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스트리뉴스 정한교 기자] 각종 규제와 정부의 인식 변화 등으로 인해 국내 태양광 공급이 하락하면서 국내 태양광 산업 전반이 침체기를 겪고 있다.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의 ‘2023년 하반기 태양광산업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정부가 2030년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하향 조정하고,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RPS) 제도 폐지 및 경매제도 도입 등 정책 방향을 변경함에 따라 향후 약 2∼2.5GW 정도의 태양광 수요 정체를 예상하고 있다.
신재생에너지 확산의 선봉장을 맡고 있는 태양광발전의 보급이 줄어듦에 따라 국가 신재생에너지 보급 역시 부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문제는 공급은 줄어든 데 반해, 수요는 지속적으로 증가한다는 것이다.
특히, 글로벌 탄소중립 규제에 맞춰 RE100 달성의 필요성이 높아진 수출기업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제조업이 많은 국내 기업에서 글로벌 고객사의 요구에 따라 재생에너지 사용을 크게 늘려야 하지만, 한참 부족한 재생에너지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더군다나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해 RE100 달성을 위한 비용 부담과 인프라 문제가 기업들의 시름을 더욱 깊게 만들고 있다.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등 점차 지능화되는 제조현장에서는 더욱 많은 전력수요를 요구하고, 이를 충족하기 위해서는 더욱 많은 재생에너지가 필요하다.
재생에너지 조달을 위해 국내 태양광 산업계와 RE100 기업들이 눈을 돌린 곳이 ‘지붕’이다. 이격거리 등 각종 규제에서 그나마 자유롭고, 지붕이라는 유휴부지가 태양광발전소 조성에 매우 적합하기 때문이다.

기업뿐만 아니라 민간 및 공공 시장에서도 지붕형 태양광발전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제로에너지 건축물 인증’이 의무화됨에 따라 2020년부터 1000㎡ 이상 공공건물이 5등급(에너지 자립률 20∼40%)을 의무적으로 받아야 했다.
내년부터는 30세대 이상 민간 아파트에도 ‘제로에너지 건축물 인증’이 의무화된다. 민간 아파트의 옥상에도 태양광발전 수요 발생함에 따라 폭발적인 지붕형 태양광발전 수요 증가를 예상하게 된다.
이에 최근 가장 주목받는 지붕형 태양광을 주제로 컨퍼런스가 개최됐다. 인더스트리뉴스, 솔라투데이가 주관하는 ‘PV KOREA(PV코리아) 2024’가 ‘RE100 구현 루프탑 태양광발전 시스템 구축과 대응전략’이라는 주제로 지난 12일 서울 코엑스 컨퍼런스룸 402호에서 진행됐다.
시장의 관심을 입증하듯 이날 컨퍼런스에는 200여명에 달하는 참관객이 방문해 기업의 솔루션과 RE100 대응 전략, 정부 정책 등에 대해 높은 관심을 표했다.

산업단지 태양광에 주목하는 정부… 인허가 간소화, 금융지원 등 활성화 추진
‘PV코리아 2024’의 첫 강연자로는 한국에너지공단 유휘종 신재생에너지센터 소장이 나섰다. ‘RE100 추진 현황 및 재생에너지 보급 전략’을 주제로 강연을 진행한 유 소장은 글로벌 RE100 동향과 국내 재생에너지 보급 현황 및 RE100 활성화를 위한 재생에너지 보급 전략을 설명했다.
글로벌 추세에 발맞춰 국내 기업들의 ESG 경영 활동도 점차 강화되고 있다. RE100 참여기업들은 공급망 업체에 RE100 이행을 요구하고 있고, 압박이 거세짐에 따라 국내 기업들의 RE100 이행도 가속화되는 모습이다.
유 소장은 “지난 5월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 및 공급망 확산 전략’을 통해 탄소중립과 에너지 안보를 위한 질서있고 체계적인 재생에너지 확대 목표를 세웠다”며, “이에 발맞춰 PPA 활성화 및 자발적 재생에너지 시장 조성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PPA 활성화를 위해 저리융자 지원, 인센티브 등 금융·펀드에서 다각도로 지원하며, 용량기준 완화, 요금정산 다양화 등 규제완화 및 미활용 자가설비 인증체계 마련 등으로 시장 조성을 추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휘종 소장에 이어 한국산업단지공단 정춘옥 무탄소지원팀장이 ‘산업단지의 태양광보급 정책과 추진전략’을 소개했다. 최근 정부는 산업단지 태양광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지원을 이어가고 있다. 태양광 보급의 최적입지로서 주민·계통 수용성이 양호한 산업단지에 주목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2030년까지 산업단지 6GW 규모 태양광 보급 목표를 설정했다. 산업단지공단은 이중 2.2GW 보급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공장 부도, 매각 등으로 소유주가 변경되면 태양광 철거 시 원리금 회수 불가 등의 우려로 인해 사업·투자수요 발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정 팀장은 “산단 태양광 전주기 맞춤형 지원 강화로 산단 태양광 활성화를 지원하고 있다”며, “보급입지 및 사업수요 발굴을 위한 컨설팅 지원과 인허가의 체계적 관리 및 편의성 제고 등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신규단지 의무화, 임대단지 보증보험 미징구 등 다양한 지원 모델 실증사업을 추진 중”이라며, “효율적인 보급 확대를 위한 공공부문 역할을 강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붕형 태양광, 핵심은 ‘누수’와 ‘하중’
지붕형 태양광 활성화 전략 및 산업단지 태양광 보급 방안 소개에 이어 기업들의 지붕형 태양광 솔루션 소개가 이어졌다. 기업들은 지붕형 태양광에 최적화된 경량형 모듈부터 누수 예방에 특화된 발전시스템으로 참관객들의 이목을 끌었다.
지붕, 특히 산업단지에 소재한 공장 지붕에 태양광 구축 시 주요 이슈가 노후화된 지붕이다. 대부분의 공장 지붕이 컬러강판(0.5T) 샌드위치 패널을 사용하다 보니 시간이 지나면서 컬러강판에 부식이 발생하거나 무거운 하중에 주저앉는 사례가 발생한다.
‘지붕형 태양광발전 시스템의 기획과 설계, 시공 트렌드’를 주제로 발표한 그랜드썬기술단 정민영 이사는 대상지를 분석해 지붕 컨디션을 파악하고, 발전사업용인지 자가발전용인지 사업 목적성을 설정해 정부지원인지 금융지원인지 자금운용 계획을 세워야 지붕형 태양광 사업의 성공률을 높일 수 있다고 소개했다.
정 이사는 “태양광을 지붕에 설치할 경우 최소 20년간 지붕에 대한 유지보수의 어려움이 발생하기 때문에 사전에 지붕 컨디션을 파악하고, 향후 지붕의 유지보수를 최소화할 수 있는 선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당사는 한국에너지공단 시공기준을 준수하며, 샌드위치 패널 타공지점을 그대로 사용하는 타공방식과 ‘볼트프리캡’, ‘솔라루프’ 등 무타공방식으로 지붕형 태양광 확산을 지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붕형 태양광은 혹시 모를 안전사고로 인해 지붕 하부의 설비나 인명 피해 등 심각한 물적, 인적 피해를 유발할 수 있다. 이에 이날 발표한 지붕형 태양광 시스템 전문기업들은 특화된 솔루션으로 시장 수요에 대응하고 있었다.
큐브솔라 권기덕 대표는 ‘경제적인 루프탑 태양광발전 시스템의 누수방지와 O&M 대책’을 주제로 구축비용은 줄이면서 누수를 예방하는 솔루션을 소개했다.
권 대표는 “지붕 종류에 따라 태양광 시스템 및 누수 방지 대책이 필요하다”며, “시밍지붕, 샌드위치패널지붕, 노후지붕 등 다양한 지붕 종류별로 맞춤 누수 방지 대책을 갖고 있어야 시공 이후에도 문제 발생을 예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현 정부지원사업 설치기준의 토글볼트보다는 직결스크류볼트가 지붕 손상이 적고, 방수테이프 마감에 유리하다”며, “공장 내부가 맞볼트를 시공하기 어려운 공장이 많은 만큼, 방수에 가장 유리하며 인발력이 직결스크류볼트 이상 확보돼 충분히 안전한 무타공 클램프 방식이 적합하다”고 현 정부 기준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최근 특화된 지붕형 태양광 솔루션 ‘솔라루프’를 출시한 디에스강재도 이번 컨퍼런스에 모습을 드러냈다. 디에스강재 이기준 이사는 ‘지붕형 태양광발전 시스템의 누수방지를 위한 설계와 구조물 대응전략’을 주제로 발표하며, 3중 구조로 누수를 차단한 자사의 시스템을 소개했다.
이 이사는 “자사의 시스템은 풍동·인발력·하중 등의 KCL 테스트를 모두 통과했으며, 보강플레이트(1.7T), 이중 나사선을 통해 강판과 보강플레이트의 분리를 방지한 기능성 방수 볼트 등을 적용해 누수뿐만 아니라 최대 3t의 하중을 견디는 견고한 제품을 개발했다”며, “품질 신뢰성을 위해 이동이 불가능한 사이즈의 솔라루프 주문 시 제품 출고가 아닌 설비 이동을 통해 현장에서 즉각 제품을 제작 및 출고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적의 시스템 구성으로 효율적인 RE100 대응 전략 필요
지붕형 태양광에 특화된 모듈, 인버터 기업들도 이번 컨퍼런스에 참여해 자사 솔루션의 적합성을 소개했다. ‘산업단지 지붕형 태양광을 위한 경량·플렉시블 모듈의 혁신적 설계와 적용사례’를 발표한 선맨(SUNMAN) 모상철 세일즈&마케팅팀장은 기존 모듈보다 60~80% 가벼운 초경량형 모듈이 지붕형 태양광에서 가지는 이점을 소개했다.
모 팀장은 “자사의 특허 기술인 유리섬유가 포함된 폴리머 복합재를 사용해 내구성을 유지하면서 무게를 줄인 제품”이라며, “여기에 프레임을 사용하지 않는 구조로 설계돼 별다른 구조물도 필요 없어 무게 및 경제성을 확보했다”고 말했다.
태양광발전소에서 모듈과 함께 인버터는 핵심 설비이다. 아무리 좋은 설계와 훌륭한 모듈을 적용하더라도 인버터 고장 시 발전소 운영이 멈춰버린다.
‘지붕형 태양광발전 시스템의 안정적/효율적 운영을 위한 시스템 구성방안’을 소개한 한국화웨이기술 박정제 상무는 지붕형 태양광 구성을 통해 전체 사업기간 동안 안정적인 현금 흐름을 확보하는 것이 리스크 관리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박 상무는 “멀티 MPPT 스트링 타입 인버터 솔루션과 옵티마이저 솔루션은 모듈별 최적화 관리를 통해 안정적인 발전소 운영을 지원한다”며, “지붕에 부착하는 수면 발전소의 경우 모듈 출력이 평균적으로 30% 감소할 수 있기 때문에 PID 회복 기능 등 모듈 레벨의 실시간 모니터링을 통해 발전량을 감소시키는 모듈을 식별할 수 있는 인버터 사용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처럼 최적화된 설계와 설비로 구축된 지붕형 태양광발전소를 활용할 최적의 방안은 무엇일까? 이날의 마지막 강연자로 나선 SK E&S 박영욱 재생에너지마케팅1팀장 ‘Road to RE100’이라는 주제로 기업들의 재생에너지 활용 방안을 소개했다.
박 팀장에 따르면, 민간 부문의 재생에너지 수요는 2030년까지 연평균 43%씩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발맞춰 국내 기업들의 재생에너지 구매 물량도 증가하고 있다. 공급은 부족한데 비해 수요는 증가해 물량은 더욱 귀해지고 있다. 실제로 2023년 하반기부터 재생에너지 구매 가격이 상승하고 있다.
박 팀장은 “전기요금 상승, 배출권 가격 현실화 등 향후 발생 가능한 변수를 고려하면, 재생에너지 PPA가 RE100 이행과 탄소감축에서 가장 효율적인 이행 수단이 될 것으로 판단된다”며, “REC 구매는 단기적으로는 비용 부담이 크지 않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비용부담이 계속적으로 커지는 이행수단이다. REC 구매를 주요 재생에너지 구매 수단으로 삼기보다는 PPA의 보조 수단으로 삼는 것이 더 나은 방향이라고 생각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