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스트리뉴스 정한교 기자] 지난 2012년 재생에너지 보급을 목표로 FIT 제도를 시작한 일본이 FIT 기간 종료를 앞두고 관련 제도 정비에 나선다. 이에 따라 에너지저장시스템(Energy Storage System, ESS)의 성장이 예고됐다.
에너지경제연구원 세계 에너지시장 인사이트에 따르면, 최근 일본 경제산업성은 FIT에서 FIP로의 이행을 촉진하기 위해 ‘출력제한 시스템(우선급전 규정)’에 따른 출력제한 순서를 개정해 2026년부터 적용한다.
경제산업성은 전력수급 균형을 위해 주요 전력회사가 발전설비 출력을 일시적으로 중지·제어할 수 있는 출력제한 시스템을 마련하도록 하고 있다. 현행 출력제한 시스템은 전원별 특성을 고려해 ①화력발전 출력제한 및 양수발전 활용 →②타 지역으로의 송전 → ③대규모 바이오매스발전 출력제한 → ④태양광·풍력발전 출력제한→ ⑤원자력·수력·지열발전 출력제한 순서로 적용된다.
한편, 원전 재가동 등에 따라 재생에너지설비 대상 출력제한이 증가하고 있다. 2023년 기준 재생에너지설비 대상 출력제한량은 18.8억kWh이며, 2024년에는 24.2억kWh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경제산업성은 발전사업자 수입이 전력시장가격에 연동되는 FIP로의 이행을 촉구하기 위해 재생에너지설비를 FIT전원과 FIP전원으로 구분해 FIT전원부터 출력제한을 실시할 계획이다.
2024년 3월 말 기준 FIP 인가량(신규·이행)은 약 1,761MW이며, FIP전원 발전사업자는 ESS를 활용해 출력제한 시간대에 전력을 저장하고 수익성이 높은 시간대에 공급할 수 있다. 이에 이번 시스템 개정 후, ESS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또한, ESS를 활용한 잉여 재생에너지전력 손실이 절감돼 재생에너지 및 ESS 투자가 확대될 것으로도 기대를 모으고 있다. 경제산업성에 따르면, 일본에서 전력계통에 접속된 ESS 규모는 2023년 1월 말 기준으로 0.9만kWh 수준에 불과하다.
재생에너지전력에서 ESS를 조합한 비중도 약 2%뿐이다. 이에 반해 일본 정부는 2020년대 중반에 25%로 확대할 목표를 제시하고 있다. 금번 시스템 개정으로 재생에너지 및 ESS 투·융자가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기업들도 투·융자 계획을 밝히며, 이러한 움직임에 발맞추고 있다. 미쓰비시 UFJ 은행(MUFG)은 니가타현 내 태양광사업에 융자했으며, 아키타은행은 아키타현 내 풍력발전사업에 융자했다.
일본 중기계 전문 제조기업인 스미토모중공업(Sumitomo)은 홋카이도·도호쿠지역 등에 ESS망 정비를 위해 2030년까지 최대 2,000억 엔을 투자할 계획이며, 도쿄가스는 2030년까지 홋카이도·규슈지역에서 7만 가구에 전력을 제공할 수 있는 수준의 ESS 용량을 확보할 계획이다.
또한, 글로벌 전자기기 제조기업 교세라(Kyocera)는 2024년 말까지 사가현 내 ESS 공장에 약 100억 엔을 투자해 생산능력을 2배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ESS 이상 시 주요 부품 신속 대체할 수 없으면 입찰 대상에서 제외
일본 내 ESS 시장의 성장이 예상됨에 따라 경제산업성은 2025년부터 ‘장기탈탄소전원입찰제도’를 개정해 자국산 ESS를 우대하는 요건을 마련할 방침이다.
‘장기탈탄소전원입찰제도’는 일본 광역계통운영기관(OCCTO)가 탈탄소전원에 대한 신규 투자 사업을 대상으로 입찰을 실시해 낙찰된 전원의 발전사업자에게 고정비 수준의 용량 수입을 가동개시 이후 20년간 보장하며, 초기 투자비 회수가 가능하게 해 신규 탈탄소전원에 대한 투자를 촉진하는 제도이다.
일본 ESS 사업자에 따르면, 2024년 실시한 제1차 장기탈탄소전원입찰에서 중국 제품 등 해외의 저렴한 ESS의 비중이 높았다. 이에 저렴한 해외 제품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질 가능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제1차 입찰에서 ESS 응찰용량은 455.9만kW이었으며, 낙찰용량은 109.2만kW로 낙찰률은 24%였다. 경제산업성에 따르면, 전력공급량을 조정하는 ESS로서 사용되는 리튬이온배터리제조업의 국가별 세계 비중은 2020년 기준 한국 35%, 중국 24%, 일본 5%이다.
경제산업성은 ESS 입찰 요건에 ESS 시스템에 이상이 발견된 경우, 전기를 저장하는 셀 및 파워컨디셔너 등 주요 부품의 대체품을 신속하게 공급할 수 있는 거점 마련을 추가할 계획이다.
구체적인 공급 기간을 명시하지 않았으나 해외에 거점을 두는 해외 제조업의 경우, 주요 부품 대체품을 신속하게 공급할 수 없으면 입찰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으며, 이는 일본 기업들에게 비교적 유리한 요건이다.
일본 정부는 금번에 추가하는 요건은 이상이 발생한 경우의 대응력을 요구하는 것으로, 해외 제품을 배제하는 조치는 아니기에 WTO 협정 위반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 또한, 금번 입찰제도 개정을 고려해 일본 내 ESS 제조 거점을 늘려 경제안전보장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한편, 일본 정부는 2050년 탄소중립 실현에 ESS가 중요하다고 보고 있으며, EV 보급에 따라 ESS 시장도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ESS 관련 지원을 실시하고 있다.
경제안전보장추진법에 의거해 ESS를 특정중요물자로 지정하고, ESS 및 관련 부자재의 생산 기반을 강화하기 위해 2022년도 추가경정예산에 3,316억 엔을 편성했다. 이를 통해 ESS 셀 생산능력을 현재 약 20GWh에서 2030년까지 연간 150GWh로 확대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