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현, 尹 두둔하며 “비상입법기구 문건 내가 작성했다”..."비상계엄 요건은 대통령 몫"
  • 서영길 기자
  • 승인 2025.01.23 20: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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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탄핵심판 4차 변론도 출석…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피청구인·증인으로 대면
김용현, 국회 측 증인신문 거부하다 번복…재판정 방청석서 야유‧탄식 터져나와
재판부 "야당에 경종 및 부정선거 증거 찾기 위해 비상계엄 선포할 수 있나" 질타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대통령 탄핵심판 4차 변론에 출석한 윤석열 대통령이 생각에 잠겨있다./사진=서영길 기자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대통령 탄핵심판 4차 변론에 출석한 윤석열 대통령이 생각에 잠겨있는 모습. /사진=서영길 기자

[인더스트리뉴스 서영길 기자]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23일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심판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비상입법기구 문건은 내가 작성했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김 전 장관은 이날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윤 대통령 탄핵심판 4차 변론에 증인으로 출석해 이같이 말했다.

김 전 장관은 청구인(국회 탄핵소추인단)과 피청구인(윤석열 대통령) 측의 증인 신문을 받는 과정에서 이같이 밝혔다.

희끗희끗한 머리를 한 채 법정에 들어선 김 전 장관은 짙은 회색 양복에 검은색 목폴라 티셔츠를 입고 출석했다.

김 전 장관이 심판정에 입정한 후 증인 선서를 할 때 윤 대통령은 김 전 장관을 한동안 응시하기도 했다.

김 전 장관은 피청구인 측 신문에서 “비상입법기구 관련 문건을 (내가) 직접 작성했다”며 “(비상계엄 선포 당일 국무회의에서) 최상목 경제부총리와 직접 만나지 못해 (대통령실) 실무자를 통해 전달했다”고 밝혔다.

김 전 장관은 문건의 내용에 대해 “비상계엄이 발령되면 예상치 못한 예산이 필요할 수 있어 기획재정부에 요청하는 것과, 국회 관련 보조금 지원을 차단한다는 것”이라며 “국가비상입법기구 관련 예산 편성은 긴급재정입법권을 수행하기 위한 조직을 기재부 내에 구성하고 필요한 예산을 편성하라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평상시 윤 대통령께서 정부‧여당이 민생과 경제활성화 관련 법안을 100여건 정도 한 게 있었는데 이런 것들이 거대 야당에 다 막혔다”며 “(윤 대통령이) 이것만 제대로 발의되면 국민들의 삶이 훨씬 더 좋아질텐데 하는 아쉬움을 표했다”고 말했다.

김 전장관은 이어 “어떻게 해서든 막혀있는 것들을 뚫어야 하는 게 필요하지 않겠나라는 말을 몇 번 들은 기억이 나 정리한 것”이라고 언급했다.

일부 언론이 윤 대통령과 김 전 장관 측이 서로 ‘네 탓 공방’을 벌이고 있다는 식의 보도를 했지만 이날 김 전 장관은 작심한 듯 윤 대통령 측에 유리한 증언으로 일관했다는 것이 기자가 느낀 현장의 분위기였다.

실제 김 전 장관은 윤 대통령 측인 피청구인의 주신문이 끝난 뒤 청구인 측이 반대신문을 하려 하자 "사실 왜곡의 우려가 크다"며 돌연 증언거부권을 행사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김 전 장관은 윤 대통령 측에게 남은 재주신문(15분)에는 응하겠다며 편파적인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김 전 장관이 이처럼 ‘선택적 증언’ 행태를 보이자 대심판정 방청석에서는 탄식과 야유가 동시에 터져 나왔다.

이에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은 "이런 식의 증언 태도를 보이면 일반적으로 판사들은 증언의 신빙성을 낮게 판단한다"며 "(증언을) 강요할 건 아니지만 알아서 판단하길 바란다"고 말한 뒤 휴정을 선언했다.

휴정이 끝난 뒤 피청구인 측은 "저희 쪽 질문도 답변했기 때문에 청구인 측 답변도 해주면 감사하겠다"고 요청했고, 김 전 장관은 그제서야 "그렇게 하겠다"며 증언 거부 의사를 번복했다.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 내에 마련된 안내판에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변론 안내 문구가 적혀 있다./사진=서영길 기자 

아울러 김 전 장관은 논란이 된 포고령 1호에 대해 “관사에서 (내가) 직접 워드로 작성했다”며 “과거 2018년도 계엄령 문건 파동 때 자료를 갖고 있었고 10‧26 사태때 계엄, 12‧12사태 때 포고령 등을 참고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작성한 포고령을 대통령에게 건네주니 대통령은 ‘반국가 세력에 대한 경고로 국민에 피해가 가서는 안 된다’면서 ‘야간 통행 금지’ 부분을 제외하라고 했다”고 언급했다.

이날 김 전 장관 증인 신문에서는 비상계엄 선포 직전 열린 국무회의에서 일부 국무위원이 계엄 선포에 동의 혹은 반대했다는 증언이 나오기도 했다.

김 전 장관은 청구인 측으로부터 “국무회의 당시 계엄에 동의한 사람이 있었느냐”는 질문에 “있었다”고 짧게 답했다. 다만 김 전 장관은 “누구인지 밝히기는 곤란하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김 전 장관을 직접 신문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김 전 장관이 가져온 포고령을 보고 법적으로 손 댈 것이 많지만 어차피 (계엄이) 길어야 하루 유지되기도 어렵고 또 포고령이 집행 가능성이 없지만 상징성이 있으니 그냥 놔두자고 말했는데 기억나느냐"고 질문했다. 이에 김 전 장관은 “그렇다”고 답했다.

윤 대통령은 포고령에 포함됐던 전공의 처단 내용에 대해서도 김 전 장관에게 물었다.

윤 대통령은 "전공의 이거는 (포고령에) 왜 넣냐고 하면서 계도한다는 측면에서 웃으면서 놔뒀는데 상황이 기억나느냐"고 김 전 장관에 거듭 물었다. 그러자 김 전 장관은 "말씀하시니 기억난다"고 답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본인의 변호인단과 대화를 하고 있다./사진=서영길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본인의 변호인단과 대화를 하고 있다./사진=서영길 기자

김 전 장관의 증인 신문이 종료되고 발언권을 얻은 윤 대통령은 3차 변론에 이어 또다시 ‘셀프 변론’을 이어갔다.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으로 국회의 기능을 무력화하려는 의도는 없었다고 강변했다.

윤 대통령은 "오후 11시 비상계엄 선포 후 병력이 1시간 뒤에 투입됐다. (의원이) 190명이나 국회에 들어가 계엄 해제를 논의해 새벽 1시에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통과됐다는 사실 자체만 봐도 이것은 (국회를) 통제하고 막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기존 주장을 되풀이했다.

재판부는 김 전 장관에게 "계엄 목적이 거대 야당에 경종을 울리고 부정선거 증거를 수집하기 위한 것이냐"고 물었고, 김 전 장관은 “그렇다. 야당에 경종을 울리기 위한 것”이라고 답했다. 김 전 장관은 이어 “다만 부정선거 증거 수집이라기보다 실체를 제대로 파악해 부정선거가 있었는지 없었는지 국민에게 알리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이런 이유, 그런 목적을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라고 질타했고 김 전 장관은 "비상계엄 요건은 대통령님 몫"이라고 윤 대통령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뉘앙스로 답했다.

이에 윤 대통령은 김 전 장관의 발언을 반박하며 “계엄 선포의 이유는 야당에 대한 경고가 아니다”라는 주장을 폈다.

윤 대통령은 “주권자인 국민에게 호소해서 엄정한 감시와 비판을 해 달라는 것이지 야당에 대한 경고는 아무리 해봐야 소용이 없다”며 “야당에 대한 경고가 먹힐거였으면 이런 비상 계엄을 할 필요가 없다”고 되레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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