, 헝가리 신규 공장 가동으로 인한 초기비용 증가 등 영향에 따라 영업손실 4,601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SK온은 하반기 메탈 가격 하향 안정화에 따른 전기차 수요 회복에 대한 기대와 고객사 신차 라인업 확대에 따른 전방 수요 증가를 예상하며 수요 개선과 원가 절감 활동을 토대로 하반기 중 손익분기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주요 고객사인 △테슬라 모델3/Y △폭스바겐 ID.4 △포드 머스탱(Mustang) 마하(Mach)-E △GM 캐딜락 리릭(Cadillac Lyriq) 등 유럽과 북미에서 높은 인기를 보이는 차량들이 견조한 판매량을 유지하며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 사용량 성장세를 견인했다.
특히, 페이스리프트를 거치며 판매량이 잠시 주춤했던 테슬라 모델3의 판매량이 큰 폭으로 확대되면서 배터리 사용량도 크게 증가했다. 최근 LG에너지솔루션과 글로벌 완성차 업체 간 배터리 합작법인에서 생산된 배터리를 탑재한 신모델들이 출시되고 있다. 현대차그룹과 인도네시아 합작법인 HLI그린파워에서 생산된 NCMA 배터리셀을 탑재한 △기아의 콤팩트 SUV EV3와 △현대 캐스퍼일렉트릭이 공식 출시돼 소비자들에게 인도되고 있다. HLI그린파워는 지난 4월 가동을 시작해 현재 안정적으로 제품 양산이 진행 중으로 아시아의 신규 생산 거점으로써 빠르게 성장하는 아세안 전기차 수요에 대응해 나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2분기 전기차 수요 감소에 따른 유럽 및 공장 가동률 하락으로 인한 고정비 부담 영향이 컸으나 북미 지역 배터리 판매 호조로 IRA 세액 공제 효과가 2배 이상 증가하며 전분기 대비 24.2% 영업이익 1,953억원을 달성했다고 밝혔다.
LG에너지솔루션은 고금리 기조의 장기화로 인한 소비심리 위축, 주요 완성차 업체들의 전동화 속도 조절 등 대외 불확실성이 여전해 녹록지 않은 경영 환경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따라 2024년 연간 매출이 전년 대비 20% 이상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이 같은 어려운 경영 환경 속에서도 북미, 유럽 주요 고객사의 신차 출시에 따른 출하량 확대와 IT 고객사의 프리미엄 제품 수요 대응, 전력망 ESS 판매 확대 등 기회 요인을 적극 활용해 매출 확대를 위한 노력을 지속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 전기차 해외 수출 확대 지원… 유럽은 상계 관세 부과로 견제
일본 업체 중 유일하게 톱10에 이름을 올린 파나소닉(Panasonic)은 올해 배터리 사용량 16.2GWh를 기록하며 5위에 올랐으나 전년 동기 대비 25.1% 역성장했다. 파나소닉의 주요 역성장 원인으로는 연초 모델3의 페이스리프트로 인한 판매량 감소로 분석된다. 최근 모델3의 판매량이 본격적으로 확대되고 있고, 파나소닉은 개선된 테슬라향 2170 및 4680 셀을 출시할 것으로 알려져 향후 테슬라를 중심으로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회복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외 시장에서도 글로벌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는 중국의 CATL은 12.1%(44.9GWh)의 성장률을 기록하며 선두 자리를 차지했다. 현재 △테슬라 모델3/Y △BMW iX △메르세데스 EQ 시리즈 △폭스바겐 ID 시리즈 등과 같은 전 세계 주요 OEM 또한 CATL의 배터리를 채택하고 있다.
CATL은 올해 2분기 매출 870억위안(약 16조5,369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13.2% 감소했으나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3.4% 증가한 123.6억위안(약 2조3,493억원)을 기록하며 사상 세 번째로 높은 수익성을 보였다. CATL은 올해 4월 고성능 LFP배터리 셴싱플러스(Shenxing Plus)를 출시했고, 하반기 NCM 신제품 킬린(Qilin)을 출시할 예정이다. 2개의 배터리 신제품 모두 이미 탑재 차량을 다수 확정 지어놓은 상황으로 중국 내 점유율 추가 확대가 기대된다. 특히 브라질, 태국, 이스라엘, 호주 등 중국 내수시장의 공급 과잉 이슈를 해외 수출로 해소하며 전 세계 시장점유율을 빠르게 확대할 것으로 전망된다.
SNE리서치 관계자는 “2024년 상반기, 중국 지역을 제외한 글로벌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은 10% 대의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고 언급하며, “중국의 경우 내수 소비 진작 정책인 ‘이구환신(以舊換新)’을 통해 전기차 신제품 교체 보조금이 지원되면서 중국 내수시장은 지속적인 성장을 나타냄과 동시에 BYD, 지리(Geely), 상하이자동차(SAIC)와 같은 중국산 전기차 업체들이 해외 수출을 확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이에 지난 5월 미국에 이어 유럽에서도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상계 관세 부과를 발표했고 지난 7월 4일부터 중국산 전기차에 대해 잠정 상계 관세율을 부과하기 시작했다”며, “최근 유럽 전기차 시장의 전기차 판매량 성장세의 둔화 현상이 타 지역보다 심각하다. K-배터리 3사의 유럽 공장 가동률이 크게 떨어진 상태에서 EU의 중국 전기차에 대한 관세 부과 조치는 K-배터리에 반사이익을 가져다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아울러 “최근 LG에너지솔루션은 르노(Renault)와 39GWh 규모의 전기차용 파우치 LFP배터리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이는 2025년 말부터 5년간 약 순수전기차 59만대를 생산할 수 있는 규모”라며, “최근 업계에선 유럽의 배터리 전문기업 노스볼트가 생산량 문제로 BMW와 20억달러 규모의 배터리 공급계약이 취소됐다. 공급 물량인 각형 배터리를 생산하는 삼성SDI에 넘어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