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더스트리뉴스 한원석 기자] 국세청이 홈플러스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한 MBK파트너스(이하 MBK)에 대한 세무조사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정치권과 금융계를 중심으로 ‘MBK 책임론’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고려아연 경영권을 둘러싼 분쟁에도 MBK 측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11일 업계 등에 따르면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은 이날 MBK에 대한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이에 대해 MBK 측은 이번 세무조사가 통상 5년 단위로 이뤄지는 정기 세무조사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조사4국은 특별 세무조사를 담당하는 부서로, ‘재계 저승사자’라는 별칭으로 불릴 만큼 그동안 기업의 탈세나 비자금 조성 등 주요 사건에 대해 칼을 휘둘러온 이력이 있다. 이에 대해 국세청은 ”세무조사 관련 사항은 아무 것도 확인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일각에서는 지난해 10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 당시 도마 위에 올랐던 김병주 MBK 회장의 역외 탈세 의혹 등을 들여다보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당시 강선우 민주당 의원은 김병주 회장에 대해 “한 시민단체로부터 2조원 수익이 발생했는데도 김병주 MBK 회장이 미국 시민권자로 (국내에) 소득세를 전혀 내지 않아서 역외 탈세 혐의로 고발을 당하기도 했다”며 “국내에서 돈을 벌고 미국에 세금을 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고 발언한 바 있다.
백혜련 민주당 의원도 MBK가 ING생명 인수 때 역외탈세로 400억원 이상을 추징당했다고 지적했고 김광일 MBK 부회장은 “400억원은 모르겠으나 세무조사를 받아 추징당한 것은 맞다”고 답하기도 했다.
이번 사태로 MBK의 경영 능력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면서 오는 3월말 예정된 고려아연 주총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앞서 MBK와 영풍 연합은 고려아연 의결권을 되살린 법원의 가처분 일부 인용 결정으로 유리한 고지를 차지했다는 의견이 우세했다.
하지만 MBK가 영풍이 보유한 고려아연 지분까지 인수할 경우 수조원대의 차입금 부담으로 인해 고려아연에 계열사 매각, 핵심기술 판매·공유 등에 나설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특히 고려아연은 한국과 미국 등이 추진하는 ‘탈중국 공급망’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회사다. 이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측근인 잭 넌 연방 하원의원과 마리아넷 밀러-믹스 연방 하원의원, 로버트 오브라이언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이 MBK의 고려아연 인수에 대한 우려를 공개적으로 표명한 바 있다.
한편 홈플러스 사태에 대해 여야 모두 한 목소리로 MBK를 질타하고 있다. 김용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은 이날 자신의 SNS를 통해 “MBK가 고려아연 경영권 장악을 시도하고 있는데, 부도덕한 투자자본에 국가기간산업이자 국가핵심기술을 보유한 기업이 넘어가지 않도록 면밀히 살피겠다”고 강조했다.
이정문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홈플러스 사태는 단순한 경영 실패가 아니라 사모펀드의 먹튀 자본 폐해”라며 “민주당은 한국경제가 사모펀드의 먹잇감이 되는 것을 방관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회 정무위는 홈플러스 사태와 관련해 최대 주주인 MBK를 대상으로 긴급 현안 질의를 열고, 김병주 MBK 회장과 김광일 MBK 부회장 겸 홈플러스 공동대표 등을 증인으로 소환할 방침이다.